[칼빈 신앙 대탐험 / 개혁주의 미래를 묻다] 5. 한국 개혁주의 어디로 가나 □ 칼빈 세미나, 득과 실 ② 칼빈세미나 평가

[칼빈 500주년 기념 특별기획]

한국교회 개혁 동기 부여 학술회·연합행사 잇따라
기념사업 연계성 부족, 지속적 연구작업 기반 과제

2009년은 칼빈 탄생 500주년을 맞아 장로교단들과 교계 단체, 그리고 개교회들이 주최한 칼빈 관련 행사들이 줄을 이은 한 해였다.

각 단체들은 칼빈을 재조명하고 한국교회에 적용할 수 있는 사례들을 발표하며 칼빈 탄생 500주년을 나름의 방식으로 축하했다. 또한 학술뿐만 아니라 장로교단들이 모여서 행사를 개최해 연합의 의미를 찾았다.

▲ 2009년은 칼빈 탄생 500주년으로 칼빈을 재조명하는 여러 행사들이 펼쳐진 한 해였다. 사진은 요한칼빈탄생500주년기념사업회가 주최한 학술심포지엄의 모습.
개혁주의 정체성 회복

개혁주의 정체성 회복

 

개혁주의 정체성 회복

 

올해 열린 칼빈 관련 학술 세미나는 개혁주의의 정체성 회복에 주로 초점이 맞춰졌다. 칼빈의 생애, 설교관, 사회관, 신학,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연구 논문 발표들은 참가 목회자들에게 개혁주의를 다시 깨닫게 하고 새로운 동기를 부여했다.

특히 6월 22일 요한칼빈탄생500주년기념사업회(대표회장:이종윤 목사)가 주최한 학술심포지엄에서는 분야별로 72편의 논문이 발표돼 주목을 끌었다. ‘각 신학적 입장에서 본 칼빈, 칼빈과 한국교회’ ‘칼빈과 정치, 경제, 복지 문제’ 등 7개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학자들의 발표가 있었다.

학자들은 칼빈 사상을 현대의 목회에 어떻게 접목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를 벌였으며 한국교회는 사회 정치 영역에 바람직한 공동체의 전형을 제시하고 적극적으로 헌신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한국 장로교는 칼빈주의를 표방하면서도 인간의 전적 부패에 대한 칼빈의 주장을 무시하고 장로교의 전통을 파괴하고 있다”면서 한국 장로교회의 부패를 비판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한 우리 총회의 칼빈탄생500주년기념사업회 중부지역위원회(위원장:이정호 목사)는 7월 13일 ‘칼빈과 한국교회:말씀과 기도로 부흥의 파도를 타라’는 주제로 목회자 세미나를 개최했다.

 

문병호 교수, 안인섭 교수, 김요셉 교수 등이 참여해 ‘신학자로서 칼빈’의 면모에 대해 강의하고 칼빈의 정신을 이어갈 것을 참석 목회자들에게 강조했다. 안인섭 교수(총신대학교)는 “칼빈에게 설교는 교회의 영혼과 같은 것이었으며 교회의 자유와 개혁을 향한 투쟁이었다”고 말하고 “칼빈은 지성주의나 주관주의, 신비주의도 아닌 균형 있는 목회와 설교를 하도록 인도한다”고 말했다.

장로교 연합 소망

칼빈 탄생 500주년을 맞아 장로교단은 연합과 일치를 다짐하는 기회를 갖기도 했다. 같은 신앙을 가진 장로교단들이 함께 모여 예배를 드리거나 세미나를 진행하면서 칼빈을 통해 하나가 되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런 연합행사들은 교단들이 행사를 기획하면서 많은 부분을 맞추고 조율할 수 있으며, 서로의 유대감을 높이고 장로교가 한 뿌리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다시 인식하는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중에서도 한국장로교총연합회(회장:김요셉 목사ㆍ이하 한장총)에서 주최한 〈장로교의 날〉 행사는 26개 장로교단 지도자들과 성도들이 모인 연합행사가 됐다. 칼빈의 탄생일인 7월 10일 장충제육관에서 열린 〈장로교의 날〉 행사는 장로교단들의 축제이자 칼빈을 재조명하는 행사이며 사회를 섬기는 교회의 의무를 다할 것을 다짐하는 자리였다.

준비위원장 이종윤 목사는 “하나님의 중심사상을 강조한 칼빈 탄생 500주년 기념일에 장로교가 연합의 기회를 가졌을 뿐만 아니라 통일과 세계선교를 기도하며 준비했다”고 〈장로교의 날〉의 의미를 설명했다.
더불어 요한칼빈탄생500주년기념사업회는 7월 17일 한장총에 속한 장로교단의 지도자들이 참여한 ‘장로교 지도자 간담회’를 개최해 참가자들이 장로교의 연합과 일치를 주제로 발제와 토의를 벌이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는 장로교단의 지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차이를 좁힐 수 있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행사로 평가되기도 했다.

지방에서도 칼빈 조명 이어져

서울에서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칼빈을 재조명하고 그 신앙을 따르려는 행사들은 계속 됐다.

6월 14일과 15일 전주 서문교회(김승연 목사)와 한일장신대(총장:정장복)는 ‘칼빈의 신학과 한국교회’를 주제로 학술 세미나를 열었다. 송인웅 목사(전주 중심교회)와 유태주 교수(한일장신대) 등이 참여해 칼빈의 신앙과 한국교회의 개혁 등에 대한 강의를 펼쳐 호응을 얻었다.

또한 광신대학교(총장:정규남)와 호남신학대학교(총장:차종순)가 공동으로 주최한 학술대회도 6월 19일에 열려 칼빈의 생애를 살펴볼 뿐만 아니라 두 교단의 교수와 목사들이 교류하는 의미 깊은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사업 지속성 있어야

올해 갑자기 우후죽순으로 생긴 칼빈 관련 행사는 일회성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장로교단은 칼빈주의를 바탕에 깔고 있기 때문에 칼빈을 연구하고 그 사상을 이해하려는 노력들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여러 단체에서 진행하려고 했던 몇몇의 칼빈 관련 행사들은 무리한 계획으로 실행조차 하지 못했다. 한 단체는 서울에 ‘칼빈로(路)’를 만든다고 발표했으나 지역주민의 반발로 인해 지금까지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크고 허망한 행사보다는 규모가 작더라도 실속 있는 행사의 기획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교단 역할 아쉬워

우리 교단은 장로교에서도 장자교단이라는 타이틀을 자랑하면서도 올해 칼빈에 관련해서는 몇 번의 세미나 외에는 진행한 행사들이 없었다.

총회에서 칼빈탄생500주년기념사업회를 만들었지만 유명무실했고, 개교회에서 자체적인 행사들이 있었을 뿐 장자교단으로서 내세울만한 일을 한 것이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우리 교단은 개혁주의의 뼈대를 튼튼히 하고 칼빈의 정신을 이어받는 선구자의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남은 과제를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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