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오(좋은교사운동 대표)

2009 대학입학수학능력 시험일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이 수능을 앞두고 많은 교회에서 100일 기도회, 40일 기도회 등의 특별 기도회를 진행한다. 최근에는 수능 당일 아이들의 수능 시험 시간표를 따라 기도하는 수능종일기도회를 진행하는 교회도 늘어나고 있다.

대학이 서열화되어 있고, 대학 학벌이 인생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한국의 현실을 생각할 때, 수능 시험을 앞두고 부모들이 다른 무엇보다 하나님을 찾고 의지하는 것은 신앙인으로서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오늘날 많은 가정과 교회에서 신앙의 전승에 실패하는 현상을 생각할 때 우리 부모들과 교회들이 수능 기도회에 이렇게 열을 올리는 현상이 결코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특히 대부분의 가정에서 신앙 전승의 실패 원인이 아이들이 신앙의 훈련을 받을 시간과 기회를 부모가 나서 적극적으로 차단하고 오직 공부와 성적에만 내몬 결과임을 생각할 때 수능 시험 때만 이렇게 기도에 집중하는 현상이 그렇게 건강한 신앙의 형태로 보이지는 않는다. 평소 교회 중직자 가정에서조차 주일날 자녀들을 교회에 보내지 않고 학교와 학원으로 보내고, 여름과 겨울 수련회에도 보내지 않는 현상에 대해 아무런 책망이나 신앙적 지도를 하지 않으면서 수능 기도회만 개최해주는 교회 역시 교회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진정으로 건강한 믿음을 가진 부모라면 자녀가 수능 시험에서 실수하지 않고 좋은 성적을 거두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간절히 기도하는 그 갑절의 기도와 에너지를 자녀가 그리스도 안에서 온전히 거듭나고 하나님 안에서 자기 길을 발견하며 하나님의 뜻을 따라 세상의 가치를 거슬러 살아가는 사람이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고 또 그렇게 지도하는 일에 쏟을 것이다. 동시에 건강한 교회라면 수능 기도회를 인도하는데 쏟는 에너지의 두 배 이상을 부모들이 자녀들의 신앙보다 성적에 더 목매는 현상의 잘못을 목회적인 차원에서 지적해주고, 학부모들이 자녀 교육에 대해 바른 가치관을 갖고 실천하도록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또 자녀들의 신앙 교육에 쏟을 것이다.

이렇게 오늘날 믿음의 가정과 교회에서 공부와 성적, 대학과 출세가 우상이 되어 버린 이 현실에 대해 철저히 회개하고 단호히 돌아서며, 다음 세대의 올바른 신앙 교육을 위해 온 힘을 기울이는 작업 없이 행해지는 수능 기도회는 하나님을 기뻐시게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결코 우리 자녀의 축복된 삶을 보장할 수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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