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오(좋은교사운동 대표)

우리나라 아이들은 공부를 많이 한다. 2004년 OECD 조사에 의하면 15세 학생들의 주당 공부 시간(학교 내 공부와 학교 밖 공부 포함)은 평균 50시간으로, 주당 28시간 공부하는 스웨덴이나 30시간을 공부하는 핀란드의 2배에 가깝다. 하루 8시간 주당 40시간 노동량을 제한하고 있는 현 노동법에서 볼 때 우리 아이들은 엄청난 학습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학교와 학원으로 오가며 많은 공부를 하더라도 각각의 공부가 의미가 있다면 괜찮다. 그런데 문제는 학교와 학원의 공부 둘 다 명문대 입학을 위한 문제풀이 중심의 반복 암기 학습이라는데 있다. 즉, 좀 더 깊은 창의력과 지적 호기심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실수하지 않기 위한 반복을 하고, 그래서 시험을 잘 보는 것 외 인생이나 학문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공부를 하는, 엄청난 투입에 비해 교육적 효과가 낮은 고비용 저효율의 교육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교육이 고비용 저효율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핀란드와 비교를 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OECD에서 만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치르는 ‘국제학업성취도 비교’(PISA)에 따르면 한국과 핀란드는 읽기와 수학, 과학에서 모두 상위권을 형성해서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같은 과목에 대한 흥미도 검사에서는 핀란드는 여전히 최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최하위권을 차지해 역시 세계인의 주목과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모든 아이들을 무의미한 반복 암기 학습에만 모든 시간을 투자하게 해 학습에 대한 흥미라는 소중한 가치를 모두 잃어버린 것이다. 이것이 결국 개인의 삶을 불행하게 할 뿐 아니라 한국의 대학 경쟁력 약화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잘못된 현상을 고치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적인 결단이 필요하다. 즉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게 하고 양극화로 점점 치닫고 있는 사회에 제동을 가하고, 사회적 안전망 확보와 직업간 임금 격차를 줄이는 방향의 사회 개혁이 절실하다. 즉, 대학을 나오지 않고 사회의 어떤 직업을 갖든 일정 이상의 생활이 가능하게 하고, 부모의 재산에 관계없이 자신의 은사와 의지만 있으면 어떤 공부든 할 수가 있고, 의료와 주택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가능한 복지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아이들도 오직 보다 높은 서열의 대학에 가기 위해 이렇게 비인간적인 학습 노동에 매달리는 현 상황을 벗어나 보다 자신의 소질과 흥미에 따른 다양한 진로를 모색할 수가 있다.

기독교적 원리에 근거한 북유럽의 국가들이 복지제도와 사회 안전망 확보에 힘을 기울이는 것은 다 이런 이유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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