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오(좋은교사운동 대표)

지금 부모 세대들도 입시 전쟁 속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그 당시 사람들은 자신들이 부모 세대가 될 즈음이면 경제가 발전하기 때문에 자녀들에게는 서구 선진국과 같은 교육을 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지금, 분명히 그 시절 꿈꾸던 경제적 풍요는 이룩했지만 입시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아이들은 더 극심한 교육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오히려 이전보다 경제적 부가 축적되었기 때문에 아이들은 더 많은 사교육에 시달리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아무도 다음 세대가 되면 입시고통이 사라질 것이라는 희망을 갖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의 입시고통의 문제가 단지 경제적인 발전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교육과 입시, 나아가 인간관에 대한 오랜 정신적 전통에서 나온 것임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유교문화권에서는 교육을 ‘선발과 배제’의 기제로 보았다. 즉 교육이란 학생들에게 정해진 교육과정을 제공한 후 그 결과를 평가하여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여 더 나은 혜택을 주고, 그 결과에 미치지 못하는 학생에게는 혜택에서 ‘배제’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렇게 교육을 선발과 배제의 기제로 사용하려다 보니 누구도 그 기준에 대해 불평할 수 없을 정도로 공정해야 하고, 이를 위해 만든 것이 객관화된 점수로 한 줄 세우기가 가능한 시험 선발 방식이다. 이러한 시험 방식은 학교 교육의 내용을 그 시험을 준비하는 것으로 바꾸어 버렸고, 사교육의 증가와 끝없는 입시경쟁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평등을 사회의 기본 골자로 삼는 북한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필자가 북한을 방문했을 때 평양제일중학교에서 학교 복도에 1등부터 꼴찌까지 학생의 점수와 등수, 사진이 붙어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하지만 한편으로 친근했던 것은 필자가 20년 전 고등학교 다닐 때 우리 고등학교에서 하던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은 교육을 ‘선발과 배제’의 기제로 생각하는 이 사고가 얼마나 뿌리깊고 우리의 골수에 묻혀있는 것인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동시에 우리의 입시경쟁 문제가 단지 제도의 문제로만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정신과 의식의 변혁이 필요한 문제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역으로 이것은 기독교가 입시문제 해결에 있어서 역할을 할 부분이 있고, 또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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