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서 교수, 자서전 〈내게 남은 1%의 가치〉 펴내

내게 남은 것이 1%라고 할 때 반응은 두 가지일 것이다. ‘어차피 소망이 없으니 1%를 내버리든가’ 아니면 ‘아직도 남은 1%로 새로운 희망을 기대하든가’이다. 누구나 후자를 응원하겠지만, 그 여정이 녹녹치 않을 것임을 알기에 1%로 일군 희망의 열매는 그만큼 값지다. 최근 이재서 교수(총신대 사회복지학과)가 쓴 자서전 〈내게 남은 1%의 가치〉(토기장이 간)는 한 인간에게 남은 1%의 가치가 얼마만큼 큰 희망을 낳을 수 있는 지를 뚜렷이 보여주는 증거다. 책은 그가 16살 때부터 써 온 일기를 바탕으로 꾸며졌는데, 한 구절 한 구절이 꾹꾹 눌러쓴 점자(點字)마냥 가슴에 새겨진다.

열다섯 살 때 당한 실명(失明)은 그에게 인생 전부를 송두리째 빼앗기는 충격이었다. 애원도, 눈물도 소용없었고 사방을 둘러봐도 좌절이고, 아픔과 고통일 뿐이었다.

“억울하게 사형 판결을 받은 사형수가 독방에서 형 집행을 기다리는 심정과 다름없었어요. 다만 죽을 날짜를 내가 정한다는 것이 사형수와 달랐죠.”

고향집 감나무 아래에서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가슴 속 가득한 억울함과 세상을 향한 분노는 그 결심조차 꺾어버렸다.

그런 그가 99%의 절망 아래 묻힌 나머지 1%를 바라보기 시작한 것은 스물한 살, 창조주 하나님을 만나면서부터다. 여의도광장에서 열린 빌리 그레이엄 목사 전도집회에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예수를 모르고 하나님도 믿지 않았지만 호기심으로 그곳을 찾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는 하나님을 만났다. 99%를 잃고 고작 남은 것은 1%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던 그에게, 하나님은 그 1%가 숨겨진 가능성의 시작이라고 속삭여주었다. 그 후 그는 순천성경학교, 총신대학교를 거치면서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꿈들을 가슴에 품기 시작했으며, 서른두 살 때는 홀홀단신 미국 유학길에 올라 10년 만에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땄다.

“하나님의 편애를 받은 것 같아요. 예수님을 만난 이후로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려갔고, 하나님이 모든 것을 준비해 주셨어요.”

1%의 가능성으로 시작한 그의 삶의 열매는 모교인 총신대 교수 직함 이외에도 그가 설립한 장애인선교단체 한국밀알선교단의 성장으로 나타났다. 총신대 3학년 때 설립한 한국밀알선교단은 그의 미국 유학 시절 세계로 뻗어나가기 시작해, 현재는 한국을 비롯해 22개국 67개 지부 및 연락소로 확장되었다.

현재 사단법인 세계밀알 총재로 사역하고 있는 그는 책에서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꼬집기도 했다. 그 자신이 몸소 겪은 차별과 편견이기에 고통의 크기만큼 각성과 변화의 필요성도 크게 느껴진다.

대학 강단에서 젊은 세대를 이끄는 스승으로서, 그는 책 사이사이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을 향한 권면의 글도 실었다. 세상 기준으로 크고 대단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 보시기에 귀하고 가치 있는 것을 추구해야 한다는 권면은 그의 소탈한 외양만큼이나 부담 없이 다가온다.

저자는 젊은 시절 소설가를 꿈꾸기도 했는데, 책은 여느 자서전과 달리 과장되지 않고 시종일관 담담하게 감동을 이끌어낸다. 문학적 향기가 가득한, 진솔한 문체는 책의 가치를 더 묵직하게 만드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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