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개혁의지 표명 불구, 전략 부재로 연합사업 오점 남겨

[해설] 한기총 개혁안 부결이 남긴 문제

8월 26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엄신형 목사) 제19회기 제2차 실행위원회에서 개혁특위가 내놓은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제도 개혁안이 부결됨으로 예장합동 교단은 향후 연합활동에 오점을 남겼다는 지적이다.

예장합동은 지난해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에서 극명히 드러난 대표회장 금권선거의 문제점을 적절히 지적했으나 이후 미숙한 대처와 어정쩡한 행보로 군소교단 관계자들의 설득에 실패해 큰 망신을 사게 됐다. 개혁안 무산과 더불어 7월 11일 엄신형 목사에 대한 ‘당선무효소송’ 각하판결까지 겹쳐 대형교단이지만 크기에 걸맞는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조롱과 더불어 합동측이 군소교단들을 무시하고 교세의 크기를 이용해 연합사업에서 지분을 넓히려 했다는 불신을 받게 됐다.

애초에 대표회장 선거를 개혁하겠다는 예장합동의 의지표명과 강력한 성토는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보수적인 교회협의체인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는 금권선거라는 비난을 받아온 지 오래였다. 특히 금권선거의 위력을 여실히 보여준 대표적인 모습이 지난해 있었던 선거라는 지적이 많았다. 당시 대표회장에 출마한 후보들은 각각 3억 원, 10억 원 등의 한기총 발전기금을 공약하면서 한 표를 호소했고, 결국 더 많은 기금을 약속한 이에게 회장직은 돌아갔다.

그러나 한기총 회장 선거의 문제는 단순히 대표회장이 정책보다는 돈에 표를 호소한다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투표권을 가지고 있는 실행위원과 총대를 향한 표심 잡기도 금권과 무관하지 않다는 데 있었다. 이 같은 한기총의 문제는 한국교회를 대표한다는 기관의 정체성에 손상을 주기에 충분한 치부였다.

이와 관련, 예장합동은 지난 대표회장 선거 이후 한기총 개혁을 강력히 주장했고 한기총은 개혁특별위원회(위원장:한영훈 목사)를 조직, 한기총 내외의 비판에 대해 일신된 면모를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지난 8월 11일 개혁특위는 고심한 개혁안을 한국교회 앞에 내놓고 공청회를 가졌다. 그리고 공청회 의견을 모아 8월 26일 실행위원회에서 대표회장 선거와 관련, “현 선거제도대로 하고 교회 숫자 비례 참고하여 실행위원 수를 조정한 후 자유경선하고 발전기금은 5000만원 현행대로 한다”는 최종안을 임원회까지 거쳐 선보였다. 개혁안의 골자는 소속 교단별로 500교회당 1명씩 실행위원을 두는 것으로 실행위원수를 교세에 맞게 조정하는 것이었다. 이 안이 통과될 경우 예장합동은 현재 11명에서 21명으로, 예장통합은 현행 9명에서 15명으로 각각 늘어날 수 있었다. 여기에 명예회장, 부회장을 제외한 임원, 실행위원장 등 당연직 실행위원까지 더해진다면 예장합동 등 대형교단들의 영향력은 커질 수 있었다.

이번 대표회장 개혁안의 실패에서 책임을 면키 어려운 것은 교단의 한기총 실행위원 및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아닐 수 없다. 경험 부족은 차치하고라도 과연 개혁의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시 되는 부분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최근 열렸던 공청회와 실행위원회에 이들 위원들의 대다수는 모습 조차 보이지 않았다. 8월 26일 실행위원회에서는 11명의 실행위원 가운데 단 3명만이 참석해 개혁안에 대한 투표권을 행사했다. 회의 때마다 길자연 김동권 홍정이 목사 등 증경총회장급은 군소교단들의 비아냥을 받으면서까지 수차례 발언권을 얻어 교단 입장을 대변하려는 애씀을 보였다. 그러나 한기총 개혁을 초반에 강력히 부르짖었던 인사들은 전혀 참석하지 않았다.

▲ 한기총 실행위원들이 대표회장 선거제도 개혁안에 대한 무기명 비밀투표를 하고 있다.
전략 부재도 눈에 띄었다. 과연 의지를 갖고 대형교단들과 군소교단을 두루 설득했는지도 미지수다. 군소교단들의 반발은 당연히 예상된 것이었기에 꾸준히 설득을 했어야 했으나 이번 실행위원회에서 드러난 표차와 같이 17명만 찬성, 45명은 반대(42표) 및 기권(3표)했다는 것은 어떠한 변명도 쉽게 납득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군소교단은 물론 대형교단들과도 충분한 의견 교감이 되지 않은 듯이 대교단들의 지지 발언도 미미했다. 적극적으로 발언을 해준 이는 적어, 이 부분에 있어서도 교단의 대책위원들이 노력을 게을리 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개혁위원회의 난맥상은 엄신형 목사를 상대로 했다가 각하된 판결과 관련해서도 알 수 있다. 교단관계자는 “당시 개혁위 안에서 소송을 중도에 접고 타협에 들어가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끝까지 밀어부치자는 강력한 주장이 있어 일을 그르쳤다”고 말했다. 수차례 모임을 갖고 변호사 비용까지 책정하면서 소송 진행까지했으나 이뤄진 것은 하나도 없이 교단적 망신만 산데 대해 한기총 파송 인사들에 대한 비판은 당연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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