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인선 작가 개인전 〈낮에 꾸는 꿈〉…치유의 내면 담아

▲ ① 온실 Greenhouse, oil on hardboard, 33.3×24cm, 2008.② 낮에 꾸는 꿈 Daydreaming (no.1), oil on canvas, 90.9×65.1cm, 2008.③ 외출의 의무 Confinement (no.4), oil on canvas, 90.9×65.1cm, 2007.
차분한 녹음 위 선명한 붉은 장미 한 송이. 장미는 핏방울이 번지듯 경계선이 이지러져 있다. 화면 속은 안개가 낀 듯, 초점을 잃은 카메라 뷰파인더처럼 몽롱하다. 초점이 엇나간 듯한 풍경은 화려하지만 차분하고, 명랑한 듯하면서도 우울한 이중적인 정서를 한층 더 극대화한다.

인사동 갤러리 도스에서 진행되고 있는 윤인선 작가의 개인전 ‘낮에 꾸는 꿈’에는 몽롱하고 아련한 기억들을 끄집어내는 풍경들이 가득 들어차 있다. 산산이 부서지는 햇살을 받고 달리는 아이들의 모습들, 창문을 통해 보이는 도시의 잿빛 풍경들, 벽에 길게 드리운 나무의 그림자들. 이들 작품은 ‘보고 있지만 기실 어디에도 초점을 두고 있지 않은 몽롱한 작가의 시선’을 그대로 드러낸다.

“작업을 하면서, 작품이 완성되지 않으면 붓을 놓지 않은 좋지 않은 버릇이 생겼어요. 하룻밤이고, 이틀밤이고 계속 쉬지 않고 작업하다보니 어느덧 불면증이 찾아오더군요. 일주일에 한 시간 정도 자는 생활이 계속되면 오후 3~4시의 낮 풍경이 제가 그린 그림처럼 보이죠.”

‘낮에 꾸는 꿈’이라는, 다소 익살스럽지만 의미심장한 제목도 역시 얼마 전까지 불면증으로 고생했던 개인적인 경험과도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윤 작가는 그 ‘꿈’이 곧 절망이 가득찬 세상에서 찾는 ‘비전’과 ‘소망’도 의미한다고 강조한다.

“지금 우리 주위를 바라보면 현실이 밝고 좋지만은 않아요. 절망과 아픔이 가득한 이 세상이기에 똑바로 현실을 바라보기 힘들 때도 있어요. 현실을 직시하기도, 등지기도 힘들지만 그 속에서도 소망과 희망을 찾고 싶은 심정이 이 작품 속에 나타나 있어요. 정의를 찾기 힘든 세상에서 공의를 이루시는 하나님을 소망할 수 있는 우리 크리스천들처럼요.”

흐릿하고 경계가 불명확한 이미지는 윤 작가의 기존 작업 패턴을 그대로 잇고 있지만 ‘장미’에서 나타나는 화사하고 생기 있는 컬러는 새로운 변화다. 윤 작가는 자연스럽게 불면증을 극복하면서 생생하고 화려한 자연의 컬러가 좋아졌다며, 붉은 계열의 색감이 심리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윤 작가는 작가 노트 마지막에 이사야 61장 3절 “무릇 시온에서 슬퍼하는 자에게 화관을 주어 그 재를 대신하며”를 기록해놨다. 마음에 상처를 입고 슬퍼하는 사람들에게 그림으로 위로와 치유를 주고자 하는 윤 작가의 비전을 담은 구절이다.

“작업을 지속하면서 가장 개인적인 그림에서 사람들이 공감을 얻는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관람객들이 제 작품을 통해 미적인 감흥을 느낄 뿐 아니라 숨겨져 있던 심리적 장애와 마음의 상처를 발견하는 치유의 통로를 발견하게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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