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대훈 목사(전주 시냇가에심은교회)
많은 시간과 인원, 재정을 투입해서 치르는 여름철 교육 프로그램과 그에 대한 좋은 반응은 금세 식어버리고 ‘우리가 언제 수련회를 했던가?’ 할 정도로 영향과 효력은 얼마가지 않는다. 그래서 필자는 현재 교회들에서 운영되고 있는 여름철 프로그램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再考) 보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체계적인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름철 교육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까?’

필자가 교회를 개척해서 소신껏 목회를 할 수 있는 담임목사의 위치에 있게 되자, 처음 시작한 것이 청년부들을 대상으로 한 〈독서여행〉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역사적 기원을 가지고 있다. 조선시대 세종 때에 집현전의 젊은 학자들이 업무에 시달려 책을 읽을 수가 없게 되자 세종대왕은 ‘사가독서제(賜暇讀書制)’를 실시하게 되는데 이것은 일종의 ‘독서휴가제’였다. 이 제도의 목적은 국가의 중요한 인재들이 직책에 얽매여 책을 볼 수 없으니 1년간 집으로 돌아가서 독서만을 하도록 휴가를 주는 제도였다. 요즘 기업체나 지방자치단체들에서도 ‘독서휴가제’를 많이 시행하고 있다.

필자는 교회도 기독교 지성과 영성을 갖춘 그리스도의 제자, 일꾼들을 양육하기 위해서 이 제도를 도입할 필요를 느끼고 여름과 겨울 방학기간에 <독서여행> 프로그램을 시작해서 올 여름으로 12번째를 맞이한다. <독서여행> 프로그램은 매우 단순하다. 신앙에 유익한 좋은 양서 한 권을 선택해서 독서와 질문과 토의하는 방식으로, 그 책의 내용을 내면화 또는 인격화 시키는 일을 한다. 물론 찬양과 기도하는 시간도 매시간 있다.

독서여행의 장점이 있다면 세계적인 훌륭한 목회자, 학자, 강사를 언제든지 초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외국인이든 내국인이든, 살아계시든 이미 돌아가셨던 상관없이 언제나 초빙할 수 있다. 물론 저자가 직접 오는 것이 아니고, 책을 통해서 만나지만 정식적 교류가 이루어지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그리고 독서여행은 어떤 사람의 가르침을 일부가 아닌 전체적으로, 일관성 있게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무리 뛰어난 인물이라도 세미나나 강의에서는 부분적인 지식을 전달하는데 그칠 수밖에 없지만, 한 권의 책에는 저자가 오랜 시간 수많은 자료를 참고해서 연구한 유익한 지식들이 담겨있다. 독서여행은 짧은 시간에 저자의 아름답고 좋은 사상을 질의응답을 통해 파악하면서, 자신들의 신앙에 대한 반성으 하고 유익한 지식들을 자신에게 적용해 보는 시간을 갖기 때문에 그 영향력이 오랫동안 지속된다.

더욱이 독서여행을 통해서 지성과 감성의 조화도 이룰 수 있다. 많은 교회들이 감성적인 예배, 감성적인 프로그램에 치우쳐 있는 이 시대에 반기독교적 도전들에 맞서기 위해서는 기독교적 지성을 구비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며, 독서여행은 훌륭한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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