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탭 뮤지컬 〈카렌과 빨간구두〉, 잔혹동화를 구원의 이야기로 각색

안데르센의 ‘빨간 구두’ 이야기가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무언극으로 탄생했다. 경쾌한 탭댄스, 동화 같은 마임, 단순하지만 강렬한 퍼포먼스도 함께 추가됐다. 7월 3일부터 8월 31일까지 대학로 창조콘서트홀 2관에서 진행되는 재즈탭 뮤지컬 〈카렌과 빨간 구두〉. 기존의 빨간 구두 이야기를 단순히 뮤지컬로 옮겼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한국 연극계에서 극작과 연출을 맡아온 손현미 작가가 빨간 구두 이야기를 희생과 구원의 이야기로 다시 해석했다. 잔혹한 마지막 부분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했다.

가난하지만 맘 착한 소녀의 마음속에 살고 있는 까만마음과 하얀마음. 이 둘은 끊임없이 카렌의 마음속에서 싸우며 카렌의 행동을 이끌어낸다. 번번이 하얀마음에 지고 마는 까만마음은 어느 날 카렌의 허영과 욕심을 이용할 생각을 하게 된다. 바로 구둣방 아주머니로 변해 카렌에게 빨간 구두를 선물한 것. 빨간 구두의 마법에 빠져 춤을 추게 된 카렌은 점차 오만해진다. 빨간 구두를 신은 카렌은 아픈 할머니를 버려두고 무도회장에 가서 왕자님과 함께 춤을 춘다.

어느 순간 빨간 구두를 제어할 수 없게 된 카렌은 지쳐 쓰러질 때까지 춤을 추게 된다. 안데르센의 원작은 이 부분에서 카렌이 자신의 발목을 자르면서 끝을 맺는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카렌 때문에 다친 할머니가 나쁜 마음을 찾아가 카렌 대신 그 구두를 신겠다고 자청한다. 카렌의 탐욕으로 벌어진 결과를 할머니가 대신 짊어지겠다는 부분에서 손 작가는 잔혹 동화를 사랑과 구원이라는 기독교의 내러티브로 절묘하게 전환한다.

“이 이야기는 제 자신의 개인적인 체험에서 시작했습니다. 저의 지식과 경력을 바탕으로 인간적인 욕심을 따라가고 있던 저에게 하나님께서는 어느 순간 ‘내려놓아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욕심을 버리고 모든 것을 내려놓으니 그제야 하나님의 모습이 보이고 하나님의 음성이 들렸습니다. ‘욕심을 버리면 하나님이 보여요.’ 이것이 제가 이 이야기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입니다.”

블랙라이트를 이용해 펼쳐지는 신비한 야광구두쇼, 살아 움직이는 듯 공중으로 날아다니는 다양한 소품 퍼포먼스, 화려한 조명 쇼 등이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극을 긴장감 있게 끌고 나간다. 화려한 퍼포먼스야말로 엄마와 아이들이 함께 볼 수 있는 장치라고, 손현미 작가는 귀띔한다.

“사실, 아이들에게 맞추려면 엄마들에게는 자칫 유치해질 수 있고, 엄마들 수준에 맞추다보면 아이들이 이해하기 힘든 작품이 되고 말아요. 엄마들의 문화 욕구를 충족하는 동시에 아이들도 재미있고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 스토리는 간단하게, 퍼포먼스는 화려하게 작업했어요.”

이번 작품을 기획한 GL 프로덕션의 김연수 대표는 〈카렌과 빨간 구두〉를 시작으로 세상을 향해 기독교 예술인들의 목소리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교회 이야기가 극 중에 나옴에도 불구하고, 기독교적인 색채가 뚜렷해도, 관객들이 아무런 거부 반응을 보이지 않아요. 안데르센의 동화를 원작으로 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세상 무대에서도 교회에서도 충분히 올릴 수 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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