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략적 모임’ 오명 딛고 순수 집회 강화 움직임…열린형식 등 다양한 변화 모색 시급

매년 한국교계 지도자들이 국가의 장래를 하나님께 의탁하고 성경 말씀(딤전 2:2)에 의거해 국가와 지도자를 위해 기도해온 국가조찬기도회가 올해 40회를 맞았다.

국가조찬기도회는 올해의 경우 교계지도자는 물론,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 사회지도자 4000여명이 참석하는 기독교계의 최대행사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 올해 국가조찬기도회는 정관계와 교계 지도자 4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교계 최대행사로 자리매김

올해 조찬기도회는 예년과 달리 몇 가지 변화된 점이 눈에 띄었다. 소위 소외계층의 인사들이 초청된 것이었다. 특히 기름유출로 피해를 겪어 전 국민의 관심사로 떠올랐던 태안지역의 목회자를 비롯하여, 장애인단체 지도자와 낙도 목회자 등이 참석했다. 또 지난해에 이어 탈북자 출신 목회자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올해 뿐 아니라 최근 들어 조찬기도회가 기도회로서의 성격을 강화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설교자들도 이런 점을 의식하고 있다. 올해 설교를 맡았던 조용기 목사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사전 원고 내용에 일부 더 보태 “우리나라가 극빈한 가난의 시대, 국가개별 시대에는 강력한 독보적 지도력이 필요했으나 이제는 더불어 가야하며 국민적 요구와 의견을 수렴해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조찬기도회에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임명규 대표회장이 참석해 국가조찬기도회에 대한 변화하는 한국교회의 시각을 엿볼 수 있었다. 물론 지난해 기독교교회협의회의 부회장을 역임했던 박종화 목사가 설교를 한 적은 있었으나 대표회장이 순서를 맡은 것은 남다른 면이 있다. 즉 한국교계가 진보와 보수를 초월해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런 면면들의 변화가 있지만 수천여명의 정관교계 지도자들이 많은 물질과 시간을 투자해 모이는 대형 기도회라는 점에서 향후 의미를 더 살리기 위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기도회적 모습 더 강화돼야

무엇보다도 많이 회자되는 것은 내용면에서 기도회적인 성격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기도문이나 설교문도 사전에 원고를 제출해 자료집으로 묶여 나오고 순서자들은 자료집에 쓰인 문구 외에 다른 이야기를 첨언하지 않는다. 따라서 자료집을 읽어 내려가는 식의 형식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수천 명이 조찬을 겸해 예배당이 아닌 호텔이나 컨벤션센터 등에서 모이고 있기 때문에 기도회답게 운영하기에는 장소와 시간의 한계도 있다.

이에 대해 국가조찬기도회 사무총장 장헌일 장로는 “국가조찬기도회 참여자들이 무대 위에서 이뤄지는 순서자들의 진행을 보는 객의 모습인 경우가 많다”면서 “식전에 통성기도를 하는 순서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더불어 국가조찬기도회에 더 많은 기독교 국회의원들이 참여해야 할 필요도 있다는 지적이 있다. 제16대 국회에 진출한 기독의원들은 120여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으나 올해 기도회에는 40명 가량이 참석했다.
기도회의 내용과 관련해서 정치인 위주의 진행이 아니라 미국의 경우와 같이 기독교 평신도지도자들이 기도회를 주관해야 한다는 의견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미국 국가조찬기도회는 목회자들이 설교를 맡는 순서도 없고 평신도 지도자들의 간증 위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독재정권 찬양’, 반성과제로

한편 국가조찬기도회가 1968년 ‘대통령조찬기도회’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이래 독재정권 시대를 거치면서 명백한 독재자들에게 쓴 소리를 제대로 못했다는데 대한 반성이 한번쯤은 필요하다는 지적도 오랫동안 계속된 비판 가운데 하나다. 대표적으로 비판받는 발언들은 “우리나라의 군사혁명이 성공한 이유는 하나님이 성공시키신 것이다”(제2회), “10월 유신은 실로 세계 정신사적 새 물결을 만들고 신명기 28장에 약속된 성서적 축복을 받을 것이다”(제6회) 등이다. 물론 대통령을 향해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은 설교자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해당 정권을 축복했거나 원론적인 정치 도의를 설교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는 것이 분석이다.

국가조찬기도회는 현재 전 세계 17개국에서 거행하고 있다. 한국은 56회를 진행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역사가 깊다. 문민정권으로 바뀌면서 기도회의 제목도 시류를 반영했다. 2002년의 경우 세계평화와 남북통일, 월드컵 성공개최, 올해는 국민화합, 경제번영 등이 들어갔다. 시대에 따라 주제도 변하고 주최그룹과 참석자도 변할 것이지만 국가를 대표하는 기도회로서 더욱 성숙해 가기를 바라는 것은 모든 기독교인들의 마음일 것이다.

올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대표회장으로 처음 예배 사회를 맡았던 임명규 목사는 “관변위주의 행사라고 생각해 비판적이었으나 한국교회 연합을 위해 참여해야 한다는 내부적 조언을 수용해 순서를 맡았다”면서 “조찬기도회가 당리당략을 넘어서 국가의 민족과 장래를 위해 순수하게 예배드리고 결단하는 모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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