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예배를 드리기 위해 예배당에 온 지적장애인에게,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다른 장소에서 예배드리게 한다면? 부교역자 청빙과정에서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면? 설교 시간에 강단에서 적절하지 않은 장애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장애인에게 수치심을 안겨준다면? 교회 행사를 기획할 때 장애인을 고려하지 않고, 일반인 위주로 기획하여 장애인이 참여할 수 없다면? 교회에서 운영하는 교육 기관에서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입학과 전입을 허락하지 않는다면? 시각장애인과 동행하는 안내견, 보조견의 예배당 접근을 막는다면?
지금까지 유야무야 넘어갔던, 혹은 이것이 문제라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교회들이 있다면 주목하기 바란다. 이제부터는 이러한 행위들을 한 개인이나 기관은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
4월 1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장애인차별금지법 때문에 한국 교회에 때 아닌 비상이 걸렸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에 의하면 2009년 4월 11일 이후에 신축 증축 개축된 500제곱미터 이상의 교회는 장애인들에 대한 정당한 편의시설을 반드시 제공해야 한다. 편의시설에는 엘리베이터, 장애인용 화장실, 점자주보와 수화 및 자막 정보 등이다. 또한 장애인 차별금지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이 법률에 적시되어 있고, 차별을 받았거나 접근권을 침해당했을 때 구제수단과 벌칙이 마련되는 등 강제권을 띠고 있어 장애인에 대한 배려에 소홀했던 교회들은 이에 대한 주의가 요청되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률이 시행됨에 따라 교회가 긴장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한 반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것 자체가 그동안 교회가 장애인에게 문을 닫아걸고 있다는 반증이 될 수 있다. 즉, 이번 장애인차별금지법으로 인해 교회는 이제 장애인에게 [자의가 아닌 타의로] 문을 열게 되었다는 오명을 씻을 수 없게 됐다.
한국밀알선교단 조병성 간사는 {예전에는 교회가 문화를 앞서가서 잘못된 관습을 혁파하는 데 앞장섰는데 이제는 법을 뒤쫓아가는 상황이 돼버렸다}고 언급했다. 또한 베데스다복지재단 양동춘 목사도 {장애인차별금지법 자체가 한국 교회의 아픈 부분을 드러냈다}고 한탄했다. 이준우 강남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법률이 시행됨에 따라 시정명령을 받아 변화하는 것보다는 교회 스스로 모범을 보여 적극적으로 장애인 인권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교회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우선, 장애인을 위한 거창한 시설을 마련하여 물리적 환경을 바꾸는 것보다는 [인식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 그동안 교회는 대부분 비교우위에 서서 장애인을 바라보는 경향이 강했다. 즉, 장애인을 [구제의 대상]으로 바라볼 뿐, 성도간 통합적인 친교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와 관련하여 이준우 교수는 {공예배뿐 아니라 주일학교, 소그룹 모임 등 신앙 교육의 현장에 장애인과 함께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장애인이 불편함을 호소했을 때, 장애인의 요구를 긍정적․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계윤 나사렛대 교수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됨에 따라 교회가 각 영역에서 갖추어야 할 자세를 10가지 지침으로 정리했다. △목회자가 강단에 설 때 올바른 장애용어를 사용하고 장애에 대한 교회와 사회의 책임을 강조할 것 △교회 내 직제, 교회 외부의 직제에서 장애인이 평등하게 참여하도록 할 것 △장애라는 이유로 교회 성례전 참여에 차별을 두지 말며, 자신의 의지로 신앙을 고백하기 힘든 지적, 중증 장애인의 세례 시행과 성찬식 참여를 보장할 것 △교회 내 물리적 공간에 완전 참여를 보장할 것 △교회의 고용, 인사, 조직 구성에 있어 장애인이 동등하게 참여하도록 할 것 △교회로, 교회 내 접근권과 이동권을 보장할 것 △예배, 전도, 교육, 봉사, 교제 등에서 장애인의 완전한 참여와 평등을 보장할 것 △장애아동과 장애여성의 권리를 보장할 것 △[배려]라는 명목 하에 장애인을 분리하지 않고 [통합]을 보장하고 교인들의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 △장애인을 고려하지 않고 일반인 중심의 프로그램을 기획하지 말고 장애인이 참여할 수 있는 교회 활동을 지원할 것.
여기까지가 소위 [기본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교회는 이 기본기를 뛰어넘어 교회 내 여러 사역에 장애인들이 스스로 참여하여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어야 한다.
베데스다복지재단 양동춘 목사는 이러한 기본기를 갖췄다면 좀더 적극적으로 {장애인들이 스스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라}고 주문한다. 즉, 장애인이 받는 존재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로 교회가 지원해야 한다는 말이다. 양 목사는 {장애인은 모든 교회의 영역 안에서 함께 존재해야 한다. 따라서 봉사․친교․교육의 현장에서도 스스로 주도적인 역할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지혜 기자 joy@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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