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인력난으로 연합 캠프 선호하나 과열 경쟁으로 양질 교육 의문
말씀으로 차분한 한해 준비할 자체수련회, 일관된 신앙훈련에 도움

▲ 연합기관이 주최한 동계 수련회에 참여해 뜨겁게 예배드리고 있는 청소년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K교회. 이 교회는 중고등부 겨울수련회를 자체적으로 진행한다. 중고등부 학생 30명밖에 되지 않는 중소형 교회임에도 불구하고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연합캠프보다 자체 수련회를 고집하는 이유가 따로 있다.

K교회는 연합단체에서 실시하는 ‘캠프’에 대한 아픈 기억이 있다. 이 교회 중고등부는 연합캠프 수요가 급증하던 2000년대 초반, 모 단체에서 실시한 겨울수련회에 참석했다. 당시 중고등부 부장은 어려운 교회 형편과 학생들의 반대도 뒤로한 채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기독교 문화를 알려야 한다’는 담당 교역자의 말만 듣고 연합캠프를 강행했다고 한다.

연합캠프 결정은 주최측의 홍보도 한 몫 했다. 이름 석자만 봐도 알 수 있는 유명 강사와 CCM팀들, 거기에 짜임새 있는 프로그램은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딴판이었다. 1000여 명의 학생들이 모인 자리이다 보니 복음확신과 신앙성숙의 자리어야 할 수련회가 시장통으로 바뀌었다. 광고와 다른 강사, CCM팀 때문에 원성을 사기도 했다.

H교회도 캠프에 대한 쓰라린 경험을 했다. H교회는 1월에 연합캠프에 참석하기 위해 신청서와 참가비까지 입금했다. 그러나 캠프가 열리기 1주일 전 주최측에서 일방적으로 ‘취소됐다’고 알려왔다. 강사 섭외가 어렵고 인원이 충족되지 않아 취소하기로 했다는 궁색한 변명만 들어야 했다.


●캠프, 춘추전국시대 맞다

과거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청소년 겨울수련회는 개 교회별로 기도원에서 하는 것이 통상이었다. 그러나 미디어가 발달하고 대중문화가 확장되면서 교회 내 청소년들의 문화욕구가 교회를 앞서가게 된다. “수련회로는 한계가 왔다”는 말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겨울수련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생겨난 것이 ‘캠프’. 일부 청소년 선교단체들이 1990년대 후반부터 다양한 캠프를 선보이면서 선풍적인 호응을 얻었다. 이후 2000년대 초반부터 너도나도 선교회를 만들고 캠프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캠프는 과열경쟁 때문에 과장광고와 흥미위주 교육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었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인 청소년과 학부모 교회 몫으로 돌아오고 있다.

한 청소년 선교단체 대표는 “불과 2년만에 청소년 겨울캠프가 50%이상 늘었다”면서 “급조된 캠프도 많을 뿐더러 강사 빼오기나 장소 경쟁도 치열해 캠프 자체가 취소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겨울수련회=찬밥 신세

 K교회 중고등부 교육전도사에 의하면, 총신신대원 동기들이 사역하는 교회 4곳 중 K교회만 수련회다운 수련회를 개최한다. 그나마 1곳은 겨울수련회 대신 스키장을 선택했으며, 나머지 2곳은 겨울수련회를 아예 포기했다. 그는 “교회는 재정과 인력 한계 때문에 꺼려하며 여기에 학부모들이 공부에 방해 된다는 요구까지 겹쳐 겨울수련회 개최에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겨울수련회에 대한 교회의 안일한 반응도 캠프 폭증의 원인이 되고 있다. 대다수 교회들이 여름 행사에 집중하다 보니 겨울수련회는 항상 뒷전으로 밀려나기 십상이다. 그러다 보니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캠프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H교회 중등부 교역자는 “교사 대다수가 직장인이어서 겨울수련회 때 교사로 나서는 이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캠프를 택했다”면서 겨울수련회 인력난을 금전으로 보상하려는 현상이 한국 교회에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자주 바뀌는 담당 교역자와 교사들은 일관된 교회 교육의 방해 요소가 되고 있다.

턱없이 부족한 수련회 장소 때문에 캠프로 몰린다는 지적도 있다. 한 선교단체 간사는 “예전에는 텐트나 기도원을 이용했지만, 최근에는 편안하고 음향시설이 갖춰진 곳을 원한다”면서 “그러나 전국에 이런 시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캠프로 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포기할 수 없는 기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울 청소년 사역을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현장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겨울 행사는 무엇보다도 ‘하나님의 말씀으로 무장하며 준비하는’ 시간이 되어야 하며, 또한 그러한 시간이 될 수 있는 분위기가 가장 잘 조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말씀에 집중하기에는 겨울수련회가 여름수련회보다 여러모로 낫다고 한다. 여름이 소란스러운 분위기라면, 겨울은 차분한 분위기를 만들기에 적합하고 그래서 그만큼 성경 말씀을 묵상하고 공부하기에도 좋다는 것이다. 또한 청소년들에게도 차분하게 한해를 준비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유익하다고 강조한다.

청소년 사역자들은 캠프의 장점을 개 교회에서 쉽게 섭외하기 어려운 양질의 강사와 대규모 저녁집회, 다양한 행사 등으로 꼽았다. 또 개인주의에 빠져있는 청소년들에게 공동체훈련을 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교회 자체 수련회를 고집하는 사역자들은 교회 소속감 증대와 일관된 신앙훈련이 가능하기 때문에 수련회를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한다. 검증이 안된 단체와 강사는 청소년들에게 교회 교육과 괴리감만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캠프는 자칫 교사와 교역자를 방관자로 만들 수 있지만 교회 수련회는 교사와 교역자가 헌신하고 다짐하는 계기가 된다고 말한다. K교회 중고등부 교육전도사는 “양들의 영적 상태를 누구보다도 담당 교역자가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이들을 최적의 상태로 이끌기 위해서는 자체 수련회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례행사가 되어버린 청소년 겨울 사역. 이제는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때이다.

정형권 기자 hkjung@kidok.com


겨울은 교역자, 교사, 학생 모두가 낯설게 만나는 시즌이다. 그래서일까? 교회 청소년부서는 겨울철에 대체로 멋진 만남의 장을 찾는 듯하다. 행사를 당장 자체적으로 준비하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없는 시즌이기에 의례 교회 밖 캠프나 수련회에 눈길을 돌리게 된다. 총회 청소년 전문가의 말을 빌리면, 예년대비 올 겨울 청소년캠프의 숫자가 50%이상 늘었다고 한다. 나름의 차별화 된 컨셉을 갖고 행사를 주관하는 선교단체들의 시도를 보면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단회적 이벤트성 행사’라는 것.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음은 물론이나 올 겨울을 보내면서 ‘근본적인 소리’가 나오고 있어 눈길을 끈다.

행사, 프로그램 일색인 상황에서 반자동으로 나오는 소리라고만 치부하기에는 일리가 있는 소리다. 바로 지속적이며 근본적인 정책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

6년간 청소년전담 사역을 계속했던 인천의 ㅇ목사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청소년부에 접목시켜 왔다. 매년 수련회는 물론, 교회에서 해 볼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다 해 봤다는 ㅇ목사. 그런데 최근 그가 내린 결론은 이것이다. 교회에서만의 교육으로 청소년 사역을 한정하는 것 자체가 한계가 있다고. 즉 지속적인 교육을 향해 청소년사역의 관점이 이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쉽게 말해, 교회가 가정과 긴밀히 청소년 교육을 영위할 수 있고 지속할 수 있는 방안이 가장 근본적이고도 실질적인 ‘안’이라는 것이다.

마크 드브리스의 〈청소년 사역, 이젠 가정이다〉(성서유니몬선교회)는 교회지도자와 청소년 사역자들에게 본질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는 주일학교 창설자들의 원 취지가 ‘불신 빈곤층 어린이들을 전도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주일학교가 믿는 부모들의 역할을 대신할 의도가 애초부터 없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의 요지는 청소년들의 신앙적 성숙이 이루어지도록 하나님께서 마련하신 프로그램-가정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교회 범주 안에서만 청소년 교육을 국한하려는 기현상과 그 한계가 외부행사(청소년 선교단체 프로그램) 참여를 야기시켰다며 어른들, 특히 ‘부모’가 배제된 청소년 사역의 한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프로그램보다 중요한 것은 청소년을 꾸준히 지원하고 돌보는 영적 스승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교회의 십대들은 멋진 중고등부 프로그램보다 성인들과의 의미 있는 경험들을 통해서 훨씬 더 많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그는 그리스도인 자녀 양육을 위한 하나님의 대책은 바로 ‘가정’이었다며 청소년 사역도 이 원리를 잊지 말아야 함을 호소한다. 따라서 부모가 청소년 교육을 교역자에게만 맡기지 말고 전면에 나서야 할 것과 교회는 가정을 돕고, 신실한 어른들과 십대들이 교회 속에서 많이 접촉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직 사역 전반부인 지금, 귀담아 둘 필요가 있는 ‘소리’가 아닐른지.

김희돈 기자 lefty@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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