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식 목사(대길교회)

▲ 박현식 목사

매년 이맘때가 되면 빛나는 졸업장을 기뻐할 수만 없는 현실이 신대원 졸업생들과 가족, 그리고 뜻있는 교계 지도자들에게 있다. 신대원 졸업장이야 말로 끝이 아닌 시작을 의미하는 우울한 각축장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은 단지 본교단의 총신 신대원만의 고민이 아니라 한국 교회  전반의 문제다.

간단한 금년의 통계 수치 하나만 인용하면, 현재 본 교단이 배출하는 졸업생 수는 총신대 신대원 612명, 칼빈대 60명, 대신대 45명, 광신대 80명 합계가 무려 800명이다. 교회의 숫자는 1만 906 교회, 전체 교역자는 2만 6410명이며 그 중에 목사의 수는 1만 7874명이다. 반면에 주지하다시피, 교인과 교회의 증가수치는 정체 또는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이 중에 해외 유학생들과 편입되고 있는 교역자의 숫자는 제외한 것이라고 하면, 이미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깨어지고 교역자 포화 상태로 인한 질적 저하와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청년 백수의 문제가 한국 사회의 심각한 이슈이듯이, 무임 목사 또는 청년 백수 복사는 한국 교회 전체에 암운을 드리고 있는 문제이다.

그렇다면 그 원인은 무엇일까?

목회의 비전을 상실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대적인 흐름이며 각종 통계가 말하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수요와 공급의 시장 경제 원리로 생각하면 간단하다. 졸업생들은 쏟아져 나오는데 일터가 없다. 교회의 부흥이 멈추고, 교인수의 정체 현상이 복음 선교의 낭만주의에 종말을 고한 것이다. 필자가 재학 중이던 20여 년 전만 하여도 목회자 수급을 걱정하기 보다는 푸른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작금에는 비전은 없고 비좁은 경쟁만이 판을 치고 있다. 독자 여러분은 시간을 내어 한반도 복음화 지도를 찾아보시기 바란다. 매번 기독교 복음화가 25%를 상회하였다고 하지만, 전국에 10% 미만의 복음화 지역들이 황토색으로 도배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루속히 복음의 푸른 계절이 찾아와 삼천리강산과 오대양 육대주가 하나님의 나라 일터가 되어야 한다. 위로부터 부어주시는 것은 하나님이 하시지만, 우리가 할 것은 그 물꼬를 트고 물려받은 전답이 옥토가 되도록 경작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구체적인 방안으로 언제까지나 기성 교회의 목회와 한정된 강단만을 바라볼 것이 아니다. 해외 선교와 군 선교, 농어촌 개척 교회를 대비하되 철저히 전문화해야 할 것이다. 신대원이 획일적으로 당회장 후보생 교육에 그치지 말고, 유능하고 충성스러운 부목사 교육과 찬양과 전도, 기독교 문화 사역 등 은사에 따라 다양한 교역자들을 길러내어야 한다. 특히 요즘 복지 목회와 상담 치유 등의 전문가가 요청되고 있다. 참고로 소개하면, 필자가 섬기는 교회의 경우에는 교육관을 정부에 재산출자하여 복지 재단을 설립하고, 현재 전임 직원만 6명이 근무하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인건비는 정부의 복지예산으로 충당되고 있다. 신학교육을 받은 복지사 또는 상담사와 치료사들이 필요한 때이다. 고용창출을 교회가 구체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언제까지나 대형 교회와 스타 목사가 선망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진정으로 낮은 곳으로 임하는 작은 예수와 상한 영혼을 보듬는 현장이 있을 때에 신학교와 한국 교회는 살아날 수가 있을 것이다. 복음의 감춰진 지경을 넓혀야 할 때가 도래한 것이다.

그러므로 신학교육을 경직된 교리 교육에서 벗어나야 하듯이, 정치 논리로 다루어서는 안 된다. 실사구시의 실천 신학을 중시하고, 현존하는 집단이기주의의 유혹에서 탈피하여야 한다. 필요하면 제 살과 뼈를 깎는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수요와 공급에 따른 졸업정원제 또는 소수 정예화 한 신대원 교육과정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신학교를 위한 신학생이 아니라 한국 교회를 위한 지도자로서의 인재들을 배출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차세대 목회자 양성을 위하여 창구를 일원화하고 전문화해야 한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행함에 있어서 사람이 중요하기에, 정직하고 소신이 분명하며 실력 있는 분들을 모셔야 한다. 교단 발전 기금이나 총회의 잉여 재원이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집중적으로 이 명분 있는 프로젝트에 투자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총신 신대원을 졸업하는 후배들이 더 이상 임지 불안이 없이 마음 놓고 졸업의 축하를 받으며,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돌릴 수 있는 희망과 포부로 가득 찬 빛나는 신대원 졸업식장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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