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천사의 말 한다해도’ 작곡가 제임스 스티븐스

한국인의 큰 사랑 감사…음악사역은 테크닉보다 비전 먼저 세워야

▲ 제임스 스티븐스는 현재 내슈빌 프리윌 뱁티스트 바이블 칼리지(Free Will Baptist Bible College )의 음악 학과장을 맡고 있으며 영국 크리스천투데이 칼럼리스트 및 음악 저널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품과 작가는 닮은꼴이라는 말이 다시금 실감났다. 작곡가 제임스 스티븐스의 온화한 첫 인상은 그의 곡 ‘내가 천사의 말 한다 해도’와 꼭 닮아 있다. 선민음악에서 주최한 ‘폭발! 교회 음악 세미나’의 강사로 초청되어 한국을 방문한 제임스 스티븐스는 빡빡한 일정을 앞두고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었다.

서정적이고 부드러운 멜로디와 가사 때문에, 조금 과장을 보탠다면 한국 교회에서 ‘생일 축하곡’만큼이나 널리 불리고 있는 ‘내가 천사의 말 한다 해도’. 축가나 특송은 물론이고 각종 웹사이트와 전자 카드의 배경 음악으로, 티비와 라디오의 테마 음악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 곡은 정작 미국 현지보다 한국 교회에서 더 많이 불리고 있다.

“한국의 크리스천 음악들을 제가 들어보니, 미국보다 훨씬 더 아름답고 부드러운 것 같아요. ‘내가 천사의 말 한다 해도’가 인기 있는 이유도 촉촉하게 젖어들어가는 듯한 선율이 감성적인 한국인의 정서에 잘 맞아떨어진 것 같습니다.”

그는 1990년, 한 찬양 워크숍에 참석하여 하나의 주제를 계속적으로 반복해서 찬양하는 훈련을 한 적이 있다. 그가 특히 집중해서 불렀던 곡은 찬송가 중 ‘갈보리산 위에 십자가 섰으니’였는데, 이 곡을 부르면서 많은 은혜를 받았다.

“이 곡을 내 삶에서 좀 다르게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문득 한 선율이 떠올랐어요. 두 줄 정도 테마를 잡아놓고 있었을 무렵, 작곡가 조셉 마틴에게 미완성 곡을 보여줬더니 몇 군데를 수정해줬죠. 조셉 마틴 덕분에 이 곡의 멜로디가 조금 더 풍성하고 화려해진 것 같아요.”

이 선율에 그가 평소에 좋아했던 고린도전서 13장의 구절을 붙여서 완성한 것이 바로 ‘내가 천사의 말 한다 해도.’ 극적이거나 드라마틱한 곡은 아니지만 삶 속에서 잔잔한 변화를 추구하고자 하는 그의 의도가 잘 드러난 작품이었다.

한국에 관해 선이해가 있느냐는 물음에, 그는 자신의 학생들을 언급했다. 그가 남침례교단에 속한 신학대학원에서 음악을 가르치고 있었을 때 만난 다수의 한국 학생들은 모두 진지하게 학업에 열중하고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는 모범적인 학생들이었다고. 한국에 오기 전 웹사이트를 통해 한국 교회에서 자주 불리는 찬양곡도 접하며 한국 교회의 찬양 문화를 조심스럽게 추측해보기도 했다. 그래서 물었다. 현재 한국 교회 음악 사역자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무엇일까.

“먼저, 테크닉보다는 교회 음악인으로서 합당한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회 음악인들은 음악으로 목회를 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사역자들이니까요. 목회자가 한 교회를 이끌어가기 위해 분명한 목회 비전을 세우는 것과 같이 음악 사역자들도 분명한 비전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비전은 특정 대상이나 특정 그룹이 아니라 온 교회 회중을 위한 것이어야 하죠.”

그는 이어서 전통 음악과 현대 음악이 조화를 이루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에서 가끔 볼 수 있는 전통 클래식 찬양과 현대 워십 음악의 반목은 이미 10~20년 전 미국에서 경험했던 현상이다. 그는 전통 예배는 결코 흔들려서는 안되는 것이지만 새로운 현대 음악에 대해서도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그는 평소에 클래식을 전공하는 자신의 학생들에게 현대 음악을 접하는 기회를 계속적으로 제공한다고.

“교회 안에 여러 그룹이 있다는 것을 먼저 인정하는 것이 필요해요. 서로의 공통점을 먼저 찾고, 서로가 원하는 것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하는 음악이 우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전체 교인들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겠죠.”

한편, 그가 작곡한 ‘내가 천사의 말 한다 해도’는 1990년대 이후 한국에서 계속적으로 불법 유통된 사실이 최근 알려졌다. 제임스 스티븐스는 이에 대해 “달콤한 사탕과 쓴 약을 함께 삼킨 기분”이라고 말하며 “한국 교회가 이제는 저작자의 권리를 소중하게 여겼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현재 ‘내가 천사의 말 한다 해도’의 저작권은 선민음악에서 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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