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 또 하나의 복음, 교회미디어 혁신 필요하다 - 2.〈주보·요람〉 어떻게 제작할까

 방대한 분량 오히려 역효과…스크린·신문 등 타 미디어 활용해야
 
교회건물 표지 게재에도 불만…성도와 소통하는 공간으로 만들라

▲ 교회 디자인 전문가들은 사람들의 얼굴이 다르듯이 주보·요람도 그 교회의 특색에 맞도록 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흔히들 주보와 요람을 그 교회의 얼굴이라고 한다. 주보·요람을 보면 그 교회의 교세와 현재 상황, 미래상까지 가늠해 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처럼 교회의 모든 것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주보·요람을 어떻게 제작해야 할까? 교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주보·요람 제작에 대해 알아보도록 한다.    <편집자 주>


 주보     예배 전도 홍보 등 교회행정의 전반을 다루는 주보는 목회의 중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보는 일제강점기 때부터 사용되다가 1960~70년대 파라핀(초)이 보급되면서 전성기를 맞는다. 그러다가 공타와 청타가 도입됐고, 이후 사진식자가 들어오면서 조악하나마 이미지가 활용됐다.

주보제작에 혁신을 불러 온 것은 컴퓨터. 90년대 중반부터 컴퓨터가 급속도로 보급되면서 인쇄소가 아닌, 교회 자체 주보제작이 보편화 됐다. 또 이미지와 일러스트 사용, 교회간 주보 데이터 공유가 이뤄졌다. 최근에는 주보제작 컨설팅 회사가 생길 정도로 주보에 대한 교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상황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성도들은 주보에 대해 불만이 많다. 경남대학교 임태윤 교수(디자인학부) 연구에 의하면, 교회 성도 137명 중 절반 가량인 65명(47%)이 교회 표지에 불만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특히 주보 전면에 교회건물 사진을 싣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주보 1면에 교회 사진을 싣는 것은 홍보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자칫 교회 건물 자체가 우상화 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현대 주보의 또다른 문제점은 일러스트의 차별화 부족이다. 교회건물이나 예배모습 등은 주보제작 획일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여기에 컴퓨터와 인터넷의 보급으로 데이터 공유가 늘어나면서 획일화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주보제작자들은 현대 주보에 다이어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일부 교회에서는 10면 이상의 대형 주보를 제작하기도 한다. 이 안에는 담임 목사의 칼럼에서부터 지역소식, 사회 이슈 등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방대한 분량은 오히려 주보를 기피하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 주보에서 담지 못한 내용들은 ‘교회신문’을 통해 소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간결해진 주보 내용에는 교회의 비전이나 목회방향을 각인시키는 공간으로 활용하면 된다.

주보 다이어트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은 예배당 내 스크린. 임태윤 교수는 “교회 내 대형스크린 활용도가 높아져 69%의 성도가 스크린을 통해 예배순서나 광고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한다. 복잡한 예배순서는 새신자들에게 부담감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스크린에서 소화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또 교회 주요행사는 방송이나 이미지를 활용하라고 말한다. 이미지는 단순한 텍스트보다 각인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종이라는 오프라인과 스크린이라는 온라인을 동시에 활용하면 ‘윈윈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디자인 전문가들은 교회 특성에 맞는 주보제작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타 교회와의 경쟁의식을 버리고 개 교회 실정에 맞는 크기와 면수로 제작하라는 것이다. 표지는 성도들의 사진이나 작품을 담든지, 아니면 새식구를 소개하는 등 소통의 공간이 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정형권 기자 hkjung@kidok.com

 

전화번호부 전락 ‘요람’
매뉴얼로 ‘업그레이드’

목회비전 공유하는 안내서로

교회요람    교단 내 인지도가 있는 교회들의 요람을 문의했다. 대전 새로남교회(오정호 목사)의 경우 제자훈련에 맞춰 개인 위주보다는 가족단위의 사진으로 요람을 구성한 점이 특징이다. 요람에 교회가 추구하는 목회 시스템을 그대로 반영한 사례.

사랑의교회는 언젠가부터 교회요람을 만들지 않고 있다. 일단 교인이 많아 인쇄물로 만드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대신 교인들에게 앨범형식의 ‘브로셔’ 를 나누어 준다. 새해 목회계획과 섬기는 일꾼들을 소상히 담아 교인들의 이해를 돕는다.

제자교회(정삼지 목사)는 4년 전부터 요람을 만들지 않고 있다. 계속 새신자가 들어오는 탓에 예전 스타일로 만들어 봐야 유용가치가 몇 개월을 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신자에게 요람 대신 교회 소개 책자를 주고 있다. 

서울광염교회(조현삼 목사)의 경우도 교회요람에 부정적이다. 지금껏 단 한 번도 요람을 만들지 않았다는 이 교회는 교인 정보가 사진과 함께 세세히 실리는 기존의 교회 요람에 문제점을 지적한다. “교인 사생활이 침해될 수 있어요. 모금업체, 자선단체 등에게 노출되는 자료로 악용될 수 있습니다.” 조현삼 목사는 그래서 교인정보는 사무실로 일원화한단다.

개선 의식 증대…대안 희박

교인 전화부가 되어 버린 교회 요람을 두고 교회들의 시각이 바뀌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대안물을 만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깨달은 바가 있어 변화를 주고자 해도 적지 않은 비용이 추가로 소요되기에 더더욱 그렇다. 교회요람 전문제작사들은 기존의 요람 형식을 벗어난 모델 개발에 아직은 계획이 없는 듯했다. 표지 및 디자인 등의 변화 정도? 그래서 교회들이 별도의 수첩이나 다이어리를 구입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교회 요람은 교회 ‘매뉴얼’ 

김점옥 목사 〈목회비전을 교회요람에 담아라〉의 저자는 교회요람은 교회 매뉴얼(church manual)이라고 말한다. 전자기기 등을 구입하게 되면 상자 안에는 매뉴얼이 있기 마련. 그는 매뉴얼에는 부품 하나하나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아니라, 그 기기를 어떻게 작동시킬 수 있는 지를 담고 있다고 말한다. 교회 요람도 마찬가지라는 것. 교인들에게 필요한 건 구성원들에게 대한 단편적인 정보가 아닌, 교회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가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교회가 어떤 목회철학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목적과 프로그램에 의해 움직이는지, 교회의 신앙고백은 무엇이며 교인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성숙해 가는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요람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이유입니다. 요람에 마스터 플랜으로 구성된 목회 비전을 싣는다면 잡다한 일을 요람 한 권 안에서 해결하는 힘을 얻게 될 것입니다.”

교회 요람 = 비전 알리미

요람을 기획하면서 발견한 것은 크게 세 가지였다. 교회들의 요람 양식이 거의 천편일률적이라는 것 하나와 의외로 많은 교회들이 요람 제작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기독교 인쇄 관련 업체들의 경우에도 요람을 염두한 상품이나 샘플을 전혀 기획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어쩌면 많은 교회들이 무비판적으로, 교회 요람 제작을 당연시 하는 지도 모른다. 막대한 헌금이 소요되는 만큼, 실제적인 목회 도구로서의 평가와 재인식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중요한 내용만 뽑아 간추려 놓은 책’ 이란 뜻의 사전적 의미를 벗어나 매뉴얼의 차원으로 요람을 봐야한다고 말한다. 교회 및 신앙 안내서요, 목회가치와 방향을 심는 비전 공유기로서, 교회 요람의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한 때다.

김희돈 기자 lefty@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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