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간으로 인기, 성공적 운영 늘어…활용계획 꼼꼼히 점검해야

▲ 교회카페는 제사의 공간인 예배당과 교제와 소통의 공간인 카페가 만나 조화를 이루는 장이다. 잘 활용하면 멋진 사역의 터전이 되지만, 자칫 애물단지로 전락할 위험도 있다.
정갈하게 장식된 테이블에 바람결처럼 슬쩍 귓가를 적시는 은은한 음악, 그리고 따뜻한 차 한 잔. 현대인들이 원하는 달콤한 휴식의 한 장면이다. 거칠거나 빡빡한 일상을 매끄럽게 변모시키는 윤활유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카페이다.

어찌 보면 교회당이라는 공간도 그 비슷한 역할을 하는 곳이다. 세상살이에 지친 영혼들이 영적인 갈증을 해소하는 오아시스이자, 느슨하게 풀린 마음의 줄을 질끈 동여매는 재충전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이질적인 듯하지만 다시 보면 유사한 느낌을 주는 두 공간을 ‘교회카페’라는 하나 된 이름으로 만나는 일에 요즘에는 그리 어색하지 않게 되었다.

교회카페의 효시에 해당하는 서울 사랑의교회의 ‘아름다운 땅’이 교회당과는 일정한 거리를 둔 지역에 카페를 개설했던 90년대와 달리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교회당 안에, 그것도 알짜배기 터에 자리 잡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대전 새로남교회가 스카이라운지 격인 꼭대기 층에 카페를 개설해 탁 트인 전망을 제공하는가 하면, 광주중앙교회는 1층 사무실 바로 옆에, 목포 사랑의교회는 현관 로비에 각각 카페를 개설해 접근성과 편의성을 도모하고 있다.

이들 카페는 주일에는 교우들에게, 평일에는 주변 이웃들에게는 쉼과 사귐의 장소가 되고 있고, 잘 가꾼 인테리어와 아늑한 분위기, 값싸고도 질 좋은 음식물, 자원봉사자들의 친절한 서비스로 교회의 문턱은 낮추고, 호감과 친화력은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때때로 교회카페는 불신자들을 전도하는 접촉점 구실을 하는가 하면, 소외된 이웃들에게 근사한 한 끼 식사와 모처럼의 여유를 만끽하게 하는 봉사의 장으로, 시낭송회나 콘서트 같은 이벤트가 마련되는 문화공간으로 각광받기도 한다.

이처럼 교회카페의 성공적인 운영사례들이 눈에 띄면서, 교회당 리모델링이나 신축과정에서 ‘로뎀나무’라든지 ‘샬롬’ ‘샤론’ ‘헷세드’라는 근사한 이름을 단 휴식과 교제의 공간을 마련하는 일이 유행처럼 번지는 중이다.

그러나 교회카페가 모두 교회당 내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것은 아니다. 공들여 개설한 카페가 비싼 돈만 집어삼키고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채 창고나 다름없이 먼지만 쌓여가는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실패사례도 성공사례 못지않게 나타나고 있다. 사전에 충분한 준비나 예측 없이, 무작정 만들어놓고 보자는 안이한 생각이 낳은 결과이다.

카페개설을 위해서는 교회 주변의 인구밀집도, 주민들의 경제적·문화적 수준, 주택가에서 교회당까지의 접근성 등 외부요인은 물론이고, 카페운영에 투입될 인력과 물적 자원, 공간배치 등 내부요인들까지 두루 따져보아야 한다. 간단한 음료수 정도라면 몰라도 식사용 음식까지 취급할 생각이라면 관계기관의 감독을 받는 불편쯤은 감수해야 한다.

실패한 경우 대부분은 이용자들의 수요측면을 고려하지 않고 공급측면만을 의욕적으로 생각하다가 개점휴업 상태로 전락한 경우이다. 예배당 너무 깊숙이 카페공간을 배치해 교회의 경건성과 사역의 집중도를 해친다는 지적을 받는 예도 있다.

때문에 교회 안팎의 여건이 충분히 숙성되지 않은 상태라면 굳이 과시나 호사를 목적으로 카페를 개설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어설픈 카페운영으로 낭비되기 쉬운 교회의 자원들을 더 유용한 목적에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교회개방을 통한 전도나 섬김의 동기가 분명하고, 적절한 자원과 여건들이 구비되어있다면 카페개설을 망설일 이유도 없다. 잘 운영되는 교회카페가 교회와 지역사회에 선물하는 아름다운 과실들은 거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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