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역을 ‘교회사역 중심’이 되게하라

‘성경적 모델’이란 확신 가지고 공동체 회복 비전 공유해야

▲ 이제 구역모임은 더 이상 예배장소 일뿐 아니라 나눔과 사역의 센터다. 한 교회 구역모임에서 함께 참석한 자녀들을 위해 기도해 주고 있다.
어떤 프로그램이든지 그것을 적용해 교회의 체질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좋은 프로그램이 있다고 해서 그때마다 목회자가 채택하면 온 교회가 홍역을 앓게 되고 또 변화에도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요되기 때문이다.

구역을 활성화시키려는 일도 간단한 것은 아니다. 궁극적으로는 교회가 좀 더 성경적이고 개혁적인 모습으로 바뀌도록 하는 몸부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행히 기존의 구역이라는 조직을 갱신시키는 차원이기에 다른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에 비해 현재의 틀을 상당히 유지하고 시작할 수 있다.

구역모임 갱신을 주장하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구역갱신의 첫 번째 조건은 목회자의 철학이다. 담임목회자가 구역은 성경적인 모델이라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예수께서도 사람에게 집중하셨으며 12명의 제자라는 소그룹을 이끌면서 사람을 세우는 일에 힘쓰셨다. 

대부분의 교회를 보면 전도회나 위원회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만 구역이나 교구 조직은 전체 조직에서 아예 빠져 있는 경우가 있다. 설사 구역을 끼워 놓았다고 하더라도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형식적인 성도 관리 기관 정도로 치부하고 있다. 한마디로 장년 목회에서 구역을 교회 전체 조직이나 교회 정책의 중심축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목회자의 구역에 대한 비전을 교회 지도자들 및 성도들과 공유해야 한다. 이 부분은 담임목회자가 교회를 개척한 경우이거나 교회 개척 초창기라면 비교적 쉽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는 만만치 않은 일이다. 실례로 월곡중앙교회의 경우 담임 임석종 목사는 부임 후 첫 5주간은 사랑을 주제로, 이후 5주간은 말을 주제로 설교를 했다. 또 매월 사역세미나를 열었다. ‘사람을 살리고 세우는 교회가 되도록 하자’는 모토 아래 교회갱신을 계속해서 주창했다.

면목동 동부교회 박성일 목사는 37년 역사의 교회에 부임해서 가정교회운동을 통한 구역 살리기를 시도했다. 당회원들과 비전공유가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장기적인 계획 아래 우선 당회 모임에서 함께 말씀을 나누고 신앙서적을 읽고 교제를 가지면서 마음 문을 열어 나갔다. 박목사의 표현에 따르면 “수년간의 준비와 약 5년간의 적용의 결과”, 오늘날 91개의 가정교회가 운영되고 있다. 비록 쉽지 않은 일이지만 목회자의 비전이 확실하고 그것이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으면 결국 성도들은 교회를 위해 뜻을 함께 해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셋째 훈련된 평신도 사역자를 세우는 일이다. 평신도 사역자를 세우는 일 역시 단기간에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훈련이 아주 잘 된 사역자가 없을 경우, 일단 임명을 하고나서 훈련을 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다.

사실 구역예배의 모델이 되고 있는 교회 가운데는 구역모임 활성화를 처음부터 계획했다기 보다 평신도 지도자들을 먼저 세워놓고 나서 그에 맞는 사역거리를 주기 위해 구역에 눈을 돌린 경우조차 있다. 대표적인 예가 화평교회다. 화평교회는 오랫동안 제자훈련을 실시했다. 그래서 많은 신실한 평신도 지도자들이 배출됐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이들의 그릇은 커졌는데 기존의 교회 조직으로는 이들의 역량을 수용할 일터를 마련해 주기 어려웠다. 훈련된 평신도 지도자들이 작은 목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목회적 역량이 필요한 가정교회(구역)를 지도하도록 했어야 했다.

평신도 사역자 배출과 훈련은 상시적으로 필요하다. 한마디로 교회가 큰 교회공동체 차원에서 교육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구역모임의 모델이 되고 있는 교회들은 주중 또는 주일에 교육 프로그램이 많다. 새신자 교육, 제자훈련, 전도폭발, 신구약 성경반, 부모세미나 등 연속 또는 일회성 프로그램들이 계속 운영되고 있다.

넷째 기존 교회 체제의 개편이다. 구역이 정말 중요하다면 구역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기존의 프로그램을 조정하는 것은 당연한 순서다. 말로만 구역이 중요하다고 해서는 소용없다. 교회가 정말로 구역 모임의 활성화를 위해 나섰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구역모임이 잘되는 교회들이 공통적으로 시도하는 것이 일하는 교회로서의 체질 개선이다. 이와 관련 변화가 가장 눈에 띄는 일은 당회와 제직회 기능의 축소와 남녀전도회 기능의 폐지 또는 축소다. 경기도 파주의 모 교회는 소그룹을 활성화하는 사역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그런데 이 교회는 당회원들도 소그룹에 참여해 사역하고 있다. 제직회는 금전출납에 대한 부분만 다루고 간단하게 끝이 난다. 경기도의 모 교회 역시 구역모임의 모델로 손꼽히고 있는데 남녀전도회 모임이 없다. 당회도 교회의 모든 일을 세세히 관장하는 전통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교회의 중대사가 있을 경우를 중심으로 회합하고 있다.

기존 예배 역시 필요하다면 변화를 주고 있다. 화평교회의 경우, 주일 오후 예배는 ‘가정교회 지도자 모임’으로 대신하고 있다. 이때 교회의 가정교회 지도자들이 모여 사역을 나누거나 강의를 듣고 한 주간의 사역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구역에 대한 예산 책정도 당연히 따라야 할 부분이다. 적지 않은 교회가 연초 구역세미나, 연중 기도회 겸 위로회, 연말 시상 등 정도로 관련 예산을 편성해 있다. 좀 더 많이 책정된 교회는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을 위해 예산을 배정한다. 한걸음 더 나간 경우 구역의 활동을 위해 구역에서 어느 정도 재정 집행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기도 한다. 규모가 큰 교회라면 구역 관리를 위한 교구별 예산 책정도 고려해야 한다.
기존 교회에서 구역장은 리더의 개념보다도 성도 관리의 조력자로 인식되어 있다. 그래서 구역장은 소극적 위치에 머물고 중요한 사역은 교역자와 성도 간 직접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구역을 활성화시킨다는 얘기는 구역장이 해당 구역 내의 최고 지도자라는 의미를 띤다. 교회 차원의 구역 및 구역장에 대한 관심, 교육, 예산이 투자된다는 뜻이다.

구역을 교회 사역의 중심이 되게 한다는 얘기는 새로운 프로그램이 실시된다거나 새로운 조직이 생겨난다는 것과는 차원이 좀 다르다. 점점 조직화되어 가는 교회의 모습 속에서 잠재능력을 상실해 가고 몇 몇 사람이 참여하는 현상을 시정하고 교회의 본질과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작업이다. 전체 공동체로서의 교회를 무시하는 것도 아니다. 큰 공동체로서의 교회와 상보하면서 건강한 교회를 이루어가는 작업이다. 개교회의 상황에 따라 변화를 주되 사람을 세우고 공동체 회복을 지향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시도해 볼 만한 일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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