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문화갈증 해소 ‘단비’ 같은 존재

▲ 국화꽃 맑은 향기와 플루트의 고운 선율이 어우러진 전주 예닮교회의 풍경. 문화사역은 교회 곳곳에서 풍성한 열매를 맺고 있다.
신생 개발지역 취약한 인프라에 주목…문화사역 통해 교감 넓혀
문화교실서 음악회까지 이웃 마음속으로 한 걸음 더 ‘명품 목회’ 실천

전주 서곡지구 주민들은 가을이 다가오는 소리를 먼저 듣는다. 그윽한 국화꽃 향기, 은은한 클래식의 선율. 전주 예닮교회(조재선 목사)가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라는 삭막한 환경에 둘러싸인 도심의 이웃들을 위해 마련하는 선물이다.

예닮교회는 설립된 지 8년째를 맞은 어린 교회다. 신생 개발지역인 전주 서곡지구에서 팀 목회라는 실험적인 방식으로 출발하면서 화제가 되었고, 건실하고 빠른 성장세로 주목을 받고 있는 교회들 중 하나이다.
같은 시기에 출발한 인근 수십 여 교회들 중에서 예닮교회가 유난히 빠르게 안착한 데는 제자훈련을 기반으로 한 탄탄한 양육, 담임목사를 비롯한 교역자들의 감성적이면서도 도전적인 목회방식, 교우들의 헌신적인 섬김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을 들 수 있지만 문화사역을 통해 지역주민들과 교감에 성공했다는 점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아파트가 밀집지구인 이 지역에는 주민들의 높은 교육열과 생활수준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변변한 문화시설이 거의 없는 편이다. 그래서 교회 설립 직후 시작한 예닮문화교실은 주민들의 문화적 갈증을 해소하는 단비와도 같은 존재였다.

개척 멤버 중 한 사람으로 문화사역을 담당해 온 최일환 전도사는 “교통망도 취약해 인근 동네들과 사실상 고립되어 있다시피 한 지역특성 탓에 주민들이 마땅히 여가를 활용할만한 곳이 없었지요. 교회가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나 문화행사들에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던 셈입니다”라고 설명한다.

▲ 이웃들과 함께하는 축제들은 전주 예닮교회와 지역사회의 유대를 단단히 하는 연결고리이다.
초창기 기타교실로 출발했던 예닮문화교실은 중국어교실, 플루트교실 등으로 확대되었고 최근에는 서예교실 등이 신설될 채비를 하고 있다. 문화교실을 통해 배출된 수료생들은 교회가 주최하는 각종 행사들에 종종 등장하여 갈고 닦은 실력을 뽐낸다.

주민들이 자주 찾는 공원 바로 옆에 교회당이 세워진 것도 강점으로 활용됐다. 겨울에는 눈부신 설경이, 봄에는 파릇파릇한 싱그러움이 교회당을 배경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즐겁게 했고, 그런 매력을 한껏 발휘한 행사가 가을에 여는 국화축제이다.

교우들이 정성스레 가꾼 국화꽃들은 가을이면 갖가지 색깔로 화려한 자태를 뽐내며 산책 나온 이웃들의 발걸음을 자연스럽게 교회당 앞으로 이끌어온다. 꽃향기 물씬한 교회당 앞에서 아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정담을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 또한 멋진 경치를 이룬다.

국화축제와 함께 가을을 장식하는 예닮교회의 또 다른 이벤트는 가을음악회. 지난해까지 3차례 열린 이 음악회는 그 동안 가을밤의 정취와 어우러진 멋진 공연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주민들과의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예배당을 떠나 야외공원이나 학교강당을 빌려 무대를 꾸미고. 클래식과 대중음악을 망라하여 국내외 유명 뮤지션들을 초청한 가운데 수준 높은 공연을 펼치느라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지만 그 보람은 적지 않다.

공연 순서가 하나씩 이어질 때마다 아낌없는 갈채와 환호를 보내는 관객들의 반응 속에서 예닮교회 가족들은 이웃들의 마음속으로 한 걸음 더 다가선 자신들의 위치를 실감한다. 올해에도 10월 28일 저녁 네 번째 가을음악회가 막을 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지역주민들의 가슴 속에는 예닮교회를 향한 친근한 감정이 싹트기 시작했고, 입소문을 통해 교회에 대한 칭찬과 관심이 확대되면서 직간접적인 전도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태신자 전도행사인 더불어 한길축제는 그래서 매년 성황을 이루고, 인근 초중등학교 학생들의 장학금 모금을 위한 바자회 역시 이웃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다채롭고도 지속적인 문화사역은 교회 외부 뿐 아니라 교회 내부에도 풍성한 자원들을 양성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문화교실을 통해 남성교우들 중심으로 색소폰 팀이, 여성교우들 중심으로 플루트 팀이 각각 구성되어 활발하게 활동 중인가 하면, 40~50대 장년들이 주축이 된 부채춤과 사물놀이 공연 팀은 해외 단기선교에 투입돼 맹활약한다.

“사역자 수련회에서는 메시지 전달을 위해 연극 프로그램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요즘에는 탁구팀이나 등산모임처럼 운동을 중심으로 한 동호회가 활발하게 움직이는 중이지요. 각자 자신의 달란트를 개발하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발휘하면서 교회 전체에 활력이 샘솟는 것을 느낍니다.”

조재선 목사는 그 동안 행해 온 문화적인 투자들이 교회 전반에 많은 혜택으로 돌아왔다고 평가하면서, 앞으로 더 많은 영역을 발굴하여 교회의 외연을 넓히는 동시에 내적인 성숙을 도모하겠다고 밝힌다.

그 일환으로 올해 예닮교회는 주민들을 위해 준비한 또 다른 선물을 공개했다. 예배당 1층을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쉼터로 내놓은 것이다. 세련된 인테리어에 차와 음악, 악기와 양서들까지 갖춘 이곳은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자 만남의 장이다.

예배당이 비좁아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선뜻 시도하기 어려운 선택이었지만 새가족 양육과 가정교회 모임 등에 두루 활용되면서 결과적으로 교회 안팎에 큰 유익을 가져다주었고, 앞으로 전도와 선교를 위한 새로운 접촉점 역할까지 기대되고 있다.

‘명품 교회, 명품 성도’. 예닮교회의 문화사역들은 그 푯대를 향해 지름길을 뚫고, 다리를 놓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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