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 교수 분석… “신랄하고 직선적 논리로 유대인 죄 지적”

▲ 스데반의 순교. 렘브란트(1635).
이름으로 봐서 헬라파 유대인이었을 스데반 집사는 회당에서 예수의 메시아 되심을 주장하며 디아스포라 유대인들과 신랄한 논쟁을 벌인다.

사람들은 그의 율법관과 성전관에 반발했고 분노했다. 그들은 그를 율법과 성전을 위협하는 자, 모세와 하나님을 모독하는 자로 여겼다. 스데반은 히브리 민족이 가장 소중히 간직해 온 종교유산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위험인물이었던 것이다. 사실 그의 주장은 과격했다. 

사람들은 이제 그를 처치해야 했다. 그래서 거짓증인들을 내세웠고 군중을 동원했고 장로들과 서기관들 같은 사회적으로 공신력 있는 사람들을 선동했고, 그리고 결국 유대인 최고법정인 산헤드린 공회에 고소했다.
공회 앞에 선 스데반에게 대제사장은 거짓 증언자들의 주장에 대해 ‘이것이 사실이냐’고 물었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스데반의 저 유명한 순교설교는 시작된다.

김정훈 교수는 이 순교 설교를 시작(행7:2a)과 전개(행 7:2b-50), 마무리(행 7:51-53)로 나눠 꼼꼼하게 분석한다. “형제들과 아버지들이여, 들으십시오”라는 짧은 한 마디에서 김 교수는 이 설교자의 침착성, 청중에 대한 예의를 발견한다. 스데반은 자신에게 매우 불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성을 잃지 않고 자신의 청중들을 “형제들과 아버지들”이라고 부르고, “들으십시오”라는 짤막한 말로 주의를 환기시킨다.
스데반의 설교는 이스라엘의 역사를 먼 족장들의 이야기(행 7:2b-16)로부터 출애굽과 모세 이야기(행 7:17-38), 광야 이스라엘 백성의 배도 이야기(행 7:39-43), 광야의 장막과 솔로몬 성전 이야기(행 7:44-50)로 전개된다.

율법의 권위를 무시하고 성전의 영구적 신성을 부인하는 자라는 자신에 대한 중상에 맞서 유대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역사회고 방식을 사용하여, 스데반은 이스라엘의 장구한 역사를 조망하고 자기네 민족이 어떻게 자기 정체성과 자기이해를 구축해 왔는지 살피는 대항 논리를 전개한다. 또 그는 논쟁의 핵심에 있는 모세의 앞 뒤 역사를 풀어나가며 유대교 사상이 어디에서 어떻게 왜곡되었는지를 폭로하고 유대인들이 처음부터 그들의 종교를 오해해 왔다고 지적한다.

스데반의 설교는 지금 그의 설교를 듣고 있는 이들인 유대인들의 패역을 지적하며 정점에 이른다. 청중을 향해 그는 “목이 곧고 마음과 귀에 할례를 받지 못한 자들”, 성경을 거스르는 자들이라고 혹독하게 지적한다. 급기야, “하나님을 모독하는 자”라는 유대인들의 고소로 공회 앞에 끌려온 그는 이제 오히려 그 유대인들을 향해 “너희야말로 성령을 모독하는 자들이다”라고 외친다.

김 교수는 이렇게 유대인들의 죄를 조목조목 지적한 스데반의 설교에 대해 “우회적이거나 타협적이지 않고, 매우 신랄하고 직선적”이라고 평한다. 이 정도면 스데반은 이미 죽기를 각오하고 이 설교를 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김정훈 교수는 8월 20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서울 신반포중앙교회(김성봉 목사)에서 열리는 한국성경신학회 제20차 논문 발표회에서 ‘스데반의 신학적 논쟁: 사도행전에 나타난 그의 설교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이 논문을 발표한다. ‘사도행전 주해와 신학’을 주제로 여는 이날 한국성경신학회 논문발표회에서는 또 장석조 교수(서울성경대학원대학교 신약학)가 ‘사도행전에 나타난 바울의 회심과 소명의 의미와 기능’을, 허주 교수(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신약학)가 ‘우리가 어찌 할꼬: 사도행전에서 나타난 회개와 이를 통해 본 평양대부흥운동’을 발표할 예정이다. 논문 발표 뒤에는 종합 질의-응답 시간도 갖는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