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의 통전적 시각 필요…잠재능력 발휘 돕는 이해·지원 시급

장맛 비가 계속되던 7월 중순 오후, 사모의 소리 제2장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강남교회 목양실에서 열린 사모 대담에선 3명의 패널들이 사모에 대한 이야기들을 주고받았다. 그 이야기 속엔 목회자와 교회, 그리고 교단과 한국 교회에 대한 ‘변화’도 용해돼 있었다. 90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패널들은 ‘주체적인 소명자로서의 사모 인식’이 관건임을 주목했다. 무엇보다 사모 자신의 자각이 ‘우선’임을 공감하면서 한국 교회도 여기에 부응해야 함을 지적했다.
                                                                                                               <편집자 주>

송태근 목사(이하 송):한국 교회 사모들은 정체성 혼란에 빠져 있는 듯합니다. 사모란 목회자와 함께 가야할 친구요, 동역자입니다. 사모는 정의할 때라기보다는 아직 정체성을 찾아 가는 단계라고 봅니다.

유선녀 사모(이하 유):하나님께서 주신 아름답고 귀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억울함 보다는 황송함이 크다고 할까요? 남편 곁에 조용히 있어 주는 것. 조용히 있다는 건 아무 것도 안하면서 그냥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기도하는 동역자’라고 생각합니다.

김경란 박사(이하 김):처음에 사모가 됐을 때 고민 많이 했습니다. 사모에 대한 고전적인 틀이 너무 강했기 때문이에요. 신학을 한 남편을 만나게 되면서 들어선 사모라는 자리. 힘들었지만 피할 수도 없는 만큼 ‘사모가 무엇이다’라는 걸 보여주는 선례를 만들자는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사모가 목회자에게 좋은 동반자인 것은 사실입니다만 사모라는 용어는 그 자체로 매우 종속적이죠. 사모도 하나님 앞에서 독특한 개체요 주체적인 존재로서 남편의 동반자라고 생각합니다.

유:저도 기도하며 준비된 사모가 아니었기에 어려움이 더 컸던 것 같아요. 여기에 갑작스런 교회 개척은 큰 부담이 되었습니다. 물질적인 어려움과 아이의 병 간호로 많은 시간을 병원에서 보내야 했죠. 그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교인들은 저에게 서운함을 갖더군요. 보이지 않는 갈등이 계속 됐습니다. 그래서 개척시절, 나름의 사모 상을 만들었어요. 벙어리 3년, 장님 3년, 귀머거리 3년 합이 9년간 참자고.

송:그것은 유 사모님만의 사례는 아닐 겁니다. 교인들은 사모에게 성직자의 수준을 기대하죠. 따라서 사모 보호를 위해 남편인 목사가 제1선에 서야 합니다. 목사까지 사모에게 잔소리하면 안 됩니다. 전 아내에게 힘들면 새벽기도 나오지 말라고도 하고 딴 교회도 가보라고 합니다. 사모란 존재가 신앙생활 하기 제일 힘듭니다. 사모 좌담회에 간다고 하니 아내가 이런 문자를 보내왔더군요. “사모는 가급적 하지 않는 게 좋아요.” (웃음) 무엇보다 사모들이 교회에서 평안해야 하고 자유 해야 합니다. 복음 안에서 기쁨을 누려야만 역할도 있는 겁니다.

김:사모에 대한 두 가지 틀이 있습니다. 하나는 한국 교회와 교인들이 만든 틀이고 또 하나는 사모가 답습한 틀입니다. 담임목사 사모로 갈 것을 마음먹고는 일단 옷장부터 솎아 냈습니다. 담임목사 사모다운 옷과 그렇지 않은 옷들로 나누었던 거죠. 부임해 보니 교회가 상당히 어려웠어요. 나는 가만히 있는데 나까지 엮여 가더군요. 사모라는 이름으로 당해야 하는 것이 너무나 고통스러웠습니다. 하나님께 절규하듯이 물었습니다. 나의 정체성이 뭐냐고, 사모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느냐고요. 그렇게 해서 얻은 해답이 바로 ‘나도 소명자’라는 것이었습니다. 남편만 바라보는 아내로서의 사모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와 교회라는 관점에서 사모도 ‘소명자’라는 것을 확신하자 길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위로부터 오는 소명이 사모를 붙들어 주신다는 사실을 알게 하자.” 그래서 시작한 것이 총신사회교육원의 사모리더십스쿨입니다.
송:그렇게 사모가 소명감을 갖게 되면 성도들과의 갭이 실제로 극복됩니까?

김:네. 자기 나름의 틀을 깨는 게 굉장히 중요해요. 왜냐하면 사모의 소명감이 자아 정체성으로 가게 되면 타인을 의식하지 않게 되거든요. 사람의 말에 좌지우지 하지 말자는 것을 깨닫고 난 후부터 사모들에게 이 점을 강조합니다.

유:교인들과의 갭 속에서 힘든 시간을 겪었지만, 결국은 교인들을 수용하게 되더라고요. 나를 주장하기보다 하나님께서 그들을 받아들이게 하신 거죠. 무엇보다 사모는 행복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 이유를 찾아야 합니다.

김:유 사모님 얘기를 들어보면 사모는 교회 어머니이고 영적인 지도자라는 것이 떠오릅니다. 사모는 스스로 주체적인 사역을 하게 된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교인들이 힘들게 해도 어미라고 하는 것은 결국 포용하게 되는 거니까요. 저의 경우도 주체자가 되다 보니까 교인들의 말을 넘어갈 수 있겠더라고요.

송:따라서 주체적 사모의식이 확대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목회자의 안목과 시도가 열려야 합니다. 교단도 여성에 대한 교회 내 역할과 인식들이 이제는 이런 식으로 가서는 안 되죠. 여성들에게 과감한 시도를 해야 한다고 봐요.

김:사모들이 가장 어려운 것이 무엇인지 설문을 해보면 결국 ‘남편’이에요. (웃음) 교인과의 어떤 문제가 생기면 대부분의 목회자는 “당신이 가만히 있어야지. 왜 행동해서 문제를 만드느냐!”고 옥죄여 사모를 주저 앉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송:그런 모습은 한국 교회 안에 유교적 성향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사모는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틀도 사모 개인적인 달란트와 역량에 맞게 개발돼야 합니다.

유:그 틀이 교인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도 있지만 스스로 만드는 것도 크죠. 사울의 갑옷처럼 안 어울리는 갑옷을 입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때가 있었어요. 내 틀, 남의 틀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것을 찾아 그 모습대로 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송:남편보다도 위로부터의 관계를 정립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정말 안타까운 경우가 뭐냐면 남편의 목회 성과가 사모 자신에게 있다고 여기는 경웁니다. 김우현 감독이 만든 무술 고수 다큐를 보면, 그들에게는 잘 싸우는 공통된 비결이 있습니다. 그 결론은 ‘자기 틀이 없다는 것’이에요. 사모도 틀이 없어야 해요.

김:목사님께서 사모의 틀이 유교에서 왔다고 하셨는데 거기에 하나를 덧붙인다면 목회자들에게 통전적 시각이 부족하다는 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현재가 어디서 왔고, 또 미래는 어떻게 전개되는지 볼 수 있는 시각말이에요. 지금 여성 리더십이 부각되고 있는 시대 속에서 사모를 묶어 놓는다고 해서 좋을 것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주신 은사가 묻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송:자연스레 결론이 나오고 있네요. 정리를 해보죠.

김:사모님들이 각각 자기 정체성을 가지시길 바래요. 그리고 하나님과 직접 교통하셔야 해요. 그래서 은사대로 행동하시기 바랍니다. 은사와 잠재력을 살려야 사모를 통해 사람이 세워질 수 있습니다.

유:작년부터 하나님의 심정을 갖고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드릴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사모라는 존재가 행복할 수 있어요. 아울러 남편의 역할도 매우 큽니다. “당신 없으면 난 못살아.” 이 한 마디 말에 사모는 행복감을 맛보거든요.

송:사모더러 교회의 어머니란 말도 안 썼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한 한 성도로서 하나님께서 사모에게 주신 은사와 역량이 주권적으로 나타나서 목사를 돕고 행복한 신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를 위해 사모의 일어섬을 돕는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다양한 훈련 시스템, 사모들만의 라브리 공동체가 있었으면 합니다.

김:교회 차원에서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힘을 얻을 수 있는 곳을 사모들이 찾아갈 수 있도록 문을 열어 주는 것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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