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사역 대장정, 이렇게 준비합시다 ④ 땀방울로 자라는 믿음(단기선교)

막연한 프로그램은 오히려 선교 방해 ... 철저한 계획 후 현지인 중심돼야

올 여름도 해외 선교지로 단기선교여행을 준비하는 교회들이 많을 것이다. 개교회로서 단기선교여행은 많은 시간과 경비를 들여서 준비하는 가슴 벅찬 프로젝트다. 예수님을 모르고 죽어가는 불쌍한 제3세계의 현지인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선교지의 부흥을 위해 기도하고 온다는 것을 생각만 해도 감동이 온다.

▲ 한국제선교단체의 선교사가 현지인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있다. 현지이들의 눈 높이에 맞춘 철저한 준비만이 성공의 지름길이다.
그런데 이런 거룩한 생각을 한국교회의 수천 수만 개의 교회가 여름철이면 똑같이 한다는 점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단기선교여행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1993년 교계는 약 4000명 정도가 한 해 동안 해외선교여행을 했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그러나 2003년에는 당시 한창 유행선교지였던 몽골에만 1만여 명의 선교여행 참여자가 다녀갔다고 했고, 2005년 여름 인도에 5만 명이 방문했었다는 통계도 나왔다. 선교여행에 지출되는 비용도 매년 30억 달러에 달한다는 추산도 있다.

이쯤 되면 우리는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 한국교회가 매해 3조원씩 투자하고 수만 명의 성도를 해외에 파견해서 하는 복음사역의 성과를 말이다. 만일 그만큼의 열매를 거두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면 단기선교여행을 떠나기 전에 우리 교회의 프로젝트를 돌아봐야 하겠다.

선교전문가들은 출발하기 전 단기선교여행에 대한 기존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단기선교여행을 가는 것 자체가 무조건 선교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혹 우리 교회 팀이 현장에 도움이 안 되는 단기선교여행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봐야 한다.

선교여행팀들이 중복해서 많이 방문하는 국가나 지역이 있다. 팀들의 사역 내용도 사실은 비슷하다. 열정은 있지만 다소 전문성은 떨어지는 몇몇 곡으로 대표되는 찬양과 율동을 현지 성도들이 반복적으로 듣게 된다. 실제로 한 현지인은 {매년 한국교회들이 각자 수백만 원 이상의 비행기 삯을 지불하면서 우리나라에 와서 획일적인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또 겨우 2~3일간 있다가 가는데 그 목적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막연한 계획 또는 평범한 프로그램을 들고 와서 불쌍한 현지인들에게 적당히 보여주면 은혜와 감동이 되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을 버릴 것을 조언한다.

또 한 가지 고정관념을 바꿔야 할 것이 반드시 현지인을 만나야 단기선교여행이 바람직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현지인을 만나지 않고 단기선교여행을 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생각도 필요하다. 꼭 현지인을 만나겠다고 생각하더라도 현지 선교사에 도움이 되겠는지를 자문해서 행동해야 한다.

섣부르게 현지인들을 접촉하고 지혜롭지 못한 노방전도를 함으로 현장 선교사의 사역을 방해하는 것은 물론 현지 정부의 항의서한이 한국 정부에 전달되게 하는 일까지 발생한 적도 있다.

현지인을 만나지 않고서도 현장 선교사와 선교지를 돕는 또 다른 길이 있다면 방향을 수정할 필요도 있다. 한 선교사는 이렇게 말한다. {한국교회 팀들은 현지인들만 만나고 치료해 주려고 한다. 사실 나도 몸이 아파서 좀 돌봐달라고 말하기도 했지만 그럴 시간이 없다는 냉소적 응답을 받았다.} 현장 선교사를 돕는 데 중점을 둔 선교여행도 때로 필요하다. 선교사를 만나서 교제하고 선물이나 필요한 일(컴퓨터 수리 등)을 도와주고 가능하면 선교사를 위한 작은 세미나도 열어주면 어떨까. 혹은 선교사 자녀를 돕는 단기선교여행도 좋을 것이다. 자녀들에게 한국어나 한국 역사를 가르쳐주고 소규모 캠프를 운영할 수 있다.

이런 모든 사역은 결국 {우리 교회가 가서 무엇을 할까?}라는 질문이 아니라 {현장 선교사와 현지인들에게 우리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라는 자문을 할때 시작이 가능하다. 선교여행이 [가는 우리들의 축제]가 아니라 [현장에 있는 현지인과 선교사들의 축제]가 되게 하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생각을 하고 단기선교여행 준비를 시작했다면 이제 장기적인 계획을 잡는 것이 필요하다. 즉 한 번 가고 말면 끝이라는 생각 대신에 한번 정한 선교지에 열매가 있을 때까지 여러 해를 거쳐 꾸준히 찾아가겠다는 결심이 있어야 한다. 수년 혹은 수십 년 동안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선교사들도 선교의 열매를 거두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2~3일 가서 대단한 열매를 거두겠다는 것은 과욕일 수 있다.

따라서 첫해에는 현장 리서치를 꼼꼼히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선교지를 방문하는 것이 좋다. 한 예로 서울 관악구의 모 교회는 1997년부터 특정 지역의 미전도 종족에 단기선교여행팀을 계속 파견했다. 수년 동안의 노력 끝에 교회를 세우고 종족을 입양하는 성과를 올렸다. 서울 강남구의 한 교회도 2004년에 선교제한지역을 방문해 카자흐스탄 출신 이민자 밀집 지역을 리서치 했다. 그리고 이듬해 같은 곳을 다시 방문해 이주자 자녀들을 위한 미니올림픽을 열어주는 등 위로했고 절반의 팀원들은 또다시 리서치를 했다. 꼼꼼한 현장 조사는 교회의 기도를 모았고 이듬해 다시 그곳을 찾아 필요한 사역을 할 수 있었던 모범사례다.

또 현장의 필요와 자신의 직업이나 전공을 연결시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자신의 직업이나 전공이 선교여행 중 발견한 현지 선교의 필요에 어떤 점에서 도움이 될 것인지를 성찰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아시아의 모 지역은 한류열풍 때문에 한국 미용사에게 수련한 미용사가 있는 미용실은 장사가 잘 된다고 한다.

그래서 현지인들은 한국의 전문 미용기술자가 중국에 와서 깊이 있는 미용기술을 가르쳐 주기를 희망한다고 한다. 미용사 직업을 가진 팀원이 이 사실을 단기선교여행 중에 들었다면 도전을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현장을 위한다는 관점은 여행 후 보고와 사후 조치에도 이어져야 한다. 대부분의 선교보고서는 간사람 중심이다. 서류나 영상의 내용도 자신들의 이야기가 거의 다이다. 보고서를 읽고 보는 성도들이 현장에 가지 못한 사람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팀원들의 얘기가 아니라 그들이 본 현지의 선교적 필요를 보여줘야 하는 것이 타당하다. 보고서는 간 사람들의 노고를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가보지 못한 사람들이 선교에 동참하도록 유도할 목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사역 기간 중 현지인의 삶, 현지의 문화와 선교적 필요성을 보여준다는 목적으로 사진을 찍고 영상을 촬영해야 한다. 현장 선교의 필요성을 보여주겠다는 마음으로 임한다면 아마추어일지라도 감동을 주는 보고내용을 작성할 수 있을 것이다.

단기선교여행은 우리 교회만 가는 것이 아니다. 수천 개의 교회에서 수만 명이 엄청난 돈을 쏟아 부으면서 나간다. 우리 교회의 단기선교여행이 의미 있고 또 하나님 나라를 앞당기는 거룩한 사역이 되기를 원한다면 선교지를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알고자 하는 겸손함이 필요할 것이다.

 (도움말씀=미전도 종족 선교연대 협동대표 조명순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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