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기억할 여름, 지금부터 시작

사례 하나. 개척교회 5년차인 김 목사에게는 다가오는 여름이 벌써부터 스트레스를 일으킨다. 올 여름만큼은 알차고 근사한 계획을 펼쳐보겠노라 다짐했건만, 이렇게 하다가는 또다시 제대로 하는 것도 아니고, 아무 것도 안하는 것도 아닌 ‘같기도’ 식으로 지낼 판이다.

벌써부터 노회에서는 교회강습회 일정을 통보하고, 총회와 여러 단체에서 여름행사 일정을 알리는 홍보물들을 보내오는데 김 목사가 시무하는 ㄱ교회는 아직까지 아무 것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몇 안 되는 주일학교 사역자들이 대부분 직장인이라 강습회는커녕 여름성경학교에 동원할 교사 확보조차 쉽지가 않다. 게다가 예산문제에 부딪치면 더 난감해진다. 좁은 예배당을 벗어나 한나절쯤은 바깥나들이도 시켜주고 싶고, 맛있는 음식도 먹여주고 싶은데 마음뿐이다.

사례 둘. 김 목사의 신학교 동기인 박 목사에게는 또 다른 고민이 있다. 대형교회인 ㄴ교회 부교역자로 섬기는 박 목사에게는 여름행사 기획을 총괄할 책임이 주어졌다. 벌써 3년 넘게 이 사역을 담당해왔지만 하면 할수록 캄캄해지는 느낌이다.

장년들과 달리 기존의 틀에 금세 싫증내곤 하는 어린 세대, 젊은 세대들을 끌고 가기가 쉽지 않다. 특히 방학기간에도 보충수업이니 과외니, 갖가지 캠프로 바쁜 아이들에게 신앙수련에 대한 동기부여를 시키는 것부터가 큰 문제다.

수련회를 위해 더 신선한 아이디어와 프로그램, 더 멋진 장소를 찾는데 만도 에너지가 다 소진될 지경인데, 단기선교 봉사활동 전교인수련회 같은 후속 행사들도 준비해야 한다. 도대체 이 여름을 또 어떻게 넘겨야할까, 시간은 흘러가고 박 목사의 초조함은 더해간다.

사례 셋. 박 목사의 교회에서 몇 년간 봉사활동 차 찾아간 농촌지역 ㄷ교회의 최 목사 역시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는 여러 가지 여건상 동역하기 어렵겠다는 박 목사의 연락을 며칠 전 받았기 때문이다.
한 때는 제법 큰 규모의 주일학교를 자랑하던 ㄷ교회였지만 지금은 농촌의 침체로 명맥만 유지하는 정도이다. 주일학교 아이들을 모으기도, 교사 한 사람 세우기도 쉽지 않은 형편에서 해마다 여름이면 찾아오던 ㄴ교회의 여름성경학교 지원과 농활은 큰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올해도 ㄴ교회의 방문을 내심 기대하고 있던 최 목사나 ㄷ교회 교우들로서는 맥이 풀리는 통보가 아닐 수 없었다. 이제 와서 갑자기 다른 교회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쉽지 않고. 자체적으로 여름행사를 준비하기란 현실적으로 더욱 막막한 일이다.

교회들이 연중 가장 바쁜 일정을 보내야하는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성도들의 영적 수준을 한껏 끌어올리고 싶어 하는 사역자들의 갈망과, 그 갈망으로 향하는 길에 발목을 붙잡는 현실적 제약들. 올 여름도 그렇게 씨름은 계속될 것이다.

아직 늦은 것은 아니다. 이제부터라도 차근차근 준비를 시작한다면 평생을 두고 하나의 기념비처럼 남게 될 여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본지에서는 교회들의 건강한 여름을 돕는 다섯 차례의 기획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