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 청년이여 일어서라③ ‘프로’ 청년사역자 대담

헌신된 리더십 양육, 지속적인 삶의 현장 파송이 청년사역 목표
‘흩어지는 공동체’ ‘의병형 교회’ 인식 새롭게…세상 접촉점 넓혀라

4월 12일 아침, 고직한 선교사(Young2080청년목회자연합), 전병욱 목사(삼일교회), 김중안 대표(IVF) 등 십 수 년 간 젊은이들과 함께 달려 온 프로급 사역들이 함께 한 자리였다. 펜을 들어 메모하며 한 시간 꽉 차게 계속된 청년 목회 대담. 그 속에는 현장 경험을 토대로 한 냉철한 진단과 따뜻한 전망이 배어 나왔다. 젊은이에 대한 각별한 마음을 보이면서도, 가정과 교회 그리고 사회 속에서 부흥을 체험하는 리더가 되기를 모질게 채근한 이들의 이야기를 정리했다. <편집자 주>

고직한 선교사(이하 고): 청년사역의 궁극적 목적부터 생각해 봅시다. 그 방향대로 가고 있는지도 짚어봤으면 좋겠는데요.

김중안 대표(이하 김): 젊은이 사역의 무게는 ‘소명’에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젊을 때 자신의 소명에 따라 살아갈 수 있도록, 성품이나 영성과 역량을 갖게 하고 세상에 파송하는 것이 청년사역의 목표라 봅니다. 때문에 캠퍼스 선교단체들은 자기 덩치를 키우기보다는 사람을 키워 교회와 사회로 보낼 수 있어야 합니다.

고 : 교회나 교파에 관계없이, 선교단체들도 공통의 비전을 갖고 있다고 봐요. 이른바 3한(성서·통일·선교)운동. 큰 흐름에서는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고 봅니다. 헌신된 리더십이 보다 더 필요해요. 젊은이 사역. 아주 낙관적이지는 않지만 부정적이지도 않습니다.

전병욱 목사(이하 전): 삼일교회는 타깃 자체가 초신자다 보니 전도와 정착에 집중하고 있어요. 사실 삼일교회는 느슨하거든요. 뭐 성도들의 삶을 완전히 장악한다든가 그러지 못해요. ‘불신자를 예배자로 만들자. 모이지만 말고 나가라’고 강조하지만 아직 평균적으로 나갈 상황은 안 되는 거 같아요. 목회현장에서 중요한 단어는 부흥이라기보다는 사실 ‘서바이벌’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고 : 청년 유출 등 어려움이 여전하다는 지적들도 듣곤 합니다. 리더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고 봐요. 더 많은 리더가 세워져야 합니다. 전도라는 것도 전도의 접촉점을 못 만드는 전(前)전도에 문제가 있어요. 관계 맺는 게 중요하죠. 대부분의 청년대학부가 전도를 위한 접촉점이 없다는 게 문제예요. 이걸 풀어내야 합니다.

전 : 여건이 좋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여건 때문에 안 된다기 보다는 힘들어지니까 거품이 사라진 것이라고 봅니다. 시련이 있다면 받아들여야죠. 여러 가지 기법이 안 먹힐 때 다시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고 봐요.

제가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니까 500명이 교회로 몰려오더군요. 요즘 예람제(전도축제)도 복음적으로 안 해요(웃음). 그런데 고민이 있어요. 청년들이 전도하면 몰려들긴 하는데 청년들이 많은 교회에 청년들이 또 오면 다른 교회 청년부를 무너뜨리게 되는 건가요? 우린 열심히 전도했는데 비판을 받곤 합니다. 개인적인 고민이에요.

고 : 중요한 것은 성장은 계속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문제는 열악한 공동체들을 어떻게 섬기고 돕느냐에 달려 있어요.

전 : 어떻게 돕죠? 이걸 풀지 않으면 안 됩니다. 지역교회의 실제적인 문제거든요.

고 : 그럼 미약한 공동체를 위한 이야기를 해 볼까요? 아직도 청년 대학부 90%이상이 20명 미만입니다. 이 공동체들은 피해의식이 많아요. 자기들이 청년들을 놓쳤지만 강한 곳에 빨려 갔다고 보거든요. 20명이 성장하는 것? 방법이 있습니다. 영2080의 소그룹리더훈련과정(SLTC)이 좋은 예가 될 겁니다. 작은 청년대학부로부터 요청과 호응이 커요. 인력이 부족할 정돕니다. 한국 교회와 교단도 정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친교회적인 프로처치들(선교단체)도 지역교회를 섬길 수 있어야 해요. 물론 교회에 맞게 커리를 변환시켜야겠죠.

전 : 삼일교회에 대해 문의를 해오는 교회들이 있어요. 근데 우리도 왜 성장하는 지를 정말 모르겠어요. 그냥 전통목회 그대로 하고 있거든요. 대신 청년들이 뭘 싫어하는지는 알겠어요. 센스죠. 딴 교회가 보면 그걸 바로 알아요. 일단 스피드가 느리고 너무 순서가 많아요. 젊은이들이 싫어하는 걸 안 하면 된다고 봐요. 문화감각이 없는 거 같아요. 문화감각.

고 : 문화감각도 그렇고 소비자 감각도 부족해요. 젊은이들이 얼마나 지루해 하는지를 몰라요.

김 : 청년들의 유출 문제는 교회와 목회자, 신자들에 대한 실망에 원인이 있습니다. 흡입력이라는 것이 그들을 배려하는 것에서 나와야 하는데 교회는 대부분 ‘~해야 한다’는 당위성으로만 청년들을 대하죠. IVF가 50주년을 지나오면서 지역교회와의 긴밀한 협력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낍니다. 그래서 교회와의 협력관계를 모색했어요. 일반 평신도들도 와서 소그룹인도나 말씀공부를 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었습니다.

전 : 도와주는 방법들도 있어야 되겠지만, 약 올리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고 봐요. “뭐하는 거냐?” 20명에서 80명 되는 건 열 받아야 되는 거지, 교육받아서만 되는 건 아니라고 봐요. 중국 가서보니까 소수민족 대우해 준다는데 사실상 죽이는 거예요. 약 올라야 된다고 생각해요. 전 열 받아서 사역 시작했어요.

고 : 패기 있는 젊은이들이 캠퍼스를 졸업하거나 청년대학부를 벗어났을 때도 그 비전을 지속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온실용이라는 지적도 들리곤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전 : 사는 게 그런 거죠. 다 오염 되요. 각성하고 또 각성하고. 죄인인 걸 알아야죠. 현장의 역량에 한계가 있어요. 어려운 청년사역을 하고 있는 일선 교회에서는 메시지보다는 어떤 모델이 중요한 거 같아요. 요즘 걱정되는 게 있습니다. 또 다른 청년 운동을 보여주는 교회가 보이질 않는다는 거예요. 다음 세대에 대한 고민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왜 안 나올까를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요.

김 : 캠퍼스 안에서 훈련 잘 받은 청년들이 세상에서 힘이 없는 이유가 훈련 강도에 있다고 본 때가 있었어요. 그런데 결코 그렇지 않아요. 문제는 강도가 아니라 핵심이죠. 삶의 현장에서 살아갈 수 있는 역량, 리더십을 삶의 현장에서 변환시킬 수 있는 훈련이 더 필요합니다.

고 : 그렇죠. 의도적인 느슨함이 청년 사역에 아주 필요합니다. 꽉 짜인 구조 속에서 변혁형 리더가 나오기 어려워요. 중소교회들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오히려 변혁형 리더가 가능해요. 뭔가를 일구어 내는 리더가 나올 수 있죠. 의도적으로 훈련 시스템을 줄이기도 하고 스스로 해볼 수 있도록 경험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 : 삼일교회는 예배를 생명 바쳐 드리고 그 담엔 아무 것도 없어요. 성경공부도 없어요. 단기선교 갈 때도 팀장 하나 뽑아 놓고 아무 자료도 안줘요. 그러니까 목이 타는 거죠. 불안감이 응집력을 갖게 해요. 임진왜란 때 그런 리더십 없는 왕이 있었기에 의병이 일어난 거지, 그렇잖아요? 체계적이었으면 의병이 설 자리가 없잖아요. 관군으로 다 되지. 그러니까 교회도 의도적으로 의병형 교회가 돼야 해요.

김 : 선교단체에서도 안타까운 현실 중에 하나가 헌신했다는 많은 학생들이 나중에 세상에서 경쟁을 안 하려고 단체로 숨어버리려고 하는 것이거든요. 선교단체가 그들을 핍박해야 합니다. 정말 세상에 나갈 준비를 해야 하고 어설프더라도 스스로 설 수 있도록 밀어주어야 합니다.

고 : 모이는 공동체 위주로만 하니까 문젭니다. 지도자에게 흩어지는 교회, 흩어지는 공동체에 대한 인식과 비전이 있어야 해요. 청년 사역에 있어서의 간과할 수 없는 ‘연합사역’도 점검해 봐야합니다. 개인적으로 연합 사역을 참 많이 했는데 연합은 무엇보다 개체에 유익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연합의 장에는 항상 뭔가 먹을 게 있어야 하거든요. 영적이든, 배울 것이든. 또 하나 연합의 중요 원리는 섬기는 자들이 있는 둥 없는 둥해야 한다는 겁니다. 구심력과 실체가 최소화 되어야 해요. 구심력과 원심력이 팽팽해야 운동이 일어나잖아요.

김 : 최근 캠퍼스 단체들은 위기의식을 느껴서 연합이 잘 일어나는 편입니다. 스스로 배워야만 생존할 수 있기에 정보 나눔이 필요하고 서로의 강점을 배우는 장이 필요하죠. 캠퍼스를 넘어 지역교회와의 만남도 필요합니다.

고 : 하나 더! 연합이란 게 수평적 목회라는 말을 꼭 하고 싶네요. 상호 목양이란 거죠. 따라서 목양적 결과가 나와야 해요. ‘그거 하면 뭐가 좋나?’하는 부정적 생각부터 버려야 합니다. 부흥과 연관해서 청년을 이야기해 봅시다. 최근 일고 있는 부흥 운동을 보면서 우려되는 것이 있습니다. 부흥을 갈망하다가 열광주의에 빠질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최근 거품이 빠지는 것 같아 다행이긴 합니다. 부흥은 결국 말씀입니다. 말씀에 대한 권위가 청년 공동체 안에 살아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 : 교회사를 볼 때 청년들의 회개와 영적 각성이 숫자적으로 모임이 많아졌다는 것보다 근본적이었습니다. 역시 말씀입니다.

전 : 부흥을 생각할 때 매순간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요셉은 위치가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에 관심이 있었지요. 저는 부흥을 외치는 것과 연결시키는 것을 근원적으로 동의할 수 없어요. 먼저 자신이 부흥해야 부흥 역량을 가정과 교회, 그리고 사회 영역 곳곳에까지 미칠 수 있겠죠. 그 부흥을 염두하고 준비해 가야 한다고 봅니다.

사진=권남덕 기자 photo@kidok.com  정리=김희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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