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우스 총서 제1권 <기독교 역사와의 대화> 출간

'시리우스'는 새해 첫날 태양보다 먼저 떠서 태양을 인도하는 밝은 별이다. 때문에 고대 이집트에서는 이 항성을 태양력의 기준으로 삼았다. 신학에서 한국 그리스도인들에게 이러한 길잡이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로 한들출판사(대표:정덕주 목사)가 '시리우스 총서'를 기획, 첫 세 권을 선보였다.

교리사가 에른스트 벤츠의 <기독교 역사와의 대화>가 이 총서의 제1권으로 나왔다. 이 책은 기독교의 전체상을, 그 역사와 미래를 그려보고자 한 저자의 바람이 스며있는, 일종의 메타-기독교역사학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지은이는 2000년 기독교 역사를 구체적으로 기술하기보다는 그 역사의 문제의식과 주제들을 "전체적으로 기술"한다. 지은이는 이 책 서론에서, 기독교의 본질에 관한 물음을 가장 먼저 던지고, 이어 기독교 역사를 '기독교의 확장'이라는 개념 틀에 넣어 가능한 "땅 끝까지", 곧 기독교 역사에서는 가장 변방이라고 할 수 있는 극동까지 가보고자 한다고 밝힌다. 그의 학문적, 실천적 열정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몸글의 큰 주제는
△기독교의 자기이해
△기독교 신앙의 근본사고
△교회
△기독교와 세계다.

지은이는 세계각지에서 초청교수로 가르친 경험에서 "다양한 기독교적 삶"을 체험한 이다. 또 기독교 신비주의와 동방의 기독교를 전공한 학자다. 이 점은 '서방' 기독교 중심의 교회사에서는 생소한 수도원과 수도사(제3부 25), 교회 미술과 성화상학(제3부 26), 비교(秘敎)적 기독교(제4부 37)를 다루는 곳들에서 드러난다. 그만큼 기독교 세계에 대한 우리의 지평을 더욱 넓혀준다.

큰 틀에서 기독교의 역사를 바라보고자 하는 벤츠가 보는 '기독교의 미래'는 어떠할까? 기독교의 미래를 논하는 자리에서 빠지지 않는 세속화 이론이나, 사회(과)학의 이 테제를 물려받은 신학 쪽의 '비신화화' 이론 같은 것들에 대해 그는 이렇게 비판한다. 이것들은 "세계관적인 이데올로기에 의해 파생된 증명되지 않은 전제들"이다. "특별히 포이어바흐와 칼 마르크스를 통해 세속화의 범주가 반신학적 의식의 암호가 되었다."

기독교의 미래에 대해 그 종말을 부르짖는 계몽주의 후예들의 공격에 이렇게 맞서며, 벤츠는 지금부터 우리가 해야 할 과제를 제안한다. 종교개혁 이후의 분열을 극복하여 "상호경쟁으로 소비되었던 힘이 이제부터는 보다 자유로운 방식으로, 공동으로 상호 보충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이것이 기독교의 종말을 주장하는 비판자들에 대한 반명제가 될 것이다."

라이프니츠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하나님만이 유일하고 완전한 세계사와 기독교 역사의 인식자이며, 그만이 실제로 어떠했으며, 실제로 현재 어떠하며, 실제로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를 아신다." 지은이 벤츠는 라이프니츠의 이 말을 인용하며 이렇게 말한다. "'하나님 외에 선한 자가 없다'(마가 10:18)는 예수님의 말씀이 하나님만이 참된 역사가라는 사실에도 적용된다면, 기독교의 전면적인 시련과 특별히 대학에서 어지럽게 돌고 있는 사상의 소용돌이에 직면한 시대에 살고 있는 한 보잘 것 없는 교회사 교수가, 어찌 자신의 동시대인에게 자신의 무모한 시도를 좋게 여겨 달라고 무리하게 요구할 수 있겠는가?' 그의 겸손에서도 이 책의 진정성을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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