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기도의 사람이다. 20년 넘도록 하루도 거르지 않고 새벽예배에 참석해서가 아니다. 서로의 아픔을 나누기 위해 중보기도도 마다하지 않는 기도의 힘을 누구보다도 소중히 느끼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그는 남들이 다 좋아하는 세상 것에 대한 욕심도 없는 사람이다. 얼마 전 홍수로 가진 것이 다 빗물에 떠내려 갔어도 그는 허허롭게 웃는다.


『목숨 하나 부지했으면 됐지. 뭐가 필요해요. 오히려 감사할 뿐이죠.』


유영춘 집사(76·강화임마누엘교회). 그의 첫 마디는 이랬다.


그는 가진 것이 아무 것도 없다. 내일 모레면 희수(喜壽)를 바라보는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정말 가진 것이 없다. 오직 있다면 염소 7 마리와 개 한 마리, 그리고 새벽예배마다 타고 다니는 50cc 중고 오토바이가 전부다.


8월 홍수로 난리가 날 때도 그는 새벽예배를 드리기 위해 어둠을 뚫고 교회로 향했다. 예배를 드리고 단숨에 집으로 달려왔으나 이미 집은 침수되어 지붕만 희미하게 보일 뿐이었다. 키우던 닭은 모조리 떠내려 갔고 염소도 반 정도가 묶인 채로 죽었다. 연탄도 다 으깨져 건질만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유영춘 집사의 기도사연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20여년 전 그는 강화도 인근 주문도 개간지에서 살아보려고 그곳에 정착했다. 이제 됐다싶어 살만 하니까 개간지 둑이 터져 한순간에 많은 사람이 죽고 집들이 떠내려 갔다. 그는 거기서 「무소유」를 알았고, 빈털털이로 강화도에 정착하면서 참 신앙을 깨달았다.


그는 비록 홍수로 인해 모든 것을 잃었어도 그 흔한 신세타령 한번 하지 않고 항상 웃는 얼굴이라 좋다. 많은 기독교인이 있지만 제대로 무릎을 끓고 기도하는 신자가 적은 이 시대에 그는 참으로 귀한 기도의 일꾼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그는 아무 것도 간직한 것이 없는데도 누구보다도 부자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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