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키운 영화 하나 열 자동차 산업 안부럽다.』


<쥬라기공원>의 수익금이 국내 모 자동차회사 1년 수출금액보다 많다고 하자 정치인들이 내뱉은 말이다. 가능한가?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만큼은 불가능하다. 왜?


어떤 산업이 부가가치를 얻기 위해선 그에 상응하는 노력들을 요구한다. 자동차산업은 최소 10년은 꾸준히 투자해야 한다. 자체 기술인력을 개발하고 협력업체를 양성하는데 10년은 걸린다는 이야기다. 그럼 수많은 지식과 기술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종합예술이란 영화는?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이란 개념으로 지난 몇 년간 수많은 자본들이 쏟아져 들어왔지만 거의 실패했다. 흥행성공을 뜻하는 「대박 터진」 영화는 손꼽을 정도며, 그나마 영화 외적인 이유로 흥행에 성공한 경우가 많다. 또 수익금이란 것도 여기저기 빚잔치하고 나면 남는 게 없을 정도로 빈약하다. 한국영화가 <쥬라기공원>은커녕 김밥체인점보다 못한 손익계산서를 들고 있는 이유는 역시 제대로된 전문인력 부족에 있다. 돈에 투자하지만 사람에게는 투자하지 않는 「냄비근성」 때문이다.


심각한 구조조정의 위기에 쌓인 주류 상업영화에 비해 종교영화는 안전하다. 왜? 아예 없으니까. 상업용 종교영화도 전무할뿐더러 교회내 영상문화란 단어조차 구경하기 힘들 정도다. 교회내 지배문화는 영화를 「딴따라」로 오인하는 건 물론 탈선의 온상이라고 여기기까지 한다. 영화 한편 봤다고 징계를 먹던 음습한 지난날의 추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까닭이다. 그래서 책보다 영화를 선호하는 주교학생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이상한 건 어른들의 무관심에 불구하고 「영화 내 사랑」을 외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성적에 맞춰 학과를 선택하는 학생들보다 진로에 대한 의지가 분명한 영화관련학과 지원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전국의 대학(2년제 포함) 가운데 영화관련학과를 개설한 학교는 모두 22곳. 그 가운데 95년 이후 개설한 학교는 무려 13곳에 이른다. 반 이상의 학교가 지난 2-3년간에 영화관련 학과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매년 수십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이 학교들에 재학하거나 혹은 지원하려는 많은 열혈학생들은 영화로 표현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세계를 꿈꾸고 있다. 그 꿈 하나로 열악한 환경을 견디고 있다.


『솔직히 아까워요. 유아부부터 기독교세계관으로 잘 무장된 인력들이 엉뚱하게 상업영화쪽으로 발길을 돌리잖아요. 종교영화 하고 싶어도 기반조차 없는데 어딜 가겠어요. 잡아야돼요. 잡아서 기독문화 표현을 풍부하게 만들어보라고 격려하고 지원해야 돼요.』


소위 충무로 바닥에서 10년째 영화관련일을 하고 있다는 김종대(34)씨의 말이다. 그 자신도 영화한다면 아직도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교인들 때문에 취미삼아 하고 있는 사진일을 직업이라고 속이고 있다. 김씨는 얼마전부터 영화에 관심있는 고등부 후배 3명과 비디오작업을 하고 있다. 단편영화제에 참가하려는 후배들의 요구를 들어주면서 시작했는데, 가끔 이 후배들이 자신처럼 어정쩡한 신세로 전락할까봐 걱정이다.


『충무로에서는 종교영화란 말은 아예 꺼내지도 못해요. 제대로 만들 사람도 없지만 만들어도 시장성이 없다는 얘기죠. 그런데 제 생각은 달라요. 종교영화처럼 확실한 시장이 어디 있어요. 우스개소리로 교회는 군대보다 동원능력이 뛰어나다고 하잖아요. 문제는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비교인들이 엉성하게 만든 영화 몇 편 때문에 빚어진 선입견때문이죠.』


김씨는 조심스레 대안을 내놓는다. 신학교에 영화관련 학과를 만들자는 이야기다.


『우리가 예수님의 12제자나 아브라함, 그리고 모세를 구체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것은 매년 성탄절이면 틀어주는 영화 덕분이에요. 성경의 인물들이 영상을 통해 그려지니까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는 거지요. 영상문화에 익숙한 어린 학생들이 비디오로 공과공부시간에 배운 교훈들을 그려내고, 또 교사들도 영상으로 성경말씀을 표현하면서 자연스럽게 영화인력들이 걸러지죠. 그 인력들이 신학교 영상관련학과에 입학해서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아 주류상업영화에 대응하는 종교영화를 만들거나 평론작업을 하는 거예요. 또 개교회에서 영상선교의 한 축을 담당하는 거예요. 기독교 세계관으로 무장된 신앙인들이 소품부터 연출 배우까지 맡는다면 수준높은 기독교 영화가 나오는 건 당연한 일 아니겠어요? 어떤 선교도구보다 훌륭하죠.』


내용이 변질되지 않는다면 생명의 말씀을 담는 그릇들이 다양해지는 건 좋은 일이다. 그 그릇을 청결히 관리하고 유지하면서 끊임없이 보급하는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일은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구호에서 시작돼야 한다.


『총신대에 영상선교학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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