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암 환자들의 친구삶의 질 향상시키는 조력자

그는 오늘도 길을 떠난다. 때론 빈손으로 때론 먹거리와 위문품을 싸들고 시외버스를 세번씩이나 갈아타며 매주 그는 길을 떠난다. 안산시 사동에서 용인의 호스피스시설까지. 이 길을 다닌지도 이제 2년, 가는 데만 3시간 가량 걸리는 가깝지 않은 곳이다.


그러나 샘물호스피스선교회(회장:원주희 목사)가 운영하는 용인 시설에 가면 그는 길이 멀어 힘들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더 먼 길을 가기 위해 힘들게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호스피스 자원봉사자인 심순영 집사(41, 동산교회)는 매주 용인에서 원하지 않지만 하나님이 부르시기에 먼저 가야 하는 사람들에게 평안의 복음의 신을 예비해주는 일을 한다.


임종을 맞이하는 환자들을 신체적 정신적으로 보살필 뿐만 아니라 남아있는 가족들까지 돌보아주는 일, 심 집사가 하는 호스피스 자원봉사다. 그는 샘물호스피스선교회에서 3개월간의 이론교육을 받았다. 샘물선교회는 1993년 6월 설립됐으며 자원봉사자만도 700여명에 이른다. 호스피스시설은 병동형, 산재(散在)형, 가정방문형, 독립형으로 나뉘는데 샘물호스피스는 독립형으로 10여명의 임종환자를 수용할 수 있다.


심 집사가 호스피스봉사를 시작한 것은 1남 7녀 중 4대독자로 태어난 하나밖에 없는 오빠를 1996년 5월 잃고부터다. 1995년 말 직장암 말기 선고를 받고 고통하던 오빠는 마지막 3개월을 용인에서 보냈다. 그는 임종전 잃었던 신앙을 회복하고 안구 기증을 약속한 채 하나님께 감사하다며 눈을 감았다.


용인에 도착하면 심 집사는 우선 상근하는 4명의 간호사들에게 하루의 봉사할 일들을 먼저 상의한다. 이어 소매를 걷어부치고 주변 청소를 한 뒤 병실문을 열고 환자들의 팔다리를 주물러주면서 대화의 문을 연다. 한편 15년전 봉사를 위한 도구로 취득한 미용기술을 이용해 거동이 가능한 환자들의 머리를 생기있게 다듬기도 한다. 그는 환자들에게 형식적인 봉사를 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한다.


때로 심 집사는 토요일 혼자서 자원봉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거리도 문제지만 주말에 가족 곁을 떠나 시설 봉사를 우선으로 하는 이는 의외로 적다는 것이다. 사실 그가 토요일 봉사를 고집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용인에서의 봉사 이상으로 그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것이 재가환자 방문이다. 사실 그는 평일에는 거의 집에 붙어 있지 않을 정도로 바쁘다. 돌보는 임종환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오전이고 오후고 할 것 없이 출장(?)을 떠나는 것이다. 그러나 가족과 환자들의 환영속에 봉사활동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용인 시설에 들어온 환자와 가족이 대부분 죽음을 받아들인 상태라면 재가환자는 아직도 치료를 통한 소생을 간절히 소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금은 구원의 확신을 갖고 있는 인근의 한 환자를 방문했을 때도 그랬다. 교회 집사의 소개로 전화를 걸어 여러 차례 호스피스의 유익을 소개하고 환자 방문을 시도했지만 허락되지 않았다. 어느날 가족의 반대를 무릎쓰고 집에 쳐들어갔다. 놀라는 가족을 뒤로 하고 환자를 만나 안마를 해주고 자신의 체험 등을 이야기 했다. 만나지 않겠다고 고집피우던 그가 일어설 때는 다시 와달라고 부탁했다. 췌장암 말기였던 환자는 3개월여 돌봄끝에 예수를 영접했다.


그가 환자와 함께 있는 시간은 보통 2,3시간 남짓. 차차 죽음을 받아들이고 이런 과정을 주신 하나님의 뜻을 발견, 부르시는 그날까지 아름답게 삶을 살고자 하는 모습으로 변화되는 것을 볼 때 심 집사는 큰 보람을 느낀다. 특히 병상에서 목사님을 모시고 세례를 받는 모습을 지켜볼때면 가슴이 뭉클해진다고 한다.


그러나 환자의 임종으로 그의 봉사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가족의 일원이 사망함으로 남은 가족들이 겪게 되는 정신적 경제적 어려움을 조속히 극복하도록 계속적인 관심을 기울이는 것까지가 그의 몫이다. 신앙의 위로를 지속하고 필요하면 직업알선까지도 연결하는 수고를 한다는 것이다.


『사도바울처럼 자비량선교를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물질적으로도 맘껏 돕고 싶은데 그렇지 못할 때 몹시 안타깝습니다.』


호스피스는 영적 전쟁이다. 소망을 잃고 때론 증오로 가득찬 사람들의 마음을 열고 그리스도께 도움의 손길을 뻗치도록 돕는 일은 호스피스 자신도 매우 지치게 만드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그는 매일 새벽예배를 거르지 않는다. 나누어주고 전해주는 일에 부대껴 자신이 영적으로 소진되는 어리석음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다.


그는 인터뷰 내내 자신의 봉사가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꺼려 단어 선택에 신중을 기했다. 『자원봉사의 필요성을 알리고 성도들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헌신하는 마음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말을 뒤로 하고 심집사는 재가환자를 찾아 다시 버스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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