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자원봉사자들이 움직이는 사회이다. 1989년 한 통계에 의하면 미국인의 54%가 현재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한 주에 평균 3.9시간을 자원봉사활동에 할애한다. 자원봉사의 종류나 단체도 셀 수 없이 다양하고 많다.


이 나라의 자원봉사는 건국의 역사와 그 뿌리를 함께 한다. 「메이플라워」 배 위에서 청교들은 더불어 도우며 사는 공동체 건설을 맹서하는 사회계약을 체결했다. 교회도 학교도 타운도 그렇게 협력하여 건설했다.


미국 사회학자들은 미국 사회가 병들었다고 개탄한다. 이웃에 관심을 가지고 이웃 사랑에 참여했던 청교도 정신을 상실하고 자신과 가족의 이익에만 몰두한다는 것이다. 이런 우려를 반영하듯, 클린턴 행정부는 1964년 창설된 이래 빈민의 복지향상을 위한 수많은 자원봉사활동을 전개해 온 「미국을 위한 자원봉사」(VISTA, Volunteers In Service To America)를 흡수통합, 1994년 「미국봉사단」(AmeriCorps*VISTA)을 창설했다. 시민사회에서 주도해오던 자원봉사활동을 정부가 나서서 좀더 조직화하고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물론 미국 정부의 이러한 시도에 대해 시민 사회에서는 우려도 한다.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생명으로 하는 자원봉사가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도 있으며, 그만큼 위축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오래된 자원봉사의 전통을 가진 미국이 자원봉사에 대해 가지는 몇가지 고민이 우리에게는 차라리 행복한 고민으로 비쳐진다. 자원봉사의 주도권을 놓고 시민사회가 정부를 비판할 수 있을 만큼 시민사회에 자원봉사가 활성화되어 있다는 얘기이니 말이다.


우리의 현실을 보자. 정부나 관변단체에서 자원봉사를 거론하고 있다. 전후 맥락을 고려치 않으면 미국과 유사한 상황이다. 그러나 미국은 정부가 나서서 자원봉사를 「더욱 활성화」하자는 것이고, 우리는 정부가 나서서 「자원」아닌 「동원」봉사를 하자는 것이다. 머리에 띠 두르고, 시장님 선창에 맞춰 「자원봉사 활성화하자」며 복창한다고 활성화될 자원봉사 아니다. 자원봉사는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자발적이고 책임감있는 참여만이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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