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에 활력주는 오아시스

신년이 되면 제법 비장한 결심으로 세우는 계획들, 그리 넘기 어려운 고지
가 아님에도 많은 사람들이 '작심삼일'로 고지탈환에 실패하고 마는, 신앙
성숙과 관련된 몇가지 약속들이 있다. '성경 일독하기' '큐티로 하나님과
개인시간 갖기' 그리고 '온가족이 함께 가정예배 드리기' 등이 그것이다.
이중에서 성경읽기와 큐티는 '개인용'인 만큼 의지만 있다면 가능한 일이
다. 그러나 온가족이 함께 참여해야 하는 가정예배는 성경읽기와 큐티에 비
해 고지가 높고 험난한 편이다. 우선 가족 구성원의 뜻이 맞아야 하고, 시간
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종일씨(32)는 1년전 결혼했다. 그는 결혼하면서 한가지 기대에 차있었
다. 가족 중에 혼자 어렵게 신앙생활을 했기 때문에 할 수 없었던 가정예배
를, 같은 신앙을 가진 아내를 맞음으로 드디어 실행에 옮길 수 있게 된 것
이다.
맞벌이부부이기에 예배시간은 잠자리에 들기 전으로 정했다. 1개월쯤됐을
까? 처음 얼마 동안은 나름대로 경건한 예배를 드릴 수 있었다. '이런게 참
신자의 삶이구나'하는 뿌듯함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연구직에 근무하는 그가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게
되면서 야근은 물론 밤샘작업까지 종종 있고 보니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날
이 생긴 것이다. 불가피한 상황이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정작 문제는
자신과 아내였다. 모처럼 일찍 귀가하는 날도 밀린 집안일을 하거나 TV를
보다보면 예배는 까맣게 잊고 잠자리에 들게 된 것이다.
그와 아내는 작전을 바꿨다. 정종일씨로서는 가정예배를 놓고 오래전부터
해온 기도제목이었기에 쉽게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다. 출근방향이 같은 그
들은 하루씩 운전을 번갈아 하며 가정예배안내서나 큐티책자를 이용해 성경
본문과 도움말씀을 읽어주고, 기도하며 예배를 드리기로 한 것이다. 운전자
가 제대로 정신집중을 할 수 없었지만 그런대로 만족했다.
그렇게 몇달이 지났다. 그런데 문제는 또 예상치 못한 곳에서 생겼다. 해
가 바뀌면서 아내의 근무지도 바뀌어 함께 출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둘인데도 이렇게 힘이 드네요. 뜻만 맞으면 되는줄 알았거든요. 그리 어
려운 일도 아니라 생각했구요. 솔직히 온가족이 기독교인이면서 가정예배를
드리지 않는 경우를 이상하게 생각했었어요. 지금은 제가 막연하게 부러워
했던, 가정예배를 드리던 가족이 더욱 존경스럽게 여겨지더라구요."
가정예배, 과연 지켜 행하기 어려운 율법일까.
기독교인 가정이라면 가정예배를 드리는 것은 필수다. 하나님이 성경을
통해 그렇게 가르치시기 때문이다.
"오늘날 내가 네게 명하는 이 말씀을 너는 마음에 새기고, 네 자녀에게
부지런히 가르치며, 집에 앉았을 때에든지 길에 행할 때에든지 누웠을 때에
든지 일어날 때에든지 이 말씀을 강론할 것이며, 너는 또 그것을 네 손목에
매어 기호를 삼으며, 네 미간에 붙여 표를 삼고, 또 네 집 문설주와 바깥 문
에 기록할 지니라"(신6:6~9).
위 말씀에 비춰보면 가정예배의 유래는 구약시대부터 계속돼 온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스라엘 각 가정에서는 위의 말씀과 같은 모세의 경전을
아침·저녁으로 묵상했다는 기록도 있다.
오늘날도 목회자들의 가르침은 분명하다. 가정예배는 신자의 마땅한 도리
이며, 자녀교육의 장이며, 가족을 하나되게 한다는 것이다.
송길원 목사(기독교가정사역연구소 소장)는 가족의 건강성을 측정할 수
있는 도구로 가정예배를 들었다. "가정예배를 통해 모든 식구들은 영적 자
양분을 섭취하게 되며,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까지 자라게 된다. 또한 가정
예배는 서로를 향한 용서와 격려가 있는 치유의 장소가 되기도 한다."
권유순 목사(가정목회연구원 원장) 역시 "현대는 너무 바빠 가족이 한자
리에 모이기가 어렵다. 그러나 가정생활의 최우선 순위를 가정예배에 두어
야 한다. 전가족이 모여 함께 찬송하고 기도하며 말씀을 상고할 때 하나님
이 기뻐하심은 물론 가족끼리의 깊은 유대관계를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빌리그래함 목사도 오늘날 붕괴돼 가는 가정을 치료하는 열 가지 방법을
제시하면서 그 첫째를 가정예배로 들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가정예배는
자녀교육, 부부갈등, 부모와 자녀의 세대차이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된다
는 이야기다.
'작은 천국 만들기'라는 책을 펴낸 추부길·김정희 부부(섬기는교회)를
다시 하나로 묶을 수 있었던 것 역시 가정예배였다. 그들은 한때 이혼이라
는 말도 서슴지 않을 만큼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주었었다.
"최후수단으로 아침마다 남편의 머리맡에서 눈물의 기도를 드렸더니 어느
날부터 남편이 함께 기도를 한다고 나섰고, 예배를 드리게 됐습니다. 사업의
성공을 우선순위에 두었던 남편이 가정을 우선순위에 두게 됐고, 우리부부
사이의 높은 벽은 어느새 허물어지고 없었습니다. 우리의 변화를 가장 기뻐
한 건 아들 정훈이었습니다."
가정예배는 머리 위에서 이글이글 타는 한낮의 강렬한 태양이 내리쬐고
예고없이 몰아치는 모래바람으로 숨쉬기 조차 어려운 사막을 헤매다가 만난
시원한 오아시스가 아닐까. 정종일씨 부부가 애써 방법을 모색하는 것은 오
아시스가 주는 풍성함을 알기 때문이고, 추부길집사 부부가 오늘날처럼 가
정의 행복을 유지하는 비결 또한 목마른 인생여정에서 만난 가정예배라는
오아시스가 곁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 부부는 한결같이 오아시스는 찾
기 어려운 곳에 있지 않다고 말한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