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요사이는 매사에 예민해지고 짜증이 난다. 먼 산만 바라봐도 괜히
눈물이 핑 돌고, 무언가 자꾸 그리워진다. 때때로 우울해지고…" 사춘기 소
녀의 고백같지만 어느 중년 부인의 고백입니다. 사춘기와 비슷하다해서 흔
히 중년기를 사추기라 부릅니다. 우리 인생에서 사춘기 이상으로 사추기 역
시 중요합니다. 고령화 시대의 추세를 감안할 때 더욱 그렇습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빈발하는 중년기 이혼은 사추기를 극복하지 못한 역
기능적 현상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평균 수명이 길어져 노년기에 대한 관심
이 커지는데, 성공적인 노년을 위해 중년기는 정말 중요합니다. 중년기의
모습에 따라 노년기와 인생 전체의 성패가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중
년기를 신앙적으로 맞이하고 보내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입니다.
중년기는 위기의 시기입니다. 먼저 그 특징을 잘 알고 대처해야 합니다.
바울은 당시 중년기와 노년기의 경계에 해당하는 60세쯤이었던 것으로 추
정됩니다. 그 나이에 감옥에서 디모데에게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지금과
상황은 다르지만 나름대로 중년의 위기를 겪고 있었던 것입니다.
바울은 먼저 신체적, 심리적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겉옷을 가져오라고 할
정도로 노쇠해졌습니다(13절). 사람은 누구나 이런 과정을 겪게 됩니다. 벌
써 사, 오십이 넘어가면 갱년기의 신체적 이상, 만성 피로 등이 생기고, 중
병에 걸리기도 합니다. 심리적으로도 무척 그리워합니다(9절). 우울, 공허
감, 권태감, 외로움, 그리움 등이 중년기의 심리적 특징입니다. 이때 잘못
하면 인생이 흔들리게 됩니다.
그외에 중년기에는 가정적, 사회적 위기도 찾아옵니다. 물론 바울은 가정
이 없었지만 데마 등 측근들이 하나 둘 떠나가는 아픔을 경험했습니다(10
절). 인간 관계의 위기입니다. 중년이 되면 자녀들이 멀어져 갑니다. 부부
간에 사별하는 일도 생깁니다. 잠재되었던 부부 갈등도 증폭됩니다. 14절
이하를 보면, 복음 때문에 투옥된 바울을 위해 변호해 주는 사람은 없고,
알렉산더같은 훼방자가 괴롭힙니다. 물론 그는 신앙으로 잘 극복했지만, 대
부분은 이런 경우 심한 허탈감과 좌절감으로 상심하게 됩니다. 오늘날 조기
명예 퇴직으로 인한 시만 소외감과 좌절감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중년의 위기를 잘 극복하면 오히려 창조적인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습니
다.
바울은 직면한 위기 상황들을 잘 극복했습니다. 그 결과 딤후 4:7-8의 고
백대로 영광스런 생애를 마치게 됩니다. 우리는 바울의 모범을 통해 중년의
위기를 극복하는 지혜를 배울 수 있습니다.
첫째, 지혜로운 건강 관리에 힘써야 합니다. 겉옷을 가져오라고 합니다
(13절). 차가운 감옥에서 건강을 관리하려는 노력입니다. 우리의 몸은 성령
의 전이기에, 건강 지상주의는 곤란하지만 건강을 위해 기도하고 지혜를 구
해야 합니다.
둘째. 친밀한 교제를 증진시켜야 합니다. 바울은 디모데와 마가를 보고
싶어 합니다(11절). 인간적인 외로움을 그리스도 안에서 친밀한 교제를 통
해 극복하고자 했습니다. 중년기 이후 인간관계가 더욱 중요해집니다. 자녀
들이나 사회인들로부터 멀어지므로 부부관계나 교우관계가 더욱 긴밀히 맺
어져야 합니다. 우리 사회도 이미 노인문제가 심각한데, 그럴수록 교회는
성도들에게 평소 부부간의 친밀한 대화훈련과 소그룹을 통한 친밀한 교제
의 장을 제공해 주어야 합니다.
셋째, 풍성한 영적 생활을 추구해야 합니다. 바울은 가죽 종이 성경책을
갖고 오라고 말하는 등 말씀에 열중합니다(13절). 또 주님과의 신령한 교제
에 열심입니다(17절). 늘 천국에 소망을 둡니다(18절). 바울은 성도들과의
친밀한 교제보다, 궁극적으로는 하나님을 통해 만족과 위로를 얻습니다. 인
간은 결국 단독자이고, 인간적인 교제로 채우지 못하는 부분이 있기 마련입
니다. 오직 하나님만이 영혼을 만족시켜 주십니다. 세월이 갈수록 구원의
확신과 천국의 소망이 분명히 해 두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더 열심히 말
씀을 읽고, 묵상하고 기도하는 등 경건생활에 매진해야 합니다.
넷째, 창조적인 일에 도전해야 합니다. 바울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인생
이지만, 끊임없이 복음을 전파하려고 애씁니다(17절). 그 가운데 그는 강건
한 삶을 유지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숨지는 순간까지 왕성하게 일하다가 영
광스런 생애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중년기는 물러설 준비를 하는 때가 아니라,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시기
입니다. 옛날에는 환갑이 정리하는 나이였지만 지금은 출발의 나이도 됩니
다. 하나님의 은혜와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무궁무진한 생애를 펼칠 수
있습니다. 이런 사실을 확신하면서 창조적인 발상으로 중년기 이후 노년기
의 가능한 사역을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준비하면 좋겠습니다. 일반인들도
나이를 상관치않고 새로운 것을 배우기도 하고, 사회봉사에 힘쓰기도 하지
않습니까? 그리스도인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영원한 것을 위해 수고해야 합
니다. 소위 갈렙 정신이 필요합니다. 85세라도 새로운 땅의 정복에 도전했
던 갈렙처럼 새로운 헌신을 실천해야 합니다. 주를 위한 삶에는 정년이 없
습니다. 중년의 위기가 오히려 도약하는 창조적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기
도 봉사, 전도 봉사, …, 장애인, 소외된 자들 위한 봉사, 더 나아가 선교
지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고령화 시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과 교회는 중년의 위기를 지혜
롭게 극복하고 창조적 헌신의 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이제 그리스도 안에서
인생을 두번 사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우리는 중년이 와도 낙심하지 않고,
노년이 와도 늙지 않고 싱싱하게 일하며 사는 인간 상록수가 될 수 있습니
다. 아무쪼록 우리 모두 창조적이고 역동적 신앙으로 무장해서 중년기를 내
리막길이 아닌, 영광스런 제2의 인생을 위한 오르막길로 선용하는 인생 승
리자들이 되기를 축원합니다.
홍문수 목사<신반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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