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철함 속에 투철한 주체사상을 갖춘 북한인

우리 네 사람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대사관으로부터 비자를 받은 다음 날, 평양 행 고려항공 탑승 수속을 하는 북경공항에서 비로소 다수의 북한 사람들을 목격할 수 있었다.


우리 일행 네 사람과 중국 군인 사오십 명을 제외한 북측 인사들은 단 한명도 빼놓지 않고 「김일성 수령과 김정일 장군」의 뺏지를 달고 있었고, 그 중 몇사람은 꽃다발을 정성스레 들고 있었다.


나는 그때 어렴풋이 「북측에는 꽃이 없거나 꽃값이 비싸서 북경부터 사들고 가나」고 짐작했으나, 비로소 평양 순안 비행장에 내려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들은 비행기에서 내리자 마자 곧장 만수대로 직행, 김일성 주석 탑에 그 꽃다발을 바치는 것이다. 김일성 주석에 대한 북한인들의 극진한 공경심을 깨닫게 하는 부분이다.



국가원수 찬양 일색




조선아태평화위원회 이성덕 참사는 우리들에게 두 가지를 당부했다. 북한이라고 하지 말고 북측과 남측이라고 표현해 줄 것과 김정일 장군이란 존칭어를 사용해 달라는 당부다.


평양에 도착한 날로부터 평양을 떠나는 날까지 우리와 접촉한 안내원이나 모든 인사들은 하나같이 『위대한 수령 김일성 원수님의 은덕과 위대한 지도자 김정일 장군의 은공으로 우리는 잘 살고 이렇듯 힘차게 뻗어 나간다』는 말을 강조했다.


인공위성 발사에 대한 TV보도도 처음에는 김일성 원수와 김정일 장군의 영도력을 예찬하면서 시작됐다.


이런 북측의 모습은 술좌석이 아니더라도 국가 원수인 대통령에 대해서까지 욕을 바가지로 하는 사람들이 비일비재한 남한 현실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에게 내심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매우 친철한 안내원




우리들을 안내하는 참사들은 안내원이라기 보다는 파트너로써, 모든 일에 친절을 다하여 안내와 함께 제반 편의를 제공해 줘서 여간 고맙지가 않았다.


그들 중 어느 분은 『우리들은 목사 선생님들이 무사히 남측에 가실 때까지 아무일 없이 잘 도와 드려야 할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라며 자기들의 임무를 소개했다. 또 그는 차가 달릴 때 차창을 조금 열고 바람만 쏘여도 『한쪽 볼만 바람을 쏘이면 근육 마비가 오니 차창을 닫으라』고 까지 세심한 주의를 줘서, 아직도 그 고마움을 잊지 못한다.


또 우리들을 끝까지 안내하고 지도해 준 최주혁 김원호 최성삼 등 참사들은 너무 인간적이고 친절해서 떠나는 공항에서도 자꾸만 뒤를 돌아다 보게 되었다. 그중 최주혁 참사는 북에 대한 대단한 충성심 만큼이나 시원하고 의리의 사나이 같아서 나의 인상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이들 세 명의 참사는 우리가 평양역에 도착했을 때 『선생님들 고생 많았수다. 오신 것을 열렬히 환영합니다』라고 인사했는데 떠나올 때도 끝까지 손을 흔들면서 석별의 정을 건넸다.




우리식 대로 산다




북한인들에게선 「친절」 못지 않게 「자기식대로 산다」는 일종의 「자존심」과 「긍지」가 저절로 몸에 배여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북한에서의 첫날, 고려호텔 조선식당에서 식사 중 북측 인사들은 지난 4월 북경 비료회담이 결렬된 것에 대해 남측을 성토하면서 『남한에서 주는 비료 없으면 우리가 굶어 죽겠는가』라며 짜증섞인 말을 서슴없이 토했다. 이른바 북한 길거리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표어인 「우리는 우리식대로 살아간다」는 북한식 주체의식을 잘 드러낸 말이다.


호텔 매점에서 말끔히 단장하고 잘 훈련된 점원들은 하나같이 눈빛이 초롱초롱하다. 우리가 건너 주려는 선물(스타킹)을 보며 그 여점원들은 『그 사람 외국여성 아닙니까? 우리는 그런 것 좋아하지 않습니다』라며 거부했다. 또 어느 판매원은 『자본주의 사회는 돈만 알기에 거짓말을 하지만 우리 사회주의 사회는 진실합니다』라고 하는 등 당찬 모습을 보였다.


저녁에 호텔에 들어와서 보는 TV의 뉴스와 드라마도 「천편일률」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모두 「우리식대로 산다」는 표어에서 보듯, 「수령」과 「장군」에 대한 충성과 효성을 강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 뿐이다.


국수공장 안내를 맡은 조선기독교도연맹 이춘구목사는 안내를 마치고 나와 악수하면서 『우리 주체적으로 통일을 합시다』하며 힘주어 분부하 듯 부탁했다. 이런 북쪽 목사의 모습에서 남쪽 목사들과 차이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기독신문은 애독지




북에서 만난 조선기독교도연맹 관계자들은 기독신문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조기련 위원장 강영섭 목사와 선전부장 이춘구 목사, 서기장 리천민 목사 등은 기독신문 애독자로서 구석구석의 내용까지 탐독하는 듯 우리와 신문을 놓고 많은 대화를 나눴다.


우리 일행은 동아일보 관계자들과 함께 입북했는데 북측은 동아일보에 대해서도 관심을 표명했다. 북측은 동아일보와 함께 J일보에 대해서도 관심을 나타낸 방면 C일보는 매우 혹평했다. 복측이 언론을 구분하는 기준도 「주체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불안한 금강산 관광사업




우리는 현대의 금강산 관광을 위한 유람선이 9월 25일이면 뜰 것 같다는 보도를 듣고 북한에 갔었으나 북측에선 『그게 그렇게 쉽게 되겠수까』라고 다소 비관적 의견을 표시했다. 당시 우리는 저들의 말을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요즘 금강산 관광이 늦어지는 상황을 보면서 북측의 속내가 궁금해진다.




조선은 하나다




평양 입구에서 보이는 「조선은 하나다」라는 표어는 물론 거부감 없이 수긍할 만한 개념이다. 그러나 남과 북의 이념적 골을 어떻게 메우고, 사상적 갈림길을 어떻게 하나로 만들 것인가는 우리 모두의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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