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송나라 때의 명재상 범문공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감동적 일화의 주인공입니다.
젊은 시절 범문공이 역술가를 찾아가 물었습니다.
“제가 재상이 될 수 있겠습니까?” 역술가는 척 보기에 전혀 그렇지 못한 인물이어서 헛된 꿈을 접으라고 충고했습니다. 그러자 범문공이 다시 묻습니다. “그렇다면 의원은 될 수 있겠는지 봐 주십시오.” 역술가는 혼란에 빠집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에 의원이란 직업은 오늘날처럼 대접받는 직업이기는커녕 한 곳에 정착해 약방문을 여는 일조차 대단한 것일 정도로, 대개는 여기저기 떠돌며 약행상으로 일생을 마치는 허접한 직업이었습니다.
재상을 꿈꾸다가 아니라 하니까 돌연 의원을 묻는 범문공에게 그 까닭을 물었습니다.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위해 제 한 몸을 바치고자 원합니다. 재상이 되어 나라를 바로 잡고 백성을 떠받들면 좋겠지만 안 된다 하니 나라를 돌며 아픈 사람이라도 고쳐주고자 하는 겁니다.”
이 말을 들은 역술가는 “관상, 족상, 수상으로 사람을 보지만 심상(心象)이라는 것도 있소이다. 내가 실수를 한 듯 하오. 당신은 심상으로는 단연 재상감이오. 부디 힘써 이루어 보오”라고 간곡히 당부했고 범문공은 힘을 내 그 뜻을 이루어 후세에 길이 남을 어진 재상이 되었습니다. 훗날 그는 자신의 정치이념에 대해 이런 말을 남깁니다.
“이 나라에서 고통은 내가 가장 먼저 짊어지고, 행복은 가장 나중에 누리리”.
훗날 중국 사람들은 범문공의 이 말을 족자로 만들어 걸어두기를 기뻐했습니다.
그렇게 옛날로 거슬러 갈 것도 없이 태국의 청백리 시장으로 유명했던 잠롱 방콕시장의 일화도 우리 가슴에 와 닿습니다. 태국 사람이라면 못 먹고는 못 배긴다는 ‘두리안’ 이란 과일이 있습니다. 잠롱 시장도 두리안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두리안이 막 출하되어 시장에 널리고 시민들이 두리안을 사기 위해 줄을 길게 선 어느 더운 날, 잠롱 시장도 겸손한 성격대로 긴 줄에 끼어 서서 차례를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잠롱 시장 앞에 섰던 사람들 중에 한 여인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울기 시작했습니다.
사연인즉 가족에게 두리안을 사먹이기 위해 몇 달 전부터 생활비를 아껴 돈을 모아 시장에 왔는데 두리안 값이 치솟으며 모은 돈으로는 엄두도 내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턱도 없이 깎아 줄 수 없다는 상인의 말에 돌아서 울음을 터뜨리는 여인을 보며 잠롱 시장은 고개를 떨군 채 줄을 빠져 나왔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두리안을 먹지 않았다고 합니다.
올 들어 4명의 장관급 고위공직자가 부동산투기 등 이런 저런 편법적인 재산축적과 탈법비리로 자리를 떠났습니다. 700억 넘는 재산을 가진 주미대사는 투기를 위한 위장전입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물려받은 재산이 많은 걸 어쩌겠냐, 누구나 시작을 같은 곳에서 하는 건 아니잖냐”라는 말로 해명을 합니다만 시작은 달라도 그 과정은 공정해야 하고 공직이나 지도적 위치에 있는 사람은 스스로에게 더 엄격해 지길 국민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지도자 된 사람들의 도리입니다. 아들을 군에서 빼고, 가족 명의로 땅을 사들이고, 수백억 재산을 갖고 호의호식하는 모세나 여호수아였다면 성경에 기록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내가 먼저 내 것부터 챙기는 지도자 문제에서 한국 교회도 자유롭지만은 않기에 공직자 윤리 논란을 지켜보는 마음이 무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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