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사역을 논할 때 성경적 차원에서 논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기본 작업이다. 그러나 자기 합리화를 위한 성구 찾기 하나로 교회 사역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안전장치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도 피상적이다. 따라서 교회 사역을 논할 때 성경적 근거를 앞세우면서도 그 문화적 맥락에서의 타당성도 함께 다루어져야 한다.
다시 말해서 하나님이 허락한 것이냐를 물으면서도 하나님이 허락한 그 사실이 문화적 맥락 속에서도 살아 있는 의미로 영향을 미쳐야 하는 것이다. 전자만 강조되면 그것은 현실에 뿌리두지 못한 단순한 종교적 관념이 될 것이고, 후자만 강조되면 그것은 진리에서 출발하지 않은 허무한 문화주의적 관념이 될 것이다. 교회 사역은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교회 사역은 타락의 길로 접어들게 되어 있다.
한국 교회의 많은 부분이 청교도를 현대 교회의 신앙적 뿌리로 생각하는 경우를 본다. 순수한 신앙으로 그리스도인 문화를 만들어 갔던 청교도들의 자세는 모범으로 삼을만 하다. 그러나 그런 그들이 자기들의 신앙 방식이 옳다고 보고 그런 방식에서 빗나간 사람들을 스스로 처단하고자 할 때 이미 그들은 하나님의 자리에 올라서게 되었다.
하나님으로부터 심판을 받아야 할 죄인이 하나님의 이름을 내세워 하나님의 자리에서 행세하려고 하는 것은 하나님 나라의 문화를 말살하는 행위이다. 이것을 일반화하여 말하자면 참 기독교 공동체의 건설을 위해 신앙적 원리를 내세우다가 그 신앙적 원리가 하나의 배타적 문화로 자리 잡게 되자 그 청교도 문화는 신앙적 원리가 작동하는 문화가 아니라 특정 부류의 인간이 지배하는 문화가 되어 버린 것이다.
한국 교회 사역이 어느새 이 지점에 들어서 있는 듯 하다. 세상 문화를 배제하고 하나님 나라의 문화를 세우려고 했지만 오히려 역전되어 세상 문화에 지배받는 하나님 나라의 운영을 시도하는 꼴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미국 교회에서 이미 겪고 있는 바이다. 그래서 뜻있는 교회 사역자들이 모여 뒤집어진 현 교회 사역 상황을 역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것이 새로운 교회 운동으로서 80년대 중반 이후부터 펼쳐지고 있는 ‘창발적(創發的) 교회 운동’(emerging church movement)이다.
좀 풀어보자면 이 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현재의 교회 사역은 현상 유지 내지 제도 유지를 위한 사역에 그치고 있다고 보고, 하나님의 역사가 생생하게 드러나는 하나님 선교에 초점을 맞춘 사역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보는 입장이다.
이에 대안으로 벌이는 것이 기존의 제도 유지에 급급한 사역을 지양하고 하나님의 역사하심에 뒤따르는 사역을 지향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것은 성경구절에만 몰두하고 그에 얽혀 있는 문화를 도외시하는 태도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것은 오히려 문화 속에서 일어나는 하나님의 역사하심에 초점을 맞춘 사역 계발에 힘쓰며 교회 사역의 전환을 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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