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거리 선수가 질주하듯 분주하게 열심히 살아온 시간들, 어느 날 뒤돌아보니 홀로 덩그러니 서 있는 기분이 들었다. 가족도 있고 주변에 많은 좋은 분들이 있는데 무엇인가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지방순회 세미나를 다니던 중 고향에 들러 친구들 소식을 듣게 되었고 인터넷 카페를 통해 친구들과 반가운 만남이 시작되었다. 숨겨놓은 보물상자 하나를 발견한 기분과 같았다.
시골인지라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을 같이 보낸 친구들이기에 오랜 시간의 간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방 친밀감이 더해졌다. 바로 만날 수는 없지만 서로의 사진을 보며 변해버린 친구의 모습 속에서 세월을 읽고 살아온 흔적을 읽으며 마음을 나눴다. "친구야 반갑다 잘 지냈냐?" 라는 말 한마디로 기나긴 세월의 간격을 훌쩍 뛰어 넘게 되었다. ‘친구가 주는 행복이 이런 것이구나’라는 마음에 행복을 경험하게 되었다.
최근에 일어난 연예인 이은주의 자살은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가정사역자인 필자는 이은주씨가 가족들과 함께 나눌 수 없을 만큼 무거운 짐이 있었다면 장례식장에 와서 그의 죽음을 슬퍼하였던 친구들 가운데 그녀의 힘들고 아픈 생각들을 함께 나눌 친구는 없었는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미국 테일러 대학의 총장이었던 제이 케슬러(Jay Kesler)는 소원 중 하나가 자신이 죽으면 만사를 제쳐두고 장례식에 참석해 줄 친구를 적어도 여덟 명은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은주씨는 장례식장에 와서 눈물 흘리며 떠나는 것을 슬퍼할 수 있는 친구는 많았지만 그녀가 장례식장으로 가지 않도록 아픔과 좌절을 나누고 함께 했던 친구는 갖지 못했던 것 같다.
어려서는 부모와 모든 것들을 의논하며 지내지만 사춘기가 되면서부터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족들과 나눌 수 없는 이야기들을 친구들과 나누며 성장한다. 특히 결혼 전에 있는 청년들에게 친구는 매우 소중한 존재이다. 그래서 때로는 가족보다 더 깊은 사랑을 나눌 수 있고, 마음을 열어 솔직한 대화를 나누고, 사회관계나 이해타산을 초월하여 생각을 하며, 가족이상의 교감과 정을 나눌 수 있는 존재가 친구이다.
잠언 17장 17절은 “사랑이 한결같은 것이 친구다. 어려울 때 도우려고 태어난 것이 동기다”라고 말씀한다. 좋은 친구는 산과 같아서 온갖 새와 짐승의 안식처처럼 멀리 보거나 가까이 가거나 늘 그 자리에서 반겨주고 생각만 해도 마음이 편하고, 때로는 땅과 같아서 싹을 틔우고 곡식을 길러내며, 누구에게도 조건없이 기쁜 마음으로 베풀어 줄 수 있는 땅처럼 한결같은 마음의 소유자이다. 성경 속에 다윗과 요나단은 이와같은 우정을 나눈 좋은 친구들이다. 사울 왕의 지치지 않는 추적 속에서도 요나단과 다윗이 나눈 우정은 다윗으로 하여금 분노와 복수의 화신이 되지 않도록 막아주는 방파제였으며, 도망자의 피곤한 삶의 안식처였였다.
“인생은 인생(忍生)이다”라는 말이 있다. 인내하며 살아야할 일들이 많은 것이 요즘 생활이다. 그러한 순간마다 자신의 마음을 지켜줄 친구같은 배우자와 거리낌없이 힘든 마음을 털어 낼 수 있는 좋은 친구가 있다면 인생은 인생(忍生)이라는 말 가운데 참을 인(忍)자를 두 사람이 친하게 지낸다는 뜻을 가진 어질 인(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주변을 돌아보아 나의 배우자와 가족이 내 인생의 가장 좋은 친구로 서 있는지 마음 풀어놓고 함께 울고 웃을 친구가 있는지 여유를 갖고 생각해 볼일이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