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을 어떻게 세상 사람들에게 주목받을 만한 이야기로 소개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이 문화사역을 찾아 나서게 하였다. 하비 콕스는 하버드의 학부생에게 ‘예수와 윤리적 삶’이란 과목을 가르치며 경험한 내용을 책으로 펴냈는데, 거기서 그는 익숙한 이야기를 주목할만한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것의 중요성을 지적하였다. 복음을 진부한 이야기로 치부하는 현대인들에게 주목할만한 이야기로 소개하는 것은 이 시대의 중요한 문화사역적 과제이다.
콕스는 한 학생이 가져온 신문 기사 내용을 소개한다. 평화의 밀레니엄을 열 것이라고 기대되었던 2001년은 9·11 테러로 새 밀레니엄에 대한 기대를 무너뜨렸다. 이 9·11 테러의 주범으로 지목된 이는 오사마 빈 라덴이었다.
그런데 이탈리아의 한 신부는 이를 통해 아기 예수 탄생 이야기를 신기하고 주목할만한 이야기로 만들었다. 지앙칼로 시비에리라는 이름을 가진 이탈리아 신부는 자기가 소속된 성당 뜰에 예수 출생의 장면을 묘사한 조각 모형을 세웠다.
그 모형 조각을 세우면서 그 신부는 예수님을 경배하는 무리 속에 빈 라덴을 집어넣었다. 그 신부는 신문에서 빈 라덴의 사진을 오려내 하드보드에 붙이고 그것을 동방박사들, 짐승들, 목자들, 마리아, 요셉, 아기와 함께 나란히 세웠던 것이다.
이런 일을 한 시비에리 신부는 크리스마스 계절에 최선의 의도를 가지고 행한 일이었지만 그 신부의 행동은 숱한 반대에 직면해야 했습니다. 교구 신자들이나 그 시의 시민들 뿐 아니라 관구의 주교, 시장 등으로부터 불평이 쏟아졌다.
시비에리 신부가 그렇게 해서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그리스도는 빈 라덴을 포함하여 모든 죄인들을 구원하기 위해 이 세상에 오셨고, 아기 예수는 크리스마스 행사를 하는 시를 위해 오신 것이 아니라 세상의 죄를 지고 가기 위해 오셨다는 것이었다. 그 신부는 사람들이 자기가 전하려고 하는 신학적 메시지를 이해해 주지 못하는 것이 못내 슬프다고 했다고 한다.
결말은 신문에 안 나와서 뭐라 말할 수 없지만 하비 콕스는 시비에르 신부가 그 눈살 사나운 인물을 제거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식으로 결말이 났다면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런 시비에리 신부의 작업은 매우 창조적 해석으로 진부하게 들리는 예수 탄생 이야기를 이상스럽고 주목할만한 이야기로 만드는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복음의 본질을 드러내는 성경 이야기를 주목할만한 이야기로 오늘에 되살려 내어 사람들이 듣도록 주목을 끄는 것이 교회가 감당해야 할 문화사역임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기독교에 대해 무관심을 보이거나 적대하는 분위기가 만연한 상황에서 기독교에 주목하도록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에 틀림없다. 그래도 그것은 현대 문화사역자가 해내야 할 일이다. 이제 진부하거나 지루하게 생각되는 성경 이야기를 오늘 우리 이야기로 되살리는 시도에 교회의 모든 역량을 모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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