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한 해, 우리를 둘러 싼 주변환경과 우리 사회의 진로를 생각할 때 전망은 결코 밝지 못합니다. 2005년 우리 사회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지구촌의 변화와 치열한 국가 경쟁에 대해 아무런 대비도 못한 채 우왕좌왕해 왔습니다.
안타깝지만 2005년에도 크게 나아지진 않을 것입니다. 경제침체와 사회의 양극화, 실업과 가계부채, 이념대립과 정쟁에 빠진 정치, 북핵문제 해결의 지연 등은 해가 바뀌어서도 풀기 어려운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우리의 시급한 과제는 사회의 통합입니다. 지역구도가 정당정치 속에 아직도 남아있고, 맹목적인 이념대립이 횡행하는데다 빈부 격차가 커지고, 빈곤층을 지켜낼 사회 안전망은 허약합니다. 사회 위화감은 커지고 대립과 반목만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갈등이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갈등을 정치의 장에서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내는 시스템입니다. 그런데 정치권이 되려 갈등을 집단간의 세싸움이나 색깔공방으로 몰고가려 하고 이를 언론과 시민사회가 견제하지 못하는 것이 한국 민주주의가 처한 위기현실입니다. 이런 구조 속에서는 좋은 정책을 만들기도 어렵고 만들어도 적시에 실행하기 어렵습니다. 정당과 국회를 제자리로 돌려놓고 생산적인 정치를 하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의 최우선 과제입니다.
그 다음은 경제를 살리는 것입니다. 현 정부가 자유시장경제를 무시한다고 하지만 사실 우리 경제는 권위주의 시대의 성장위주체제에서 많이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재벌과 경기 부양책 중심의 경제체제에서 중소기업과 노동자는 불안하고 분배구조는 나빠지니 내수와 고용이 살아나지 않는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대기업이 중소기업에게, 정규직이 비정규직에게 용기를 북돋아 달라고 한 것은 그래서 좌파적 시각이 아닙니다. 돈과 힘 위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시장경제를 국가 전체를 위해 조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상식수준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경제가 살아나기까지 빈곤층의 생활고를 정부와 기업, 비교적 나은 상위층이 더 적극 지원해야 합니다. 이러한 최소한의 동반성장과 균형 없이는 사회통합이 어렵고 사회통합이 이뤄지지 않으면 경제도약의 동력도 생겨나지 않습니다.
사회통합의 몫은 정부가 짊어진 것도 있지만 정부가 시장과 국민 생활의 자발적 부분까지 개입하도록 하는 것은 자칫 화를 불러오기도 합니다. 또한 자율적이지도 못하고 건강하지 도 못한 사회입니다. 정부의 한계로 인한 사각지대를 바로 교회와 사회단체 등 민간이 담당해야 합니다. IMF환란위기 때 1교회 1실업가족을 돕자, 노숙자를 돌보자는 등 교회가 이런저런 일들을 벌여놓았지만 지금껏 지속적으로 성심성의 껏 실천하고 있는 것은 눈에 띄지 않습니다. 이번 경제위기에는 아예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습니다. 구제와 봉사는 교회의 책임이고 사회통합의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며 한국 교회의 새로운 도약과 활로가 담긴 기회임을 인식할 때입니다.
물론 희망도 보입니다. 우리의 노력여하에 따라 올 하반기에는 경기 회복의 조짐이 보일 수 있습니다. 정치권의 반성도 기대해 봅니다. 남북관계의 긍정적인 진전이 예상됩니다. 한류열풍도 아시아를 휩쓸 것입니다. 어려울수록 뭉치고 끈기로 버티는 한국민의 저력과 기상을 믿으며 올 한해 힘찬 걸음을 시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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