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공동체로 화해·치유 나서자


십자가 없는 부활이란 없다!(No Cross, No Crown!) 진부한 표어이지만, 십자가를 지는 공동체에겐 전혀 진부하지 않다. 공허한 듯하지만, 십자가의 수난을 감내하는 공동체는 이에 실제적으로 감격한다. 매년 맞이하는 부활절은 이벤트가 아니라 하나님의 능력이 용솟음치는 생명의 원천이다. 무엇보다도 예수 부활은 수난과 마찬가지로 공동체성이 강하다. 부활은 한 개인의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한 교리에만 제한될 수가 없다. 기독교 공동체의 형성과 더불어 그 공동체를 통한 타락한 창조 세계의 변혁과 갱신을 가능하게 만든 하나님 구속 드라마의 우주적 사건이다. 예수 부활은 그리고 역사적이다. 예수의 부활을 부인하는 사람들은 이를 초대 기독교의 창작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이러한 논리로는 어떻게 기독교가 생성되었으며, 왜 예수를 메시아로 유대인들뿐 아니라 이방세계에 선포하였는지, 설명할 도리가 전혀 없다.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유일한 대답을 제시하였다. 수치스런 십자가 죽음 이후에 하나님이 예수를 죽음에서 살리셨다. 따라서 그들의 주장을 평가하고 오늘날 우리를 위한 의미를 파악하는 노력은 기독교 공동체의 생사가 달린 문제이다.
먼저 예수의 부활을 1세기 유대교의 맥락에서 철저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부활 사상을 부인한 사두개파와, 사후에 육체가 없이 영혼의 계속적인 존재를 신봉하였던 필로나 쿰란 공동체에 비해 바리새파의 개혁 프로그램은 몸의 부활 사상에 기초를 두고 있었다. 그들은 사후 새롭게 된 육체로 살아가되, 보다 포괄적인 부활 사상을 가지고 있었다.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셔서, 정의와 평화를 가져오고 압제자들과 사악한 자들을 타도하며, 이 세계를 고대하며 이전에 이미 죽어왔던 모든 의인들이 바로 이러한 새로운 날을 향유하게 하기 위하여 육체적 생명을 회복하실 것이다. 이러한 부활 사상과 마카비 시대의 순교자들에 대한 부활 구속 사상의 배경에는 에스겔 37장 1-14절과 다니엘 12장 2-3절, 이사야 26장 19절 등이 있다. 악에 대한 하나님의 궁극적인 승리, 진정한 평화와 정의의 실현 그리고 하나님이 이 세상의 주가 되신다. 이러한 은유적 표현은 다가 올 온전한 구속과 의의 시대를 상징하는 ‘메시아 시대’나 ‘하나님 나라’와 같은 환유적 표현으로 발전되었다. 우리는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위대한 선지자가 다시 살아날 것인데 그는 바로 엘리야이다’는 대중적인 미신과 공상이 왜 예수의 사역 기간에 등장하였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그러면 초대 그리스도인들이 나사렛 예수가 죽음에서 일으키심을 받았다고 선포할 때에, 무엇을 주장하는가? 이 주장은 당시 유대인들이 위대한 지도자, 선생, 특히 잔인한 죽임을 당하였던 어떤 이가 살아났으며, 하나님의 새로운 종말론적 통치가 이뤄졌다는 신념을 표현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사고방식이다. 또한 성경을 믿고 약속의 성취를 갈망하던 제자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당대의 많은 유대인들이 그토록 고대하던 바, 천지개벽을 통하여 모든 의인들의 부활,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가 성취되지는 않았다. 여전히 빌라도와 가야바, 헤롯은 악한 통치권을 행사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인들은 선지자들이 예언하여왔던 ‘다가올’ 새로운 시대가 예수의 부활을 통해 이뤄졌으며, 예수는 메시아라고 선포하였다. 어떤 자칭 메시아가 이방 권세자들의 손에 십자가에서 죽었으면 영원히 신임을 잃어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예수의 추종자들은 그가 메시아라고 증인으로서 선포였다. 왜 그런가? 부활은 신적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죽은 자를 살리는 사건은 제한된 자원 속에 살아가는 인간이 행할 수 없다. 오직 창조주이자 생명의 주권자이신 하나님만이 할 수 있다. 그들은 부활의 산 증인들이었다(행 2.32; 고전 15.4-8). 그들은 신학자나 철학자가 아니라 증인들이었다. 부활의 참된 성경적 증거는 부활의 증인들이다. 흔히 빈 무덤이 부활의 참된 증거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빈 무덤은 변증 신학의 발견이지, 초대 교회의 증언의 핵심이 아니다. 예수의 제자들에게 부활은 하나님이 나사렛 예수를 죽음에서 다시 살리심으로써, 그의 인격과 주장과 행위들을 ‘옳다고 인증(認證)’하신 사건이었다(롬 1.3-4). 따라서 그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메시아 시대가 도래하였다, 예수가 주라고 선언하였다. 예수 부활은 바리새인의 신학과 같이 현재와의 연속성만 주장하거나, 플라톤 철학에 바탕을 둔 필로의 주장과 같이, 현재와의 불연속성만을 주장하지 않는다. 부활 전후의 연속성과 불연속성을 다 포괄한다. 이는 현재의 불의하고 타락된 구조 속에 부활의 능력이 움트며, 현재를 변혁시키는 사건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변형된 육체의 부활을 통해 시작되었음을 알린다. 이는 새 창조의 신호탄이자, 창조 세계가 새로워진다는 선언이다.
예수의 부활이 하나님의 옳다고 인증하심이라는 주장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예수가 십자가에 죽으심은 그가 기름부음을 받은 바대로 올바르게 메시아의 사역을 성취하였다는 말이다. 하나님이 십자가에 죽으신 예수를 다시 살리심으로써, 그의 행위와 주장과 인격을 하나님이 인정하셨다. 세상의 방법이 아닌 하나님의 방법으로 순복하며, 비난을 받으며, 섬기며, 낮아지며, 자신을 비우되 종이되기까지 비우심으로, 하나님에게서 버림을 받을 정도로 철저하게 ‘하나님의 길’을 걸어가신 예수를 하나님이 옳다고 인정하셨다. 가야바의 종교법정은 예수를 신성 모독자로, 빌라도 법정은 민중 선동가로 정죄하고 사형에 해당하는 자로 판결을 하여 십자가 처형을 하였지만, 하늘 법정에서 하나님은 그를 옳다고 인정하시고 부활시키셨다. 따라서 부활은 십자가가 패배가 아니라 승리임을 선언한다(골 2.14-15; 고전 15.17).
예수의 부활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부활은 단순한 개인의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한 보증만이 아니다. 역사와 종말과 관련되어져 있다. 부활은 예수가 이제 살아 계심으로 그와의 관계를 가능하게 한다는 말은 오순절의 진리이지 부활의 메시지가 아니다. 먼저 예수의 부활의 의미는 예수를 메시아로 하나님이 옳다고 인증하심에서부터 시작되어야만 한다. 이는 부활을 믿고 고백하는 교회가 성령이 기름 부으신 소명에 철저하게 순복하여야 할 궁극적 이유를 제시한다. 역으로 십자가의 소명을 철저하게 지고 따르는 교회는 부활의 능력을 체험하는 공동체이며, 하나님께 옳다고 인정하심을 받음을 의미한다. 둘째로 예수의 부활은 현재와의 종말론적 연속선상에서 새 시대의 도래를 실제적으로 가져오는 분기점이다. 예수 부활은 현재 이 세상에서의 삶을 무의미하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미래를 위한 희망을 주지만 현재 삶에 대한 목적과 의미를 제시한다. 부활로 인하여 그리스도인의 현재 실존이 비록 고통과 갈등을 하더라도 무한정하게 의미가 있다. 바울에게 부활은 우리 실존과 고립되고 기이한 기적으로서가 아니라, 이스라엘과 세상을 다루시는 창조와 언약의 하나님의 이야기가 절정을 이루고 메시아적 사역의 초점이기에, 역사의 변혁을 위하여 매우 중요하다. 셋째로 그리스도의 부활은 미래에 대한 소망을 새 창조라는 관점에서 전인적이고 우주적으로 새롭게 다시 정의하며 현재에 대한 새로운 전망을 제시한다. 부활은 사망의 권세가 종식되었음을 알리는 새벽 여명이다. 부활절 아침에 사망 권세에 승리하신 예수의 부활은 새로운 만남, 새로운 식탁, 화해와 새로운 사명 위임이 있었다. 이는 새벽을 깨우는 새 창조의 역사가 시작이다. 새 창조는 부활을 통해 사망 권세가 폐위되고, 타락과 불의의 눈물이 씻어지고, 모든 종노릇함이 소멸되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힘을 제시한다. 바로 이 소망으로 인하여, 현재 시간은 엄청난 의의를 가득 담고 있다. 부활의 의미는 결코 개인화될 수 없다. 개인적인 부활 소망은 이러한 새 창조의 소망 내에 그 정당한 자리를 차지한다.
부활을 고백하고 선포하는 교회는 하나님 아들이 가져오신 새 창조의 변혁에 참여한다. 부활은 고백하는 공동체로 하여금 변혁의 사역에 참여하도록 만드는 원동력이다. 참된 평화와 정의, 화해와 치유의 사역에 부활 공동체는 새 창조와 미래에의 희망을 제시하며 역동적으로 참여한다. 바로 이것이 예수의 부활이 교회에게 부여한 소명이자 위임 명령이다. 예수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이의 영(롬 8.1-11)의 영이 부활의 능력을 신앙 공동체에 역사하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