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니아를 생각하며 한없이 울었다"

"알바니아를 누구보다도 사랑한다고 자부했으나 막상 위험이 닥치자 그들
을 떠났다는 생각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무정부상태와 내전으로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던 알바니아를 극적으로 탈출
한 한국선교사 일행이 3월20일 한국선교훈련원(GMTC)에서 기자회견을 가
졌다. 한국해외선교회 개척선교부(GMP) 소속 김용기(33) 김미숙(33), 심재두
(37) 유소연(35), 이미화(37) 등 11명의 선교사와 가족은 3월15일과 16일 각
각 미군용헬기를 이용, 모든 공항과 항만이 봉쇄된 알바니아를 극적으로 탈
출, 미대사관이 제공하는 안전지대와 로마에 하루씩 머문 뒤 19일 정오경
대한항공편으로 귀국했다고 밝혔다.
수도 티라나에서 태권도선교사로 활동했으며 선교사들 중 비자연기 신청절
차 지연으로 최후까지 알바니아에 남아야 했던 김용기선교사는 "우리 자신
의 안전보다도 고국의 부모와 친지, 정부의 기도와 노력에 부응하고자 일단
탈출했다"며 "그러나 공항이 열리는 대로 들어가 폐허가 된 알바니아 복구
에 동참하고 싶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김선교사는 이어 "다른 선교사들이
하루 전날 알바니아를 떠나고 나의 비자발급이 거절됐을 때 '하나님이 인생
의 출입을 결정하신다'는 성경 말씀을 떠올리며 오히려 큰 평안을 체험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선교사의 부인 김미숙선교사는 "알바니아는 현재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
는 무정부상태로 누구나 무기를 입수할 수 있는 상태이며 총기 난사와 테
러로 극도의 혼란 상태에 빠져 있다"며 "극적으로 탈출, 이탈리아 한인교회
에서 지난 주말을 지내며 함께 모인 국내외 선교사들과 알바니아를 위해 기
도하면서 한없이 울었다"고 말했다.
내과 전문의로 의료선교사역을 하고 있는 심재두선교사(37)는 "14일 비행
기표를 구입했으나 공항이 폐쇄돼 숙소에 머물며 밤새 총기 난사소리를 들
어야 했고 알바니아 두러스항에 도착해서도 이탈리아 배가 자국민만 싣고
떠나는 바람에 또 하루를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고 말했다. 심선교사는 "알
바니아인의 90% 이상이 5백불에서 1천불까지 피라미드 조직에 돈을 넣어
파산상태를 겪는 등 알바니아는 극도의 혼란상태에 놓였다"며 "서구의 지원
이 끊긴 상태에서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반군들의 데모로 사태는 한치앞
을 내다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선교사들은 "알바니아에는 지난 91년 개방 이후로 주종교인 회교뿐만
아니라 통일교 여호와의 증인 몰몬 등 수다한 이단종파들이 활동하고 있다"
며 알바니아 전체 선교사는 4백여명이고 이 가운데 한국인선교사는 GMP
소속 12명을 비롯, 모두 26명이라고 전했다. 또 선교사들은 "현 과도정부를
이끌고 있는 사회당이 사태 종결후 기독교선교를 제한하지 않을까 우려된
다"며 "알바니아가 구 공산세력이나 회교권의 지배하에 들어가지 않도록 한
국교회가 기도해달라"고 당부했다.

<한국선교사 알바니아 탈출 일지>
1991. 알바니아 개방, 사채업 유행
1997.2.5. 대통령, 사채업자에게 맡긴 돈 되돌려주겠다고 공식 발표
50~60%만 현금으로 되돌려 줘 불만 누적.
2.10. 경찰과 시민 일대 접전. 데모와 테러 시작.
3.12. 미국대사관, 자국민 철수령 발표. 공항 항만 폐쇄.
3.15.오전. 심재두/유소연선교사 가족, 이미화, 강성숙선교사, 견습선교

2명 등 8명, 미 군용헬기 이용해 미항공모함으로 인도.
3.16.오후 5시30분경. 여권연장 신청관계로 출발 지연됐던 김용기/김미숙
선교사 가족이 미군헬기 이용, 티라나 탈출.
3.17.오전. 김선교사 가족, 이탈리아 브린디시항에 입항.
3.17.오후. 로마한인교회서 한국선교사 일행 해후.
3.19. 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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