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보는 전도전략으로 폐쇄된 문화 두드려…섬 떠난 후에도 지속적 접촉

 

상구자도를 찾아간 낙도선교회 단기선교팀이 주민들을 섬기는 세족식을 진행하고 있다.


힘껏 찍었다. 끄덕도 하지 않았다. 다시 온 힘을 다해 찍었다. 그래도 요지부동이었다.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또 한 번 찍었다.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손끝으로 작은 흔들림이 전해왔다. 그래,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낙도선교회(회장:박원희 목사)의 단기사역은 그런 것이다. 아무리 밀쳐내도 다시 돌아와 부딪치는 바다 물결처럼, 이쯤 되면 맥이 다 빠졌겠지 싶어도 반년만 지나면 어디에서 그런 힘이 솟았는지 맹렬한 기세로 재도전해오는 젊음의 함성이다.

1월 15일부터 21일까지 낙도선교회의 제39차 단기선교가 전남 고흥 해남 진도, 경남 통영, 강원 정선 일대에서 펼쳐졌다. 전국에서 모인 140여명의 젊은 신학도들과 청년 대학생들이 21개 팀으로 나뉘어 낙도와 오지에서 추위, 그리고 온갖 영적 장애물들을 견디며 값진 땀방울을 흘렸다.

오랜 사역을 통해 낙도선교회가 정립해가는 선교 방식은 이른바 과정선교. 한 두 번의 접촉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접촉을 통해 복음을 계속적으로 들려주는 방식으로 완고하고 폐쇄적인 문화를 가진 이들에게 접근하는 데는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다.

박원희 목사는 “지난 22년간 낙도와 오지에 복음을 전해온 경험을 돌이켜볼 때, 주민들이 복음을 한 번 듣고 단번에 회심하기보다 오랜 복음 접촉과정을 통해 회심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어떤 섬에서는 오년 혹은 팔년 만에 회심이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저희 선교회는 이렇게 다양한 접촉을 통한 과정선교로 회심을 기대하며 사역합니다”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해남 상마도는 단기선교팀이 들어간 지 5년째 된 올해, 마을회관에 ‘하나님은 상마도를 사랑합니다’라는 글귀가 적힌 현수막을 걸 수 있었다. 처음 몇 해 동안 주민들이 배도 못 들어오게 핍박했던 것을 생각하면, 현수막 하나 걸기까지가 얼마나 고된 과정이었을지 짐작된다.

4년째 상마도를 찾아오고 있다는 김진주씨(총신대 4학년)는 “상마도에 이런 현수막을 달게 된 것은 기적이에요. 4년 동안 이 섬을 찾아오다보니 비로소 상마도의 영혼들이 저희 눈에 들어와요. 저희들도 그 영혼들을 진심으로 이해하게 된 것이지요”라고 말한다.

상마도와 이웃한 중마도에서는 올해도 고전의 연속이었다. 계속된 핍박으로 숙소를 정하지 못하고, 낮에 잠시 들어가 봉사활동을 통한 복음접촉만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중마도 팀의 일원인 최윤미씨(총신대 3학년)는 “나가라는 주민들의 소리를 들었을 때 눈물이 와락 났어요. 그러나 언젠가 중마도에도 예수의 계절이 올 거예요”라고 소망한다.

진도 상구자도에는 5년 동안 사역의 열매로 마침내 지난해 마을에 예배당이 세워졌다. 상구자도 팀은 올해에도 마을 주민들을 위한 생일잔치를 열어주었다.

이전까지 아무도 생일을 챙겨본 경험이 없던 이곳 주민들은 선교팀이 찾아와 고깔모자를 씌워주고, 케익을 준비하여 즐거운 잔치를 베풀어주면서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다. 열린 마음 문으로 복음은 힘차게 들어갔고, 그 결실이 교회 설립으로 이어진 것이다.

과정선교는 단기사역 후에도 계속된다. 선교팀들은 섬을 떠난 후에도 편지나 선물을 보내며, 마을 주민들에게 끊임없이 자신들이 섬을 기억하고 있음을 확인시킨다. 그리고 차기 사역 때는 다시 달려가 다양한 방식으로 주민들을 섬기며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세족식, 가족사진 찍기, 화장실에 방향제 달기, 손톱 발톱 청소, 도배, 지붕수리, 아이들 목욕, 마사지, 이미용 등등 선교팀들이 주민들을 섬기는 기술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이 모두 모이는 마을 잔치에서는 어김없이 복음의 메시지가 전해진다.

이런 과정을 통해 올해에도 여러 섬에서 새로운 결신자들이 나왔다. 연화도에서는 오랫동안 무당생활을 해왔다는 한 여성이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영접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우리들의 과정전도란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을 계속해서 인내로 지켜보는 것 뿐이랍니다.” 올해도 선교팀의 일원으로 활약한 김지혜씨(고신대 졸업)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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