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여름수련회는 변하지 않는 몇개의 공식에 따랐다. 아침에 일어나면 QT를 하고 주어진 교재로 성경공부를 한 뒤 천로역정 등 몇가지 특별 프로그램을 하고 나서 저녁집회에 들어가는 방식이다. 물론 무게중심은 저녁집회에 맞춰지며, 찬양과 설교 기도의 순서를 밟아 어쨌든 「은혜」 받기에 주력한다. 수련회의 성패도 여기에 달려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런 수련회는 몇가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기독교교육 학자들은 학교 교육방식이 지향하는 이러한 강의 전달식 주입교육이 지니는 문제점으로 네가지를 지적한다.


첫째는 학습자들이 금방 지루함과 실증을 느낌으로써 학생-교사, 또는 학생-성경 사이에 역동적으로 오가야 할 교류를 막는다. 둘째, 지나치게 교사 중심적으로 교육이 이뤄짐으로써 학습자의 참여가 적고, 소극적이 된다. 학생이 배움의 내용을 확신하지 못하고 배움과 행동 사이에 괴리가 생기는 것도 여기에 한 원인이 있다. 셋째, 인식적이고 지적인 영역의 내용 전달에만 치우치기 때문에 정의적이고 운동 기능적인 영역이 무시된다는 점 또한 지적된다. 넷째, 학교에서의 스트레스가 교회서도 축적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여름수련회를 공동체 중심의 교육방법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은 이런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인 셈이다. 여름수련회의 본질을 신앙공동체의 경험과,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만남을 통한 회심의 체험, 친교 경험과 섬김·나눔이 있는 축제 등으로 이야기 할 때 공동체 중심의 프로그램 디자인은 훨씬 많은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나를 벗어나 공동체 중심을 지향함으로써 참된 나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 공동체 교육의 이상이다. 이것은 곧 나로부터 이웃으로의 확장을 의미한다. 지역적인 확장은 도시에서 농촌으로 연결되며, 세대의 확장은 자녀세대에서 부모세대로, 신체환경상의 확장은 비장애인에서 장애인으로 스며든다. 뿐만 아니라 교육 내용에 있어서도 다양한 영역으로의 확장이 다뤄진다.


지역적인 확장의 예로는 농촌 현장을 찾아 노동을 통해 섬김을 경험하는 ㄷ교회 청소년부를 들 수 있다. 낮에는 밭에서 일을 하고 밤에는 모여 부흥회 등을 갖는다. 노동과 함께 중요한 교육내용은 농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일이다. 이런 가치관을 바로 심기 위해서는 환경친화적인 농업을 하는 기독교인 농장주를 찾아야 한다.


세대를 확장시킨 수련회는 ㅅ교회의 전교인 공동체 수련회가 대표적이다. 수련회라기 보다는 그야말로 공동체 생활이며, 그 가능성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기회로 만든다. 가족 중심의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세대구분 없이 전세대가 한 팀을 이루어 야간산행도 한다. 주거공간을 직접 만들기도 하는데 이때는 아이들로부터 어른들에 이르기까지 함께 통나무를 들고 나르는 등 모두가 참여해서 공동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공동체 수련회의 특징은 무엇보다 형식적인 프로그램보다 자연스런 삶 그 자체에 맞춰져 있다는 것. 큰 테두리만 결정해 놓고 그 안에선 아무런 제재 없이 활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교육내용에 있어서도 환경문제, 통일문제, 경제문제, 교육문제 등에 이르기까지 확장시킨다. 이에 대한 성경적 접근을 모색하고, 그 실천대안을 직접 삶 속에 적용해 보는 수련회가 실시된다. 머리와 가슴, 그리고 손발이 동시에 움직이는 교육이 그 특징이다.


특히 개인적인 소감 발표나 대화나눔을 통해 신앙적인 고백을 하도록 만든다. 개인의 참여도를 최대한 높이려는 의도가 분명한 점 또한 특징 가운데 하나다. 가령 공동체 삶의 규율이나 신앙적인 행동대안들을 스스로의 조사와 분석을 통해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만드는 과정 등이 그것이다.


이같은 행태의 교육이 이뤄지기 위해선 그러나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 그것은 어느날 갑자기 「우리도 공동체 교육을 하자」고 해서 될 일도 아니며, 평소의 교육과정이 이런 정신을 배제해왔다면 그 단절의 벽만큼이나 현실로 옮기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끊임 없이 추구해야 할 하나의 이상임에 틀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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