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의 모범 주기도문을 배우자

기도소리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한국교회의 전
통 중 하나인 새벽기도를 하지 않는 교회가 늘어나는가 하면 금요철야기도
회를 심야기도회로 이름을 바꾸면서 기도시간도 현격히 줄어들고 있다. 기
도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바른 기도' '성
경적 기도'를 드리는 것이 아닐까. 본보는 두차례에 걸쳐 '기도'라는 주제
로 이 문제를 다뤄본다.
절름발이가 되어버린 기도. 너무 원색적인 표현일까. 한국교회 교인들의 기
도가 심하게 일그러져 있다는 말이다. 5월18일 어느 교회 주일 아침 예배
시간이다. 설교 전에 장로가 나와서 대표기도를 한다. 설교가 끝난 뒤 설교
자의 기도, 헌금기도가 이어진다. 기도내용을 꼼꼼히 체크해 보았다. 거의
모든 내용이 천편일률적으로 "…주시옵소서"로 끝난다. 대표기도 뿐 아니라
교인들의 개인기도 역시 '주시옵소서 기도' 일색이다. 물론 기도의 중요한
요소 중 '간구'를 빼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간구'는 기도 내용
의 여러 요소 중 하나일 뿐 전부가 될 수는 없다.
일그러진 기도
"주기도문이 뭔지 아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예배 끝날 때 다같이 드리는
기도 아니냐"고 되묻는 이 교회 중등부 학생의 말처럼, 주기도문은 예배의
끝을 알리는 '주문'에 불과한 것일까. "기도를 가르쳐 달라"고 요청하는 제
자들에게 예수님께서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라"며 알려주신 기도의 '모범
답안', 그것이 주기도문이다. 거기에는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고 찬양하며
영광을 돌리는 것이 '주시옵소서'보다 우선된다. 순서상으로도 그렇지만 내
용과 무게에 있어서도 마찬가지.
기도의 모범답안 '주기도문'
"우리의 구세주, 그는 전능하신 치료자. 주를 예배하고 그 분 안에 소망을
두는 자를 치유하시네. 인간의 간교함으로서가 아니라 그 분의 말씀으로 고
치시네. 주님은 하늘에 계셔도 어디서나 함께 하시네. 모든 찬양을 주님께
드리나이다." 마치 한 편의 시처럼 느껴지는 이 글은, 304년 경 그리스도인
이라는 이유만으로 체포돼 맹수들에 의해 순교당한 어느 성도가 죽음에 직
면해서 하나님께 드린 기도문이다. 죽음 앞에 서 있는 자의 기도내용이 이
럴 수가 있을까 싶다. <순교자들의 기도>(엠마오)라는 책에는 초대교회의
익나티우스부터 최근의 오스카 로메로 등 순교자들의 기도문이 실려 있다.
어느 곳을 찾아봐도 '주시옵소서'보다는 하나님의 이름을 찬양하고 감사하
는 내용으로 꽉 차 있다.
꾸준한 교육 필요
그렇다면 왜 '절름발이' 기도가 되어 버렸을까. 김태우 목사(서대문교회)는
"인간의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죄성의 발로"라고 잘라 말한다. 김목사는
"하나님 중심적인 기도는 기쁨과 감사, 찬양을 겸비한 기도"라고 강조했다.
"또 간구를 하더라도 자기의 유익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과 나
라를 구하는 기도여야 한다"는 게 김목사의 주장이다. 간구 자체를 잘못이
라고 말 할 수는 없지만 간구의 내용이 매우 잘못돼 있는 것도 바로 잡아야
할 큰 과제라는 말이다.
"인간의 죄성은, 먼저 하나님의 은총에 의해서 변화되지만 이와 함께 끊임
없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김목사는 말한다. 결국 '절름발이' 기도를 '건강
하게 균형잡힌' 기도로 바로 세워야 한다는 숙제가 목회자들 앞에 놓여 있
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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