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역할 대안모색 노력·실질적 제도개선 선행돼야

지난해 가을 총신대학교에서 발간된 '신학지남'(통권 제248호) '교회와 여
성'이라는 제목의 특집호는 교계를 뜨겁게 달구기에 충분했다. 여성안수 문
제와 관련해 총신대 교수들이 공식적으로는 최초로 신학적 입장을 표명한
논문들에 대해 교계는 찬성과 반대가 분명하게 갈리면서 다양한 논쟁이 벌
어진 바 있다.
총신교수들은 논문을 통해 '여성안수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여성안수를 반대만 했지 교회 안에서 여성들의 역할과 사역을 긍정적으로
조명하고 대안을 모색하는데는 소홀했다"는 주위의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이에 교수들은 올해 '신학지남' 봄호(통권 제250호) '교회 내 여성의 역
할'이란 제목의 특집호를 통해, 여성안수 반대를 전제로 하는 가운데 여성들
의 교회 내 역할과 사역방안을 모색하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애썼다. 김의환
총장을 비롯해 5명의 교수들이 각자 전공분야와 관련해 교회 내 여성문제를
풀어나갔다.
황성철 교수(실천신학·총신 신대원 여학생들의 현주소와 그들의 사역을
위한 미래지향적 대안 모색)는 "21세기 목회환경의 변화에 맞게 여성사역이
개선돼야 한다"면서 △전도사 △교육사 △상담사 △복지사 등 네가지 영역
을 여성사역의 미래지향적 대안으로 소개했다. 특히 기존 심방전도사의 활
동영역을 넘어 "담임목사와 당회의 허락 하에 여전도사도 교훈권과 강도권
을 발휘할 수 있다"는 대목과, "개교회의 장·단기적 교육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해 나갈 수 있는 교육전문사역자로서의 '교육사 제도'를 교단적 차원에
서 도입해 볼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조심스런 제안이 눈길을 끌었다.
이러한 제안은 정정숙 교수(기독교교육·한국교회에서의 여교역자의 역할
에 관한 연구)에 의해서도 제기됐다. 즉 '교육사' '상담사' 등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제도의 정비와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교수는 여기서 한걸
음 더 나아가 "여성들은 사실상 '종신토록' 사역을 함에도 불구하고 법적으
로는 '임시직'으로 묶여 있어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법 체제의 현실적인 개선도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들이 교육분야와 상담분야에서 남성보다 탁월하게 사역을 수행할 수
있는 은사를 부여받았다고 하지만, 제도적 장치 뿐 아니라 여성사역의 전문
성을 개발할 수 있는 신학교의 교육 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것이
현실적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제도적·교육적 여건이 미비한 탓에 여
성사역이 소극적이고 보조적이며 비전문적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황교수는 "총신 신대원의 교과과정을 4년제로 해 3년의 교과과
정을 끝낸 뒤 4년째에는 목회 인턴십을 겸해 전문사역을 염두에 둔 교과과
정을 개설하거나, 3년 수료 후에 1년 과정으로 '교육사 준비학교' '상담사 준
비학교' '특수목회 준비학교'와 같은 과정을 만드는 등의 배려가 있어야 한
다"는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한편 한춘기 교수(기독교교육·교회 내에서의 여성교육 사역에 대한 고
찰)는 "성경공부와 교육활동만 하는 미국교회의 주일학교와 달리 독자적인
예배를 드리는 한국교회 주일학교의 경우 여전도사가 설교하는 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일시적 허용 내지 묵인 또는 방관된 상태"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밖에 김의환 총장(역사신학·교회 내 여성사역의 제한성과 중요성) 김성
태 교수(선교학·교회 지도력에 있어서 여성의 역할에 대한 선교신학적 고
찰) 등의 논문도 소개됐다.
이번에 발표된 논문들은, 교회 내 여성들의 역할을 인정하고 여성들이 보
다 적극적이고 전문적으로 사역할 수 있는 영역과 제도적 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교수들 스스로가 인
정했듯이, 교회 지도자들의 의식 변화와 더불어 신학교 커리큘럼의 개선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논의는 그야말로 '책상 위에서의 공론(空論)'에
그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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