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단행본 출간·올해 제1회 '죽산신학강좌' 개최

'평가가 시작되기도 전에 평가가 끝나버린 사람.'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박
용규 교수(역사신학)는 고 박형룡 박사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자유주의 신학의 물결 앞에서 보수신학을 지켰고, 50년동안 초지일관 신
학교육에 헌신했을 뿐 아니라 한국 신학자로서는 처음으로 조직신학을 집대
성한 한국 보수신학의 거목 박형룡 박사에 대한 평가작업은 그가 소천한
1978년 이래로 지금까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박형룡박사에 대한 평가작업이 부진했던 이유는 무엇
일까? 총신교수들은 이에 대해 두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하나는 신학적으로
워낙 거대한 존재이기 때문에 그에 대해 평가할 엄두를 '감히' 내지 못했다
는 것이다. 한 사람을 평가하려면 평가자가 어느 정도의 학적 권위를 갖고
있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박박사가 너무 높은 곳에 있다는 말이다. 또 하
나는, 평가에는 긍정적인 면과 함께 비판적인 면이 균형을 이뤄야 하는데
박박사의 신학적 숨결이 빈틈없이 배어있는 교단과 신학교의 정서상 박박사
의 신학을 비판한다는 것이 상당히 모험적인 일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박박사가 소천한 이듬해인 79년 한국신학연구소가 발간하는 '신학사상'에
박형룡 신학 지상세미나가 게재된 것이 박형룡 박사에 대한 첫번째 평가작
업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박형룡 박사가 50 평생을 바친 총신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에 대해 부정적 해석이 지배적이어서 공정한 평가
작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총신에서의 평가작업은 지난 96년, 그러니까 박박사 소천 18년만에 처음
으로 이뤄졌다. 박용규 교수 주도 아래 '죽산 박형룡 박사의 생애와 사상'
이라는 540여 페이지에 달하는 단행본이 총신대학교 출판부에서 출간된 것
이다. 이 책에는 총신 신대원 교수들 뿐 아니라 신복윤(합동신) 주재용(한신
대) 맹용길(장신대) 교수 등 총신과 신학노선이 다른 신학교 교수들이 박박
사의 신학사상을 평가한 논문도 실려 있어 비교적 객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는 평을 듣고 있다.
총신대는 책의 출간과 동시에 '죽산 …' 출판기념예배를 드렸으며, 이 때
를 계기로 '박형룡 박사 기념사업회'를 조직하려 했다. 그러나 예상보다 훨
씬 적은 인원이 참석하는 바람에 사업회 조직은 무산됐고 이후 이 문제는
유야무야 지나가고 말았다.
그렇다면 박형룡 박사 출생 100주년이 되는 올해 그에 대한 평가작업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가?
먼저 올해 개교기념주간을 맞아 5월30일 양지캠퍼스에서 '죽산신학강좌'가
처음으로 개최된다. 이번 기념강좌는 김의환 총장과 한철하 박사의 주제강
연과 여러 신학자들의 패널토의로 진행된다. 총신대는 올해를 시작으로 해
마다 기념강좌를 열기로 하는 등 박형룡 박사에 대한 평가작업을 제대로 해
보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이와 더불어 박용규 교수는 개인적으로 박박사
의 전기(傳記)를 쓰기 위해 준비작업을 벌이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사당캠퍼
스의 종합관이나 양지캠퍼스의 채플 등의 시설에 '박형룡 박사 기념관' 등을
마련하는 것도 고려할만하다는 견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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