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정체성 확립 기회 삼자

'종교교육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신입생 선발시 일반적인 대학입학자
격 외에 종교적 자격을 요구하는 것은 사립학교의 특수성에 따른 합리적인
제한으로서 허용된다.'
지난 3월27일 헌법재판소가 고신대학교의 신입생자격 제한조치에 대해 내
린 이같은 판결은 특수성과 다양성으로 승부해야 하는 21세기에 대학이 나
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준 계기라고 평가되고 있다. 외국대학에 대한 국
내교육기회 개방, 날로 줄어가는 대학생 등 안팎으로 고조되는 위기감 속에
수년전부터 각 대학들은 교육시설을 확충하고 TV나 신문을 통해 학교를 알
리는 등 고육지책을 모색해 왔다.
또 상대적으로 재정구조와 인력이 부족한 사립대학은 초미니대학을 설립하
고 독특한 학과를 설치하는 등 특수성과 자율성을 무기로 학교발전에 승부
수를 걸고 있는 것이 추세다. 신학대학이나 기독교 대학이 '신입생 신급제
한' '채플 실시' 등의 조치를 취한 것도 '기독교 지도자 양성'이라는 건학
이념 실천 외에도 건전한 학교발전을 바라는 이러한 열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한 기독교계 학교의 입장은 환영일색
이다. 학교의 정체성을 살리고 건전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처방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먼저 2년여간 마음고생을 해왔던 당사자인 고신대(총장:김병원)의 경우, 개
혁주의 신앙의 보수라고 자부했던 학교의 이미지가 실추될 위기였는데 이같
은 우려를 말끔히 씻었다는 분위기다. 고신대는 오는 10월쯤 98년도 입시요
강을 대학교육협회측에 제출할 때 그동안 '신급제한' 때문에 묶였던 증원증
과를 요청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고신대와 함께 교육부로부터 증원증과 제재를 당해왔던 총신대(총장:김의
환) 김의환총장은 "헌재의 결정은 국제화시대의 즈음한 지극히 상식적이며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생각하며 전적으로 환영한다"며 "총신대는 교육이념
실천을 위해 세례신자 입학이라는 원칙을 고수할 방침이며 교육부도 좀더
사학에 대한 지원 폭을 넓혀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대학교육협의회는 예년과 다름없이 올 초 각급 대학에 내린 98년도
입학전형 보고요청 공문에서 '신급제한 및 종교적 면접시험 금지'조항을 명
기했다. 이에 대해 총신대와 고신대는 각각 '세례자' '학습이상' 등 과거와
다름없는 입학자격을 명시해 보고서를 올렸다.
이에 대해 대교협 관계자는 "과거와 같으면 총신대와 고신대의 신급제한
원칙 고수입장에 대해 시정요청을 내리는 것이 당연하나 올해는 해당사항에
서 제외될 것"이라며 "이 문제와 관련, 행정지원에 불이익을 당하는 일은
앞으로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헌재의 결정은 일반 기독교계학교의 정체성 확립에도 긍정적인 영
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채플을 졸업요건으로 정한 것은 종교자
유 침해'라며 한 학생이 제기한 소송이 대법원에 계류중인 숭실대학교(총
장:김성진). 숭실대 유순하교목실장은 이번 판결은 사립대의 특수성과 다양
성을 인정한 것이라는 측면에서 학교가 관련된 소송에도 긍적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학교의 교육목표가 존중될 때 비로소 다양한 교
육, 특성있는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고신대 이상규교무처장은 "고신대 신급제한 문제 판결을 계기로 기독교계
사립대학이 건학이념을 분명히하고 그에 걸맞는 교육을 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자"이라고 제안했다. 이상규처장은 "△기독교계 학교의 설립주체인
교회와 학교가 긴밀한 연대감을 지속하고 △대학구성원을 신실한 신자들로
유지하며 △학문적 수월성을 지나치게 강조하지 않는 것이 기독교대학의 정
체성을 유지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양이 아닌 질, 포괄성이 아닌 특수성을 필요로 하는 시대요구를 인식하고
그에 걸맞은 기독지도자 양성 교육과정을 마련하는 동시에, '기독교 지도자
양성'이라는 건학이념을 잊지 않는 겸허함을 다시금 상기해야 할 때라는 것
이 교육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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