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폐쇄에서 재건

한때 교회 폐쇄의 위기마저 겪었던 한 필리핀 한인교회가 의료선교로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필리핀 다구판한인교회. 휴양지로 유명한 바기오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다구판한인교회는 지난 1991년 7월 설립된 팡가시난 한인연합교회를 뿌리로 하고 있다.
다구판시는 한때 치의대생 등 많은 한인의학생들이 거주하던 곳으로 활발한 선교활동이 이루어지던 곳이었다. 다구판한인연합교회의 모체였던 팡가시난연합교회도 루카스메디칼미션 등 많은 의대생들이 현지 원주민을 찾아 다니며 의료선교를 하는 등 한때 약170여명의 성도들이 한마음으로 선교사역을 감당했었다.
교회의 위기는 1994년 7월 찾아왔다. 한국정부의 유학억제 방침에 따라 학생들에게 국가고시 시험자격이 주어지지 않게 되자 한인들의 발이 묶였고 이에 96년9월 이후 거의 모든 한인유학생들이 빠져 나가게 됐다. 교인들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던 학생들이 돌아가는 것과 때를 맞춰 담임목회자도 그만 두게 됐고 소수의 성도들만이 구역예배를 드리며 명맥을 유지해 나갔다.
이 와중에서 담임 목회자가 자주 바뀌게 됐고 실망한 성도들이 교회를 떠나 한때 성전마저도 폐쇄될 위기에 처했다. 이때 다구판한인교회를 다시 일으킨 것은 박병출집사(39·의료선교사)의 활약이 컸다. 평신도 의료선교사로서 지난 5년간 루카스메디칼 미션 활동 등으로 필리핀 현지인 치료와 전도활동에 힘썼던 박집사는 교회의 어려움을 접하고 김충범 서근석집사 등 교회의 남은 멤버들을 모아 지난 96년 9월29일 다구판 한인교회라는 이름으로 교회를 재건했다.
필리핀에서 8년째 생활하고 있는 박집사는 그동안도 사비를 털어 다구판지역 빈민촌, 빈다나이 지역, 멀리 화산피해를 입었던 피나투보지역 등을 돌아다니며 상처입은 이들의 몸과 마음을 치료해 왔다. 박집사는 현 30평 임대건물에서 주일예배를 드리며 목회자를 초빙하는 작업을 벌이는 한편, 토요일 의료선교를 활성화시켜 전도와 사회봉사라는 교회의 사명을 감당해 나가고 있다.
이같은 박집사와 성도들의 간절한 기도와 노력에 힘입어 교회는 최근 김맹렬목사(월드미션선교회 소속)를 청빙, 주일 오전 11시 예배를 다시 드리고 있다. 김목사는 오는 5월말 정식 취임을 할 예정이며 현재 매주 금요일은 심방, 토요일은 성도들과 함께 지역빈민촌과 필리핀현지인교회에서 의료선교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맹렬목사는 "6월부터는 주일저녁예배도 드릴 계획"이라며 "성도들을 말씀으로 잘 양육, 어디가서든지 선교사적인 삶을 살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때의 어려움으로 교회 폐쇄의 위기마저 겪었던 다구판시 유일의 한인교회. 성도들은 이제 목회자를 초빙하고 다시 걸음마를 하는 다구판한인교회가 한인 뿐만 아니라 현지인 교회들에게도 신앙의 방주역할을 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소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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