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두터운 전도의 벽 … 상시적 구호팀 운영으로 지속적 선교활동 필요

GMS 최광식 선교사 인도네시아 지진현장 방문 르포  

5월 30일 늦은 오후 족자카르타 피해 현장에 도착한 GMS의 임병진 선교사와 나는 전기 공급이 끊긴 사고 지역으로 진입하지 못한 채 하루를 지내야 했다. 우리는 한국인선교사들이 구축한 재난구조본부 캠프에서 구호활동에 대한 근황을 청취하며 더 이상의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기를 기도드렸다.
 5월 31일 우리는 현지 GKE(인도네시아 기독교회)교단의 청년들과 함께 피해가 가장 심했던 반툴 지역을 방문했다. 현지인 청년들은 물, 라면, 의약품, 각종 의료용품들을 준비했다. 구호 캠프에서 1시간 정도 이동했을 때, 나는 참담한 현장의 모습을 비로소 볼 수 있었다. 말 그대로 집들은 하나도 온전한 것이 없었다. 어떤 집은 뼈대를 이루는 콘크리트 기둥만 남은 채 중앙은 모두 주저앉아 있었고, 집의 터로만 짐작될 뿐 흔적이 없는 경우도 있었다.
 사고 현장을 돌아보는 길에 눈에 띄었던 것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길거리에 나와 있는 주민들의 모습이었다. 이들은 빈 박스를 창문에 들이밀면서 먹을 것이나 생필품을 달라고 떼를 썼다. 형체만 남은 한 담벼락에는 '천국 가는 티켓을 팝니다'라는 글귀도 쓰여 있었다. 이슬람교의 교리에 근거해, 자신들에게 많은 선행을 베풀고 천국에 가는 축복을 받으라는 뜻이었다.
 안타깝고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종교는 비록 다르고 하나님을 알지 못하지만 자존심을 버리고 구걸하는 이들의 얼굴을 볼 때, 우리가 저들의 필요를 채워줌으로 하나님을 향한 마음을 열도록 도와야겠다는 마음이 간절했다.
 반툴에서 선교사들은 한국에서 온 의료선교팀 그린닥터스를 도와 통역을 하면서 환자들을 돌보는 사역을 했다. 중환자는 대부분 병원으로 이송되었고, 진료를 받으러 오는 이들은 경상환자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지진을 피해 도망하다가 콘크리트에 머리를 다쳤거나, 정신적 충격으로 불안감을 호소해 온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환자들은 지진 때문에 두렵다고 호소했다. 당일 날만 여진이 100여 차례 있었다고 하며, 그 다음날에는 해일까지 덮친다는 말도 있어서 황급히 산속으로 도망을 치기도 하는 등 혼돈의 며칠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기 집 앞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저녁에는 추위에 떨고 낮에는 구걸을 하면서 그들은 채 꺼내지 못한 집안의 귀중품들을 누가 가져갈까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사람들을 만나면서 놀랐던 것은 폐허 위에서도 자신들의 알라신에게 예배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이었다. 잔해 위에서 정해진 시간에 어김없이 예배를 올리는 난민들은 "이 재앙은 우리가 알라를 잘 섬기지 못했기 때문에 당하는 것이며, 알라께 감사한다"고 고백했다. 최근 이슬람교의 율법을 철저히 지키자는 운동을 벌어진다고 하니 기가 막힐 일이었다.
 회교 사원이 무너지자 4시간 거리의 수마랑에서 차를 타고 와서 복구에 참여하는 회교 신자들도 만났다. 지진 직후 그들의 지도자 술탄들은 알라가 특별히 보호해준다고 믿어 술탄이 거하는 왕궁이나 주지사 건물 등으로 몰려있기도 했다.
 나는 이들을 전도하기에는 지금 막혀 있는 벽이 너무 두껍다고 생각을 했다. 이번 재난에 한국교회가 사랑과 관심을 보여줌으로 막힌 담이 헐리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엊그제 족자카르타의 주지사는 외국의 의료팀들은 의료 활동을 멈춰야 하고, 단지 의약품만 지급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기독교 기관들의 봉사활동으로 자칫 기독교 신앙을 가지게 되는 것을 우려한 듯 하다.
 일차적으로 음식과 의약품 등을 지원하면서 장기적으로는 기독교 선교에 대해 저들의 마음 문이 열리기를 바라며, 한국교회가 멀리 내다보는 투자를 펼치기 바란다. 또 이 일을 위해 일시적인 구호팀이 아니라 교단적으로 상시적인 구호팀을 편성하는 것이 구호와 선교 활동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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