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이사장 합의추대 안되면 경선’ 선출방식 끝내 무산
회의 중 이석·사설언론 보도 배포 등 해결과제도 남아

2시 20분경 1차 정회 직후 이사들이 대화를 나누거나 인사를 하고 있다. 이날 이사회는 선출방식을 결정하고 이사장 후보를 추천하는 등 1차 정회까지는 순조롭게 진행됐으나, 이후 비상식적인 회의 진행으로 이사장 선출이 무산됐다.
2시 20분경 1차 정회 직후 이사들이 대화를 나누거나 인사를 하고 있다. 이날 이사회는 선출방식을 결정하고 이사장 후보를 추천하는 등 1차 정회까지는 순조롭게 진행됐으나, 이후 비상식적인 회의 진행으로 이사장 선출이 무산됐다.

[해설] 총신재단이사회 파행 원인

정이사 체제로 첫 걸음 뗀 4월 27일 총신재단이사회의 최대 관심사는 이사장 선출 건이었다.
교단의 이목이 집중돼 있는 만큼, 총신재단이사회는 공정한 절차로 이사장을 선출하기 위해, 또한 그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잡음을 차단하기 위해 개회 직후 가장 먼저 선출방식을 결정했다.

그래서 가능하면 합의추대로 이사장을 선출하되, 합의추대가 어렵다면 후보자를 추천받아 무기명 비밀투표를 실시해 재적 과반 이상의 득표자를 이사장으로 선출하기로 했다.

그렇다면 이사회는 우선적으로 합의추대를 모색하고, 합의추대가 되지 않는다면 경선으로 이사장을 선출하는 게 상식이자 절차다. 그런데 이사 전체가 동의한 이 절차가 이행되지 않았다.

일부 교단 인사나 일부 언론에서 이사회 파행에 대해 정치적 문제로 비화하고 있는데, 현장의 이야기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기자가 접촉한 이사 대부분은 의장 권한을 행사한 강재식 목사의 ‘비상식적인 회의 진행’을 이사회 파행의 원인으로 꼽았다.

교단 소속의 한 이사는 “합의추대를 하면 좋았지만 합의추대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당연히 절차에 따라 투표로 이사장을 선출하면 되는 데 강재식 목사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단 소속 이사는 “한마디로 무법이었다. 선출방식을 결정해도 무시하고 이사들의 의견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회의를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총신 및 총회와 첫 만남을 가진 외부이사들은 이날 이사회에서 벌어진 모습에 대해 ‘충격적’이라는 표현을 썼다. 한 외부이사는 “다른 학교에서 이사회를 경험했고 다양한 회의에 참여했지만 이런 파행은 한 번도 경험해본 적이 없다. 너무 어이가 없고 충격을 받았다”면서, “다른 곳에서는 이사장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데, 총신의 경우 사회권을 가진 이사장이 매우 중요하다는 학습효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외부이사도 “총신대 이사회가 이런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을 보며 충격을 받았다”면서, “오히려 총신에 대해 파악할 수 있었다. 앞으로 이사회가 합리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어떤 역할을 맡아야할 지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날 의장으로서 강재식 목사는 평소와 달랐다. 교단 내 합리적인 목회자로 알려져 있고, 기독교북한선교회 이사장으로서 통일운동에 앞장서온 그이기에 더욱 안타깝다. 강재식 목사는 이사회 당시 자신의 생각을 내비치며 이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었다. 강 목사는 “총신이 정상화되어 첫 이사회로 모였는데, 여기서 경선을 하면 이사회가 분열됐다는 말이 나올 수 있어서, 한 번 더 고민하고 다음 이사회 때 이사장을 선출하자는 마음에서 그랬다”면서, “회의를 미숙하게 진행해 이사들에게 미안하고 차기 이사회 때 정식으로 사과하겠다”고 말했다.

심치열 김이경 교수가 이사장 선출이 무산된 후 회의장에서 나오고 있다.
심치열 김이경 교수가 이사장 선출이 무산된 후 회의장에서 나오고 있다.

소강석 목사가 양해 없이 떠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한 이사는 “다음 일정이 있었다면 최소한 이사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떠났어야 했다. 총회장으로서 총신 정상화를 위해 앞장서온 것은 알지만 그래서는 안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사는 “소강석 목사는 언질 없이 학교를 떠났고, 강재식 목사는 이를 핑계로 이상하게 회의를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소강석 목사는 “총회와 총신의 안정을 위해 합의추대가 되도록 노력했고 다른 후보에게도 합의추대가 이루어지도록 함께 내려놓자고 했는데, 그렇게 되지 않아 다른 분이 이사장이 될 것을 염두에 두고 이석하게 됐다”면서, “아울러 다음 일정이 있어 자리를 떠났는데, 이사님들에게 양해를 구하지 못해 송구하다”고 말했다.

김기철 목사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김기철 목사는 이사회 당일 오전, 총회장의 재단이사장 겸직과 관련해 사실이 아닌 사설언론의 보도를 이사회 카톡방에 올렸다. 강재식 목사는 이사회에서 이를 지적했고, 일부 이사들도 문제 삼았다. 한 이사는 “김기철 목사가 이사장에 도전하는 유력 후보로서 신중하지 못한 일을 했다. 게다가 해당 기사는 사실도 아니었는데, 왜 그랬는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기철 목사의 입장을 들으려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총신재단이사회가 첫 모임부터 진통을 겪었지만 그럼에도 다행스러운 점은 수습되는 과정에 있다는 것이다. 이사들은 이사회 파행의 책임을 통감하고, 차기 이사회에선 반드시 이사장을 선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차기 회의서 반드시 이사장 선출” 강력 의지 표명
 

장창수 화종부 송태근 이광우 목사(오른쪽부터)가 속회가 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장창수 화종부 송태근 이광우 목사(오른쪽부터)가 속회가 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한 차례 홍역을 치른 총신대학교 재단이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차기 이사회 때 반드시 재단이사장을 선출하겠다고 다짐했다.

강재식 목사부터 “다음번 이사회 때는 꼭 이사장을 선출해야 한다는 강력한 마음을 갖고 있다. 합의추대가 안 된다면 경선으로라도 무조건 이사장을 선출하겠다”고 강조했다. 소강석 목사도 “총신 회복을 위한 중요한 시점이다. 당연히 차기 이사회에서 이사장을 선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창수 목사는 “총회와 총신의 안정을 위해 합의추대를 원하지만 합의추대가 되지 않는다면, 경선을 해서라도 무조건 이사장을 선출해야 한다. 다음 이사회 때 이사장 선출을 방해한다면, 그것은 총신의 정상화를 방해하는 행위다”고 말했다.

송태근 목사는 “합의추대가 어렵다면 경선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이사장을 선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총회와 총신 구성원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류명렬 목사도 “임시이사 체제를 벗어나 하나님께서 총신 회복의 기회를 주셨다. 총신을 사랑하고 교단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꼭 이사장을 선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종혁 목사는 “다음 이사회 때 합의추대든 경선이든 반드시 이사장을 선출해야 총신이 안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화종부 목사도 “총신 구성원들과 전국 교회가 총신이 안정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차기 이사회에서 꼭 이사장을 선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광우 목사는 “이사회가 정한 선출방식대로 회의가 진행된다면 이사장이 반드시 선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영 장로도 “다음 이사회 때는 바른 방향으로 갈 것으로 믿는다. 꼭 이사장을 선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송 장로는 “차기 이사회에서 꼭 이사장을 선출해야 한다. 특히 이사 중 10명의 목사님들이 계신데, 목사님들이 총회와 총신의 안정을 위해 경선 없이 추대할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 다음 이사회에 참석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외부이사들도 이사장 선출에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정수경 변호사는 “꼭 이사장을 선출해야 한다. 하나님의 학교를 바로 세우는데 사명감을 갖는다”고 말했다. 심치열 교수도 “정이사 체제가 된 것은 축하하고 축복할 일인데, 더 이상 실망을 주면 안 된다. 다음 이사회 때 지체 없이 이사장을 선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같이 이사들은 차기 이사회에서 이사장을 선출하겠다고 약속했다. 무엇보다 이사들은 이사장 선출이 총신 정상화의 중요한 출발점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아울러 총신대 측에서도 학교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에, 차기 이사회에서 이사장을 선출해줄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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