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주필)

나는 목사가 되기 위한 공부를 꽤 길게, 그리고 많이 한 편이다. 역사 공부로 석사과정을 밟았고, 정훈장교로 보낸 군생활은 후에 이어진 신대원 공부에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부목사 기간은 1년뿐이었지만, 목사가 되기 위한 인턴과정이랄 수 있는 교육전도사 기간은 비교적 길었다. 그럼에도 목사로서 부끄러울 때가 많다.

그런 내가 남편 공부는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채 아내 곁에 서서 남편이 되었다. 아버지 교육 역시 받아본 적 없이 갓난아이를 가슴에 안으며 아빠가 되고 말았다. 운전으로 말한다면 그냥 초보운전 수준이 아닌 완전 무면허운전이나 다름없었다.

이래저래 살다보니 수십 년 세월이 흐른 지금, 자녀들도 성장하고 부부의 따뜻함과 애틋함으로 성숙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자녀들에게도 괜찮은 아버지일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커버린 자녀들로 보람을 느끼고, 속은 모르겠지만 그들도 나를 꽤 존중해주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다. 거기에 더하여 우리 교인들은 자녀를 잘 키웠다고 부러워도 하니.

내게는 참 다행스럽게도, 뛰어난 학력은 아니었고 말씀도 많지 않았지만 자상하고 따뜻함을 느끼게 해 준 아버지가 계셨었다. 또 애교가 많고 농담도 잘하실 뿐 아니라 눈물로 기도해주시던 어머니도 계셨다. 아버지는 60년, 어머니는 93년 동안 세상에 계시면서 상당 기간 나의 선생님이셨다. 그분들 덕에 좋은 남편, 그리고 좋은 아버지상을 배우지 않았을까. 더욱이 그 분들로 인해 하늘 아버지도 깊이 만나 좋은 아들로 사는 길도 찾았다. 그래서 어쩌다 남편이요, 어쩌다 아버지였지만 낙제는 아닌 듯하다.

육십을 훌쩍 넘긴 이제야 드는 생각이다. 좀 더 공부하고 남편이나 아버지가 되었다면, 내 아내나 아들딸이 더 넉넉하고 행복하지 않았을까. 그렇다고 이제 와서 후회니 반성이니 하고 싶지는 않다. 부질없는 일이니까.

그래서 이제라도 좀 더 잘하고 싶다. 좋은 남편, 그리고 존경스러운 아버지가 되기 위해 더 애쓰고 싶다. 물론 오랜 습관이 쉽게 바뀌지 않겠지만. 내게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길어 보이지 않는다. 어차피 양으로는 안 되니 이제부터는 질로 승부해야겠다. 짧지만 깊게, 또 굵게! 좀 더 남편답고 아버지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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