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언 목사의 섬마을 순례]

미국의 뉴스 전문채널 CNN이 지난 2012년 ‘한국의 아름다운 섬 33곳’을 소개할 때 선재도, 신의도, 홍도, 청산도, 울릉도에 이어 6위를 차지한 것이 덕적도이다. 당시 CNN 기자는 “덕적도는 갯벌·자갈이 깔린 해변과 300살이 넘은 소나무가 한국의 잘 알려진 아름다움과 경쟁할 수 있을 만한 고유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섬을 여행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덕적도는 ‘가장 기억에 남는 섬’ 3위에 오르기도 했다.

덕적도에서 가장 경치가 좋은 곳을 꼽는다면 바로 서포리해수욕장이다. 1970년대 초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30만평 규모의 광활한 백사장과 주변에 펼쳐진 200년 넘은 해송 숲이 한 폭의 그림과 같다. 필자는 이곳에서 거대하고 웅장한 자연 앞에 선 우리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를 생각하며, 겸허하게 살아가야 할 내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다.

서포리에서 작은 언덕 하나를 넘어가면 능동 자갈밭 해변이 나온다. 푸른 바다와 해당화가 어우러진 이곳에는 다양한 크기의 몽돌이 수천 년 동안 파도에 씻겨서 제각각 널려있다. 일몰 무렵에는 해변의 기암괴석들과 함께 멋진 광경을 연출한다.

산봉우리 모양이 새가 날개를 치며 하늘로 비상하는 모습과 닮았다하여 이름 붙여진 비조봉(292m)의 등산로는 덕적도의 중심인 진리마을에서 시작된다. 산세가 험하지 않고 완만하여 수도권 등산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비조봉 바로 아래에는 밧지름해수욕장도 있다. 규모가 작고 한적한데다,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어 방풍림 역할을 하며 여름이면 시원한 그늘을 제공한다. 깨끗한 모래사장으로 밀려오는 파도 소리는 마음을 상쾌하게 한다.

이처럼 천혜의 환경을 자랑하는 덕적도는 신앙적으로도 많은 복을 누린 섬이다. 기독교가 일찌감치 전래되면서 섬 주민 중 기독교 신자의 비중이 높아졌다. 수천년의 긴 잠에서 깨어난 덕적도의 선각자들은 마을마다 명덕학교 명신학교 합일학교 등 여러 교육기관을 세웠다. 미신이 심했던 섬 문화도 교회에서 전파하는 복음, 그리고 학교에서 가르치는 신식교육을 통해 빠르게 바뀔 수 있었다.

교회와 학교들은 또한 훗날 덕적도에서 일어난 3·1운동의 토대가 됐다. 인천일보 2019년 6월 13일자에서는 덕적도에서 일어난 만세운동의 주축이 기독교 신자들이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특히 이동웅 목사와 차경창 목사 그리고 명덕학교 교사였던 임용우 선생 등이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1919년 이동웅 목사가 독립선언문을 발바닥에 숨겨 들어와 배포하다가 옥고를 치른 역사는 해마다 3·1절이 돌아오면 섬 전체에 회자되는 대표적인 사적이다.

필자는 1993년 덕적도를 방문하여 서포2리에 소재한 덕적중앙교회 목사님과 교제한 적이 있다. 덕적도의 모교회인 덕적중앙교회는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기억을 가장 큰 자랑거리로 간직한다. 덕적도 출신들은 사회 각계각층에 진출해 이름을 날리기도 했는데, 김현오 목사의 두 아들도 각각 서울 정신여고 교장, 동아제약 사장 등을 지냈다고 한다. 2004년 10월에 다시 덕적도를 방문했을 때 덕적중앙교회의 교세는 장년 85명, 중고생 20명, 초등학교 25명 수준이었다.

덕적도의 다섯 교회는 모두가 자립교회이며, 다른 어떤 곳보다 지역사회에 끼치는 영향과 역할이 크다. 3·1운동 102주년을 맞이한 올해, 서해의 외딴 섬 덕적도에서 전개된 독립운동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덕적도의 초창기 기독교 복음 전래 역사도 깊이 연구하는 계기가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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