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위 간담회서 인재 유출 심각성 토로 … “강도권·성례권 전향적 인식 전환 필요”

여성사역자지위향상및개발위원회 위원장 황남길 목사와 위원들이 3월 25일 총신신대원 여동문회 등 여성 사역자들을 만나 사역의 어려움을 듣고 있다. 여성 사역자들은 목회현장에서 불평등과 차별받는 현실을 지적했다.
여성사역자지위향상및개발위원회 위원장 황남길 목사와 위원들이 3월 25일 총신신대원 여동문회 등 여성 사역자들을 만나 사역의 어려움을 듣고 있다. 여성 사역자들은 목회현장에서 불평등과 차별받는 현실을 지적했다.

여성사역자지위향상및사역개발위원회(위원장:황남길 목사)가 여성 사역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시간을 가졌다. 위원회는 3월 25일 총회회관에서 간담회를 열고, 총신신대원 여동문회와 GMS 독신 여선교사회, 총신신대원 여원우회 대표들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현장에서 겪는 고충을 토로하며 총회가 여성 사역자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줄 것을 요청했다.

여성 사역자들이 가장 시급하게 원하는 사항은 크게 두 가지로 강도권과 성례권이다. 특히 성례권의 경우 현재 선교지에서는 가능하지만, 국내에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여성 사역자들의 어려움이 많다. 

김희정 전도사는 “내가 수년 동안 다음세대를 위한 사역을 했는데 나중에 이 아이들에게 세례도 못 주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크다”고 안타까워했다. 중국동포를 대상으로 사역하는 서영희 선교사는 직접 세례를 주지 못해 타 교단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현실을 지적하며 “그 전에는 다른 남성 목사를 ‘빌려서’ 세례를 줬다. 이런 식으로 우리 교단 여성 사역자의 인재 유출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맡은 직무나 복지에 대한 차별대우도 큰 문제다. 여성 사역자들은 남성과 같은 목회를 하지 못하고, 아무리 경력이 오래 되어도 남성 사역자의 아래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취급을 받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최효심 선교사는 “여성 사역자에게는 목회 사역을 맡기지 않아 현장에서 교수나 복지 사역을 하게 된다”고 털어놨으며, 황영아 전도사는 “우리는 장기간 사역을 해도 전도사이기 때문에 타 교단 여성 목사들과의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사역해야 하나 눈물이 날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이밖에도 노회 소속으로 인정조차 받지 못하거나, 은급제도가 마련되지 않는 점도 화두에 올랐다. 이영례 전도사는 “앞으로는 총신 이사에 우리 교단 여성이 들어갈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위원회가 존속되고 있지만 매번 총회에서 헌의들이 부결되고 있는 현실도 여성 사역자들의 사기를 꺾고 있다. 이복순 전도사는 “위원회가 바뀔 때마다 이런 자리를 마련하고 관련 자료들을 제출하고 있지만 신학부 규칙부 등에서 막힌다. 위원회가 각 부서들과 협의를 잘 해달라”고 강조했다.

총신신대원에 재학 중인 우가연 전도사는 원우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소개하면서 “재학생의 54%, 졸업생의 54.5%가 ‘역할 제한 및 사역 기회 배제’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재 전도사는 “목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개혁주의 신앙에 동의해 총신에 왔는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불안감을 느끼고 다른 길을 찾는 경우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간담회 후 위원장 황남길 목사는 “여성 사역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으니 마음이 아팠고, 노회 소속이나 은급제도 같은 것들은 왜 아직까지 시행되지 못했는지 놀라웠다”면서 “이런 부분들은 노회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이를 비롯해 여성 사역자들의 여러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차근차근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5월 3일 세미나를 여는 데 이어, 제58회 목사장로기도회에 여성 사역자에 관련한 특별강의를 할 수 있도록 요청하기로 했다.

한편 간담회 전 설교를 전한 총회총무 고영기 목사는 “여성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예수님도 사역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 교단이 여성 인재를 많이 배출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총신신대원 여학우 절반 “사역 기회 배제”

총신신대원 여성 재학생 및 졸업생들의 절반 이상이 ‘역할 제한 및 사역 기회 배제’를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신신대원 WITH여원우회(회장:우가연 전도사)가 3월 10~20일까지 재학생 86명과 졸업생 121명 등 총 20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재학생의 54%(34명), 졸업생의 54.5%(42명)가 설교나 맡은 부서에 있어 제한이 있다고 응답했다. ‘남성 교역자들의 서열의식과 권위주의’(재학생 46%, 졸업생 51.9%)가 두 번째로 많은 응답이었으며, ‘교인들의 차별적 태도’(재학생 36.5%, 졸업생 29.9%)가 그 뒤를 이었다.
맡고 있는 부서는 대체적으로 미취학부나 주일학교였다. 재학생 중 청년부나 장년부를 맡고 있는 여성 사역자는 86명 중 5명이었으며, 졸업생 중 교구를 맡고 있는 사역자가 121명 중 6명에 불과했다.
공통질문으로 교단에 건의하고 싶은 사항(복수응답)으로는 ‘여성 사역자에 대한 인식 개선 및 신학 정립’(80.1%), ‘공평한 사역 기회 제공 및 대우’(68.1%), ‘강도권 부여’(64.3%), ‘공평한 사례’(51.7%)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밖에도 ‘목사 안수해 달라. 인간적인 불평등을 느낀다’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이 무쓸모가 되었다’ ‘똑같이 힘들게 공부했는데 설 자리가 없다’ ‘연애와 결혼은 우리가 알아서 한다’ 등 다양한 목소리들이 쏟아져 나왔다.
박용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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